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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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머리카락이 더 빠지면 어쩌죠?”
“에이, 그럼 뭐 군인처럼 싹 밀면 되죠.”
대답이 어찌나 빠르고 흔쾌했는지 웃음이 터지고 만다. 병에 걸렸다고 병적일 이유는 없다.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든다. 24년 올비의 긴 머리 취향에서 이렇게 해방되는 방법도 있었다고 중얼거린다.
자른머리를 보고 현비가 깜짝 놀라 웃으며 말한다.
“엄마, 어제보다 더 예뻐.”
“나도 그렇게 생각해.”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우린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 단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116p>

작가의 최신작 <서재 이혼시키기>의 문체가 맘에 들어 이 책이 궁금했다. 모든 일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분이 있구나.를 전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쓰러진 저자는 직장암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인파선 등의 전이로 12번의 항암 치료까지… 이 와중에도 지독히 배고프면 가족을 먹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은 굶어 죽는 것을 택하는 사람이겠구나!를 생각하며 안도하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성이 가득한 이 분을 어찌할꼬…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항암을 미뤄야한다는 말에 거침없이 직진을 선택하는 그녀. 항암 사이사이 기운을 차려 여행을 다니는 그녀를 보며, 단단함이 습관화 된 사람은 위기에서 빛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다음 책을 먼저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니면 저자의 건강이 내내 걱정스러웠겠다. 항암은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당신을 공격하는 확률을 줄이고 있는 거라는 팩폭을 들으면서도 불안을 떨어내는 분! 어찌 멋지지 아니한가?

내가 없는 생일 파티, 내가 없는 삶을 상상한다. 그렇게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어차피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전부 여행할 수 없고,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다 먹을 수 없고, 가슴 뛰는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경험의 밀도가 중요할 뿐이다. 83p

- 난 책을 슬렁슬렁 읽지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읽고 났을 때 내게 남는 건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 책을 통하여 내가 판단한 것, 감동받은 것, 상상한 것뿐이다. 작가, 배경, 어휘들, 이런저런 상황들, 그런 것들은 당장에 잊어버리고 만다. / 몽테뉴 114p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몽테뉴의 <수상록>은 필독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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