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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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이다. 맘이 가는 안쓰러운 인물들이 나오고, 악인이 나오는 것은 아닌데 인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주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 인물마저 이해가 가기에 욕할 수도 없는 그저 가슴만 먹먹한 기분.

가난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집에 태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후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존재감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한 남자에겐 자신을 키우는데 온 힘을 다 한 엄마가 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젠 자신의 삶을 즐기며 지낸다 했던 엄마가 그런 삶을 선택하자마자 암 선고를 받는다.
그런 그에게 엄마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것은 이혼 통보. 처음부터 거절했던 결혼이었다. 자신의 삶에 다른누군가가 더해지는 것이 두려웠던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던 한 여자. 하지만 자신의 삶에 포개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에게 지친 여자는 아이의 유산과 함께 모든 활력을 잃었다.

대학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 소정은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활동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찾아보라는 남자친구. 아직 대학 졸업 전이고 취업 준비중이라 바쁘다는 그와 점차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벚꽃 축제가 한창이던 봄날 영무는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엄마의 삶을 미뤄진 이혼을 그저 흐르듯 맞는다. 영무의 처는 20대의 남자와의 약속을, 소정은 만남이 뜸해진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그들의 봄은 그렇게 지난다.

- 왜 나쁘고 고약한 기억은 전염성이 강하고 장악력이 뛰어나서 삶의 밝은 부분을 갉아먹으며 어둡게 물들이는지 불가사의했다. 131p

-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해, 이별의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수록 설명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걸, 주관에서 객관으로 옮겨 간다는 걸 깨닫게 될 뿐이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느낌이나 직관에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틀에 맞추고 통용되는 언어로 말하려 노력하게 된다.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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