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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책속한줄]
들끓는 듯한 열정 속에서, 속박과 슬픔과 분노로 가득한 시절에 보았던, 거의 잊었던 그 모멸스러운 문명사회에 대한 회상이 번개처럼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지긋지긋하고 비참한 과거의 식어버린 잿더미에서, 그녀는 현재 느끼는 무한한 축복을 적절히 표현해 줄, 밝고 화려한 미래의 맹세가 될 사랑의 표현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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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영국 문학계에서 무척 유명한 작가인 그의 첫 소설인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을 읽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들이 하나같이 난해하다고 해서 어려운 이야기일까 걱정이었는데, 그의 일상을 덤덤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소설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들은 묵직하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삶의 미래를 '돈'이라는 가치만을 좇았던 한 인간의 끝없는 추락이 그려진다. 스스로의 선택이 만든 결말이지만 보는 내내 그의 고집과 아집이 너무하다 싶어 중간중간에 힘들었다. 올마이어 가족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의 가치를 어떤 것에 두어야하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올마이어는 재산을 탐해 링가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가 입양한 말레이 여성과 결혼을 하고 딸 니나를 낳는다. 올마이어는 자신의 아내는 제거해버리겠다는 상상을 할 만큼 애정이 없지만 딸 니나에게만은 백인의 윤택한 삶을 위한다는 이유로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하고 백인과 결혼을 시키기위해 노력한다. 올마이어에게 결국 '집'은 자신의 로망을 실현할 무대이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재산'이 되길 바랐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집은 그의 어리석음을 담았고 더 나아가 모두에게 조롱받는 공간이 되었다.
반면 그녀의 딸 니나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태생부터 경계인일 수 밖에 없는 혼혈이고 스스로가 말레이인인지 백인인지 가치가 확립되기도 전에 그녀는 한 방향으로만의 삶을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더 나아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 우리사회에도 '집'은 커다란 화두다. 빈 집은 넘쳐나는데 누군가는 들어가 살 집이 없는 현실에서 '집'이란 인간의 삶에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올마이어에게도 집은 곧 권력이자 고집이었고, 그랬기에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 어리석은 존재로 남게 되었다. 그랬기에 올마이어는 스스로를 그 집 안에 가둬버렸고, 아버지의 고집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던 니나는 그 담장을 넘어섰다. 끝끝내 나는 니나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 담장을 넘어 오롯한 스스로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올마이어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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