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자원입대.

과거로 향하는 문을 쾅 닫아걸고, 실오라기 하나 안 남게 옷을 벗어 던지고, 삶의 양식과 결별하는 것을 의미했다. 내 삶은 태어날 때부터 어두운 실로 짜 온 복잡 미묘한 무늬이며, 흰색으로 상징되는 가정과, 파란 교복으로 상징되는 학교의 전통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한 난해한 상징들과, 그리고 전문가의 숙련을 요구하는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내 일상적인 삶을 군 입대라는 검으로 베어 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뚜둑, 한순간 베어내 버리면 내 손에 남는 것이라고는 무늬 없는 카키색 실타래뿐이었다. 아무리 그 실타래가 꼬여 있다고 해도.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군대에 가는 것을 공감할 수 없지만, 작가가 소리와 색으로 표현한 이 부분은 굉장히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군 입대를 하나의 기회로 삼기도 하는가 하면, 당장의 삶에 있어 도피처로 생각하기도 하고, 정말 앞으로 생이 끝날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오롯이 무의식 상태로 지내게 된다는 말을 들으며 그들의 고민과 걱정이 내게 닥친 것처럼 느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젊은이들의 심리에 대해 그린 책으로, 특히 우정에 비추인 사회적 변화에 따른 그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모교를 찾아가 15년 전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해간다. 주인공 존의 단짝이자 룸메이트인 피니어스와 그의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과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일들. 전쟁이라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그들이 느끼는 내면의 감정들이 드러나있다.

사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청소년기를 지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또한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남자들의 우정에 대해 그려진 모습은 단순히 아름답다거나 순수한 모습 뿐 아니라 주인공을 통한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피니어스는 여느 아이들과 다른 모습이다. 엉뚱하지만 사람들을 이끌 줄 알고 존과 다르게 운동신경이 매우 뛰어난 장점이 있다. 이에반해 피니어스의 장점을 가지지 못한 존은 피니어스를 질투하게 되고, 이로 인한 오해로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이 후 존은 피니어스가 자신에게 진심이었음을 알게되고 죄책감으로 힘들어한다. 피니어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이전처럼 걸을 수 없는 그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듯 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존도 그의 친구들도 변한다. 진짜 군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과 그 중에 함께하지 못하는 피니어스.. 사람의 운명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각자 상황을 맞닥뜨리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만큼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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