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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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클라라와 태양>만 읽었기에 그 가독성을 생각하고 접했던 나는 다소 놀랐다. 약간의 인내심이 더 필요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가 궁금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영국의 한 기숙사 학교의 이야기다.( 기숙사 학교에 입학하기엔 조금 이른 나이라 생각하고 따라갔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이른 나이에 기숙사 학교 생활을 했다. 소공녀를 생각하면…) ‘혜일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있는 학교에서 책의 주인공인 캐시와 성격 강한 조시, 왕따 당하고 지내지만 자신의 생각이 있는 토미 등이 어떻게 친해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성장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1부를 읽다보면 단순한 기숙사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 발견된다.
2부는 혜일섬을 떠나 코티지에 도착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미 이 생활에 적응한 상급생들과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장기 이식을 위한 ‘클론’이라는 사실을 안다. 조시는 자신의 근원자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고, 기증 집행 연기 신청에 대한 소문도 들었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커플에겐 장기 집행 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 그걸 과연 누가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3부에선 셋 중 가장 먼저 코티지를 떠나 간병인의 삶을 사는 캐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캐시는 누구보다 오래 간병인의 삶을 산다. 진정한 사랑으로 정기 기증 연기 신청에 통과한 사람이 없어서일까? 우수한 간병인의 경력으로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캐시는 조시의 간병을 그리고 토미의 간병을 맡게 된다. 그리고 혜일섬의 실체와 진정한 사랑의 심사에 대해 알게 되는데…



[Never let me go]라는 노래의 가사 ‘네버 렛 미 고, 오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클론인 캐시는 그 노래를 들으며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인이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와 헤어지게 되는 것이 두려워 부르는 노래라 생각하며 울고

인간인 마담은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석한다. 자기를 보내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으로… 철저히 인간이 기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해석.

누가 더 인간적인가? 마담도 이야기한다. 거칠고 잔인한 세상이라고..

시험관에서 태어나 장기 기증만을 위해 장기를 성숙시키는 환경(최근 동물 복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똑같다 ㅠ)에서 크지 않았기에 ’행복‘이란 단어를 내뱉는 인간들. 너희들의 복지를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곳은 결국 다 사라졌다.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결국 밀렸겠지.

살아있는한 계속 되는 장기기증. 결국 죽음만이 그 과정에서 해방시켜 주는 클론의 삶을 통해 작가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회몰아치는 포인트가 없으면서 이렇게 묵직함을 던져주다니 작가님 대단쓰.

그러니까 우리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가 다른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저 바깥세상에는 마담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은 우리를 미워하지도 않고 해를 끼치려 하지도 않지만 우리 같은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고 우리의 손이 자기들의 손에 스칠까 봐 겁에 질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자신을 그런 이들의 관점에서 일별하는 순간의 느낌은 정말이지 등줄기에 찬물을 끼얹어지는 것 같았다. - P71

- 장기 교체로 암을 치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그 치료를 포기하고 희망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니? 후퇴라는 건 있을 수 없었지. 사람들은 너희 존재를 거북하게 여겼지만, 그들의 더 큰 관심은 자기 자녀나 배우자, 부모 또는 친구를 암이나 심장병이나 운동신경질환에서 구하는 거였단다. 그래서 너희는 아주 오랫동안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되도록 너희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지.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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