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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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쓰시는 이서수 작가님. 이번엔 여성 소상공인 사업주들의 이야기다.

학원 강사로 일을 하던 마은은 아이들이 카톡 단체방에서 자신의 사진에 다른 사진을 합성하고 공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원장은 아이들의 장난을 크게 이슈화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피해자인 마은이 사직을 하고 갖은 적은 돈으로 창업을 하기로 했다.
마은의 엄마도 장사로 지금껏 살아왔다. 사실 엄마는 음식 솜씨가 좋아 몇가지 안주를 팔며 하던 가게가 꽤 잘 됐었다. 그런데 돌연 그만두고 지금은 연고도 거의 없는 울산에 내려가 반찬가게를 운영중이다.

적은 돈으로 시작한 카페. 갖은 돈을 모두 털어서 시작했지만, 커피 머신을 들일 수도 위치가 좋은 곳에 차릴 수도 없었다. 살던 고시원의 방마저 뺐기에 낮엔 카페로 밤엔 텐트를 치고 숙소로 사용한다.

가게 앞에서 새벽마다 찾아와 담배를 피우는 남자, 밤에 들리는 소리에 예민해진다. 카페에 종종 찾아와 뚫어져라 마은을 쳐다보는 남자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마은 가게의 단골이 된 보영의 남자친구가 누나가 쓰던 cctv를 설치해주고, 전면엔 커튼을 치고,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지만 불안이 완벽히 해소되진 않는다.

가게엔 어디에나 진상들이 있다지만,
여성 혼자 하는 가게엔 + 알파의 고충이 더해진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는가?

새벽마다 마은을 관찰하던 남자가 찾아오고,
보영은 자신의 남자친구 핸드폰에서 마은 가게에 설치된 cctv를 볼 수 있는 어플을 발견하며 신뢰를 잃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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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심사하는 동안 나는 지원자들의 인생이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놀랐다. 이력서 양식은 압축된 인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틀이었다. 그 틀 안에선 어떤 인생이든 쉽게 분류되기 마련이고, 회사의 인재 선발 기준에 맞춰 무엇이 부족하고 넘치는지 한눈에 드러났다. 서류 양식부터 인간을 가르는 잣대가 적용되었다. 왼편 상단의 사진(외모), 대학명과 학점(계급), 자격증 및 경력 사항(스펙), 자소서(열의). 이러한 형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중요도에 따라 하향식으로 전개된다. 36p

나는 침묵했다. 아무리 가깡누 사이라고 해도 뜻밖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에 관해 내가 알고 있던 진실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거짓으로 바뀐다. 그게 인간관계의 본질 같아서 나는 허무해졌다. 161p

“장사를 안 할 것도 아니고, 매일 문을 열려면 전날 겪은 지저분한 일들을 빨리 털어야 하잖아. 다시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만나고 물건도 팔아야 하니까 빨리 잊고 시은 거야. 잊지 않고 살아갈 여유가 없는 거지. 그걸 기억하는 것조차 시간 없어서 못 해.“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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