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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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그린 책이 아닐까. 타자기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을 사랑하고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관찰하고 그려낸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톰행크스 자신의 목소리와 색감이 뭍어있다. 실제로 타자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100여개의 타자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톰행크스답게 토톡토톡 눌리는 타자기로 한글자 한글자 담아냈을 법한 열일곱개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 
중간중간에 그려진 타자기 삽화들도 좋지만, 책 속에 특유의 감성이 너무 좋다. 우리 모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듯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이한 사건은 없지만 하루하루 특별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누군가에겐 평온한 하루하루의 기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타자기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주고 작은 에피소드라도 타자기가 꼭 들어가는 것이 너무 귀엽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매일 아침 두시간씩 글을 썼을 그의 성실함이 느껴지는 문장들. 

글을 읽다보면 배우라는 그의 직업적 의식이 담긴 문장들이 눈에 띈다. 항상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외우고 그것을 다시 자신에게 맞춰서 연기를 하던 그가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로 글을 쓴다.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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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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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단어는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할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때도 헤어질때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한다. 안녕, 반가워! 안녕, 다시만나. 안녕. 안녕이라는 단어 속에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 이야기한다. 그간 평안하고 건강하게 잘 있으란 누군가에게 복을 빌어주는 단어.
네가지의 만남과 이별이 이어지는 동안에 이 책은 큰 말을 하지않는다.
소세지 엄마에게 어느날 태어난 소세지 아들은 엄마의 무릎에서 평안히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간다. 늙은 아들보다 더 늙은 엄마는 죽고 혼자 남은 아들은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립다.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립던 할아버지는 남겨진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나를 해할 수 있는 존재를 품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의 곁을 또 다시 떠난다는 것. 떠나고도 잊히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것.
강아지는 혼자였다. 어느날, 세상이 바뀌면서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어도 함께 할 누군가를 찾는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세지할아버지와 가족이 됐다.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하던 그 삶에서 소세지 할아버지가 사라진다. 함께 품을 나누던 사람이 사라지자 강아지는 다시 그 자리를 누군가로 채워낸다. 불은 외톨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을 태운다. 그런 그에게 폭탄아이와 강아지가 나타났다. 함께하고싶지만 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낸다.
글이 없는 책인데 몇번이나 소리를 질렀다. 왜 우리는 이별을 해야할까. 만남의 끝은 왜 이별일까. 우리는 안녕의 끝이 왜 또 다시 안녕일까.
짧은 그림책 속에 우리의 지금모습이 너무 많이 투영돼서 마음이 아팠다. 유행처럼 번지는 반려동물, 버려지는 아이들, 가족이 필요한 소외된 사람들, 누군가와 다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혼자 숨어야 하는 존재들.
그리고 죽음 이후,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참 다정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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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민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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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광고로 접한 썅년의 미학.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근사근한 오지라퍼가 되어야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썅년이 되지 않기 위해 버텨왔던 지난 날을 통쾌하게 추억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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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봄
오미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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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청춘이라는 이름의 끝자락 같은 나이. 무엇인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엔 늦은듯한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이 자리에 안주하기엔 너무 아쉬운. 

많은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지고있다. 그래서일까, 나조차도 즐겁고 행복한 삶의 기억보단 짓눌리고 억압되고 부담된느 일들의 투성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문제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 세상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당신의 세상 또한 그렇다.
-33p

어른이 되어간다는 핑계를 대며 버텨내지만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다. 그래서 삶은 변화무쌍한 봄날씨 같다. 어느 날은 살을 에일듯이 춥다가, 어느날은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다가, 또 어느 날은 바람이 살랑이는 그런 하루.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꽃을 피워내고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낼 것이다. 

꽃을 피워내기까진 많은 고난의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은 어떤 순간엔 날 옥죄기도하고, 어떤 날엔 날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고통이 즐겁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근데 슬픈건 말이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거야. 
상대방이 말하는 안녕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어.

만남을 뜻하는지, 헤어짐을 뜻하는지
다시 묻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 
정말이지 '안녕'이라는 단어는 이상한 말이다.
-171p

스물 아홉의 나이, 여전히 나는 미숙하고 어린데 세상은 나에게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 느낀 불평 불만을 적은 일기들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됐다.

문장이 아닌 단어의 나열이다. 무엇인가를 서술하기보단 그려냈다. 짧은 언어, 그 안에 나타나는 직설적인 삶의 고뇌. 짧은 봄날처럼 흔들리는 청춘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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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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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보단 훨씬 쉽고 재밌게 읽혔던 2권
아무래도 이 책 속의 화자가 처한 현실이 1권은 믿기 힘들정도로 힘들어서 말을 옮기기조차 힘겨웠고, 이젠 쾌락 속에 날 망가뜨려가는 모습이라 더 빠르게 써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보이는 도마뱀에 내의식을 실어 보냈던 어린 시절의 그 기억을 두고 22살의 패트릭은 내 인생을 구렁텅이로 넣어버린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단 하루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동안 패트릭은 서서히 자신을 죽여간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죽여가면서 죽지는 않는 아이러니. 망가진 이유는 사라졌지만, 복수를 하지 못하고 그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처받은 어린 소년은 갈 곳 잃은 원망을 자신에게 표출한다. 부모와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어른아이는 여전히 불온전하고, 상처가득한 삶이었으며 자신을 보듬어 줄 최소한의 안식처를 바랐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패트릭을 위로하지만 그에겐 위로조차도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엉망이 된 삶 속에서 쾌락에 몸을 맡기지만 그마저도 온전치 못한 삶. 온전하지 못한 하루를 끝마치고 그는 그토록 잃고싶었던 유해와 함께 마지막장 속으로 사라졌다. 오물로 가득찼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의 삶. 그래서 다음 그의 삶이 너무나 기대된다. 

"인생의 가방에는 오물이 가득할 뿐 아니라 새기까지 하죠.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요, 안 그래요?"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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