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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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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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빨간머리 삐삐를 만화로 접했었다. 근데 사실 그 이야기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삐삐롱스타킹'은 지금까지 뇌리에 남는다. 아빠를 웃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소녀. 하지만 세상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소녀. 그런 삐삐의 모습이 좋아서 한동안 나의 이야기에는 삐삐의 이야기가 늘 내포되어 있었다. 


그런 '삐삐'를 세상에 내보인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단편소설이 그림책으로 나왔다. '어스름 나라에서'는 어린이들의 작은 손에 슬픔과 시련을 이겨 낼 상상의 힘을 꼭 쥐어주는 작가의 위력이 아주 잘 담겨있다. 해가 지고 밤이 오지 않은 어스름한 시간, 그 시간에 사는 세계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어스름나라에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까지.


어스름한 시간은 빛이 가고 어둠이 올 것이라는 공포의 시간이다. 그 시간에 더이상 걸을 수 없는 한 아이 앞에 백합아저씨가 나타난다. 어스름나라에서 온 백합아저씨는 함께 가고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데리고 가고, 하고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공간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는 더이상 걸을 수 없지만 어스름 나라에 매일같이 찾아가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간다. 


상상 속에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아이의 욕망을 이루어 낼 용기와 지혜를 알려 주는 이야기 '어스름 나라에서'는 벌써 발표된 지 70여 년이 지난 동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내게도 상상이 주는 용기와 지혜를 느끼게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더이상 걸을 수 없다는 현실은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하지만 어스름나라를 다녀온 아이는 더이상 침대 위에서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하고 싶었던 낚시도, 아직은 못하는 운전도, 백합아저씨의 집에 가서 밝은 햇살을 마주하는 시간도 모두 어스름나라에서는 가능하니까.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길 것이리라. 나도 오늘은 어스름나라를 꿈꿔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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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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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들끓는 듯한 열정 속에서, 속박과 슬픔과 분노로 가득한 시절에 보았던, 거의 잊었던 그 모멸스러운 문명사회에 대한 회상이 번개처럼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지긋지긋하고 비참한 과거의 식어버린 잿더미에서, 그녀는 현재 느끼는 무한한 축복을 적절히 표현해 줄, 밝고 화려한 미래의 맹세가 될 사랑의 표현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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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영국 문학계에서 무척 유명한 작가인 그의 첫 소설인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을 읽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들이 하나같이 난해하다고 해서 어려운 이야기일까 걱정이었는데, 그의 일상을 덤덤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소설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들은 묵직하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삶의 미래를 '돈'이라는 가치만을 좇았던 한 인간의 끝없는 추락이 그려진다. 스스로의 선택이 만든 결말이지만 보는 내내 그의 고집과 아집이 너무하다 싶어 중간중간에 힘들었다. 올마이어 가족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의 가치를 어떤 것에 두어야하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올마이어는 재산을 탐해 링가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가 입양한 말레이 여성과 결혼을 하고 딸 니나를 낳는다. 올마이어는 자신의 아내는 제거해버리겠다는 상상을 할 만큼 애정이 없지만 딸 니나에게만은 백인의 윤택한 삶을 위한다는 이유로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하고 백인과 결혼을 시키기위해 노력한다. 올마이어에게 결국 '집'은 자신의 로망을 실현할 무대이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재산'이 되길 바랐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집은 그의 어리석음을 담았고 더 나아가 모두에게 조롱받는 공간이 되었다.


