이젠 없는 것들 2 - 신나던 시절, 애달픈 정경들 문지푸른책 밝은눈 10
김열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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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며, 모르는 이에게도 공감하는 것이다.’ 요 며칠 전 신문에서 읽은 어느 작가의 일갈이다. 그에 못지 않게 노학자의 <이젠 없는 것들 2>의 부제를 신나던 시절, 애달픈 정경들로 달았다. 낙숫물, 타작, 다듬이, 방아, 풀피리, 버들피리, 닭 울음, 황소 울음, 할아버지 담뱃대 터는 소리, 할머니 군소리며, , 콩 볶는 냄새, 술 익는 냄새, 누룽지, 숭늉 냄새들 또한 어느 것 하나 귀에 사무치고 코에 서리지 않는 것들이 있으랴.

묵은 세배와 까치 설날, 세이레와 백일, 세배꾼, 쳇바퀴, 질화로, 화톳불, 봉홧불이 역시 사라져가는 풍습들이다.

여기에 엿치기, 돈치기, 짱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비사치기, 시차기 등 가지가지 치기와 차기 뿐인 한두 세대 전 아이들의 놀이 문화 역시 박제화된 놀이로 전락했다. 이제는 놀아 줄 할아버지, 할머니 뿐 요즘 아이들 역시 여기저기 학원 술래에 길들여져 간다. 재미는 무슨 재미며 통 밥맛 떨어지는 학원 돌림 노래 뿐이니 말이다.

똬리, 물동이, , 대 빗자루, 싸리 빗자루, 불쏘시개, 모닥불, 부삽, 부지깽이, 부집게, 불손, 성주 단지, 터주 항아리, 회초리, 지게 역시 손에 익고 마음에 익은 연장들이다. 이젠 사라진 장사, 장수들로 방물장수, 엿장수, 소금 장수, 물장수, 고물 장수 등이 있다. 그중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단연 엿장수이다. 도꼬마리 가산(家産) 중 쓸 만한 물건 들고 엿장수에게 다가가 흥정을 붙이던 어릴 때 객기. 그 뒤에 어린 녀석이 셈하는 거라니 어른들게 큰 꾸지람 달게 받고 또 그 짓을 감행했으니 말이다.

이젠 그런 일도 추억으로 남는다. ‘짱아 짱아 꼬옹 꼬옹하며 고추잠자리 잡던 기억, ‘방귀 뀌는 뽕나무하며 말 못하는 나무를 벗하고도 놀아댔으니. ‘비야 비야 오지 마라하며 온갖 것, 별것 아닌 것,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것을 앞에서 실컷 보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동네 pc방으로 줄행랑을 치며 게임 문화에 젖어 있게 마련이다. 그것도 방에 틀어 박혀 있는 것보다 낫다.

아무렴 <이젠 없는 것들>이 어찌 두어 권 책 속에만 있는 것들이겠는가. 보고 느끼고 만지며, 놀고 이야기 나누며 정을 쏟았던 기억의 한 자락은 이젠 저 멀리 떠나 버렸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젠 없는 것들>은 그 누군가의 기억에 똬리를 튼 채 영원토록 존재할 것이다. 다시금 또 다른 없는 것들이 양산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이 보관했다가 후대에 물려줄 문화 유산은 과연 없는 것인지 심히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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