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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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결혼과 육아로 결국 경력단절녀가 되고, 주부로의 삶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 일은 없고, 그저 민규, 미호, 윤서의 엄마로 불린다.
평범한 일상에 틈이 생기고 부서지고 깨지는 일이 생긴다. 그 일을 견디기 위해서일까? 목욕탕에 모여 다시 정희와 승진 그리고 윤주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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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고민이 시작되면 먼 데서 크거나 작은 파도가 밀려왔다. 해변으로 오는 동안 어떤 문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잔잔해지며 발에 닿지 않은 채 흩어졌고 어떤 문제는 키를 높이며 무섭게 치속은 뒤 바닥에 부서지며 발목을 삼켰다. <중략 > 시행착오 끝에 여자가 터득한 건 호들갑 떨지 않고 파도의 세력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바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애써다. 문제를, 불행을, 무중을 나가지 않고 거기 빠져들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는 것. 그게 사십 대 중반이 된 여자가 삶에서 얻은 교훈이자 최선의 선택이었다.

- 우리가 서로한테 집이잖아. 잠들기 전에 남편은 그렇게 말하며 돌아누웠다. 그 등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서로가 서로의 집이라는 것. 몸을 누일 곳, 편히 쉴 곳, 언제나 거기 있어 흔들리지 않는 것, 삶의 근간이 옆에 있다는 것. 그 말이 파도를 잠잠하게 만들었다.

- 때로는 존재의 이유조차 파멸의 원인이 된다. <중략> 틈이 벌어지고 부서지고 깨진 뒤에야 그게 애초에 견고하지 않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랑ㅇ느 얼마나 훼손되기 쉬운가. 믿음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누군가 정신 차리라고 여자를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 “임정호씨. 나 정윤주야”

짧지만 묵직하다. 나와 다르지 않은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누구도 내가 될 수 있는 그녀들의 몸부림이 안타까워 토닥거리고 있는 내 손.

애엄마라는 말로 죄책감에 곱셈을 하는 사람들. 왜 애엄마만 그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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