반면 그녀의 딸 니나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태생부터 경계인일 수 밖에 없는 혼혈이고 스스로가 말레이인인지 백인인지 가치가 확립되기도 전에 그녀는 한 방향으로만의 삶을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더 나아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 우리사회에도 '집'은 커다란 화두다. 빈 집은 넘쳐나는데 누군가는 들어가 살 집이 없는 현실에서 '집'이란 인간의 삶에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올마이어에게도 집은 곧 권력이자 고집이었고, 그랬기에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 어리석은 존재로 남게 되었다. 그랬기에 올마이어는 스스로를 그 집 안에 가둬버렸고, 아버지의 고집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던 니나는 그 담장을 넘어섰다. 끝끝내 나는 니나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 담장을 넘어 오롯한 스스로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올마이어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올마이어의어리석음#조셉콘래드#외국소설#영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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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웅진 당신의 그림책 2
소윤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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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개의 연필선이 그려낸 이 작품은 글자가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작가가 기저의 내밀한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는 작품 『수연』은 잔상이 또렷해질 때까지 연필선을 긋고 또 그었습니다. 그 치열함이 모인 순간, 인물과 배경은 각자의 자리에서 강렬하게 살아 움직이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소윤경 작가는 '장화홍련'이라는 전래동화를 기틀로 잡아 '가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관계와 역할로 얽히고 설킨 한 가족의 서사를 통해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삶의 인연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두 소녀의 삶에 새롭게 나타난 새엄마와 새로운 가족이 만나 가족이 되고,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또 다시 보듬어 가족이 되기 까지의 과정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새롭게 둥지 튼 집에서 시작된 형체 없는 소녀와의 다발적인 만남까지 생명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정해져 있던 가족의 굴레, 그리고 새로이 가족의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에 이르기까지, 관계와 역할로 얽히고 설킨 한 가족의 서사를 담아냅니다. 이는 곧 소녀의 이야기이자 작가의 과거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연을 따라가는 가족의 이야기인 수연은 촘촘하게 짜여진 가족 서사 안에서 여러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입니다. 아빠와 새로운 엄마, 자매와 새로운 동생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뤘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한 울타리에서 삶을 나누기 시작한 가족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함께 피흘리고 다시 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누군가의 가슴에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희미해진 기억으로,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삶의 파편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절대 잊힐 수 없는 각인처럼 평생 끌어안을 시간들로 기억됩니다. 이 책은 가족 안에서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고통받는 모든 영혼들을 향한 위로의 이야기입니다.

고통을 견디고 더욱 굳건해진 이 가족은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면서 가족의 굴레 속에 더욱 단단히 묶이며 마무리됩니다. 가족이기에 나누어야 하는 고통과 상처들을 다시 이들은 보듬어 아물게하고 다시 단단한 땅 위에 새로운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겠죠.

그림만으로 이야기하는 힘,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보게 하는 그림책 '수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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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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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K장녀입니다..ㅎㅎ 가끔 엄마같은 딸, 딸같은 엄마라고 서로를 부르는데요.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고, 또 내 마음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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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잘 지내니? -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빛나는 사람들
조용우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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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잘지내니 #조용우 #달꽃

[책속한줄]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눈을 맞으면 꺾이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소해 보이더라도 조금 더 헤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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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의 시간이 다듬은 선생님의 긴 기록. 선생님이란 자리가 가장 커다란 시기일지 모를 10대 후반의 아이들과 그 옆에서 아이들의 색을 지켜주려 노력해온 선생님의 추억담이 이렇게 예쁠 줄이야.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는 과목인 수학선생님 사이의 끈끈한 사제 간의 정이 담긴 이야기들. 아이들은 각자의 인원만큼 저마다의 색을 내뽐낸다. 그 색을 발견하고 각자의 색으로 칠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쩌면 선생님의 역할이 아닐까.

 

나의 학창시절은 어땟던가, 학년이 오르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 만큼이나 설렜던 것이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나이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때는 얼마나 크고 멀게만 느껴졌던지. 그들도 사회에선 짧은 경력의 서툰 이들이었을텐데, 아이들 앞에서 어른의 삶으로 바르게 인도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설게 느껴졌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선생님으로서 36번의 계절이 바뀌고, 36번의 학생들을 만나는 동안 함께 성장해 온 이 어른은 여전히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래, 성장이란 건, 서로를 향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의 크기만큼 아니 그 이상의 크기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며 성장하는 것은 서로 같을 테니까.

 

모처럼 따뜻한 이야기를 한편 즐기고 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제는 연락도 닿지 않을 나의 은사님에게 한 편의 편지가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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