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나 혼자만 살아간다면 갈등도 문제도 없겠지만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그 관계를 기반으로 삼아 하루하루를 엮어나간다. 그물망처럼 엮인 인간관계에 어느날 그 그물의 한쪽이 찢어져버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표류하게 될까.

평범했던 소녀가 히토리코(외톨이)가 된 것은 아주 작은 이유였다. 같은 반 친구가 가져온 금붕어 한마리가 어느 날, 인생의 그물망을 끊고 멀리 도망가버렸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은 사소한 오해와 두려움, 질투심으로 그녀의 모습을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더이상 무리 속에 끼지 못하는 히토코는 오롯이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그 누구도 자신의 영역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그렇게 '괴수'가 되어버린 히토코. 

그런 식으로 이것저것 깔끔하게 버릴 수 있다면 뭐가 걱정이야? 자기 마음에 똑바로 마주 서서 마음 그대로 걷기 시작할 수 있다면 - 얼마나, 얼마나 행복할까?
-148p

아이들이 히토코를 외로운 괴수로 만든 것은 어른들의 폭력이다. 극성어머니로 표현되는 후유키의 어머니, 그리고 금붕어의 죽음 이후 히토코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은 채 아이들을 몰아붙인 담임선생님. 이 두 어른은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른이란 이유로 아이들에게 상처입히고 방관하는 어른들.

어른들도 나쁘지만 금붕어의 죽임이 히토코의 짓이 아님을 오해임을 알면서도 질투심과 군중심리로 히토코의 모습을 방관하던 친구들, 히토코가 상처입은지도 모르고 홀연 전학을 가버린 후유키,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아 히토코를 오랫동안 외톨이로 만들어 버린 아키히로까지.

"난 말이야, 교사 경험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너 같은 아이에게 '자아,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라. 날마다 생글생을 웃고 있어라.'하는 것이 결코 좋다고 생각 안 해. 너 같은 삐딱이가 있어도 도는 거니까."
- 144p

히토코는 스스로를 외부인으로 만들었지만 그녀에겐 규할머니가 있었다. 괴수의 친구가 되어서 그의 헝클어진 털을 빗겨주는 규할머니. 히토코가 괴수의 껍데기를 벗어내고 아이들의 무리 속으로 함께하길 바랐던 규할머니. 규할머니의 죽음 이후에야 무리 속에 한 발을 내딛었던 히토코.

되돌아온 후유키도 늘 곁에서 맴돌았던 아키히로도 사실은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여주길.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겠지.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나라는 하나의 고리가 누군가와 맺어지고, 삶을 메꾸어나간다. 유기적으로 엮인 이 고리들은 세상을 메꾸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경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이 고리가 살짝 어긋나 어디에도 끼워지지 못한 경험이. 고리가 엮이지 않았다고 해서 불량한 부속이라거나 필요없는 부속은 아니다. 히토코가 연주한 괴수의 발라드 속에 괴수처럼. 그리고 그 괴수도 언젠간 괴수라는 이방인이 아닌 괴수라는 이름의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멋진 여성의 이야기라니 그저 놀랍다. 일생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가 산화된 진취적인 여성. 우리나라 최초로 을밀대 위로 올라 시위를 했다는 강주룡씨의 이야기를 참 멋들어지게 극화했다. 오래전의 역사가 아니라 비교적 최근의 사건이고, 기록으로도 남아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극화했다니.

팩션소설의 묘미는 그 시대의 시대상을 비교적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씁쓸한건 그녀의 이름을 이제서야 알게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을밀대 위에서 인권운동을 하다 아사한 불운의 주인공으로만 말이다.

그녀의 삶은 한결같이 험난하다.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아버지, 독립군으로 살고 싶은 철부지 남편, 과부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관리자까지. 그녀를 억누르는 남자들 사이에서도 주룡은 참 진취적인 여성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내 인생에 관여한 남자들이 아닌 자기 자신이 오롯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것은 머지않은 일이라고 나는 감히 예견합니다. 또한 우리가 만들어갈 투쟁 역시, 누군가의 해방을 앞당길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214p

주룡의 삶은 크게 두가지 사건으로 나뉜다. 독립운동을 꿈꾸던 남편을 만나 함께 만주벌판을 휘젓고 다니던 짧지만 행복했던 아내 주룡의 삶, 그리고 고무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노동자 주룡의 삶.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만주벌판의 산기슭을 내달렸던 주룡은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을밀대 위에 올랐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모던걸을 꿈꿧지만 그녀는 다른 이들의 마음 속에 우리가 왜 우리의 소리를 내야하는지 그 이유를 심어두고 산화했다.

그녀가 을밀대 위를 오르던 시절보다 거진 100년이나 흘렀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도 공감을 사고 눈물이 나는 이유는 모두 알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이름이 달라진 을밀대에 올라 투쟁하고, 요구하고,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던걸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다른 이들의 투쟁을 위해 산화된 그녀의 삶이 참 애달파서 슬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말의 희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을 즐기지도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못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이한 패트릭. 여전히 어린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잊지 못했지만 마지막 하나의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30대가 된 패트릭은 이제 더이상 팔에 주사를 꽂고 순간의 쾌락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꾸준히 약물중독치료에 나가고 사회에서 정상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변인들의 선입견은 여전하다. 내 삶을 망가뜨린 아버지는 죽었고, 그의 잔상도 남지 않을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상처의 잔상으로 고통받는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자신의 친구인 죠니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다. 30대가 돼서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왜 자신에게 그렇게 가혹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된 패트릭.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용서할수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어져버린 어른.

"...하지만 복수로든 용서로든 엎지른 물을 주워 담지는 못해. 복수와 용서는 지엽적인 구경거리지. 그중 용서는 더 매력 없어. 용서는 박해자에게 부역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내가 보기엔 말이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아가는 사람들 마음속에 용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지는 않아. 예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는 구세주 강박증을 보인 최초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가장 성공했지. 아마 십자가형을 집행하며 잔인한 행동을 즐긴 자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희생자는 가해자를 용서해야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을 퍼뜨리기 시작했을 거야."
- 124p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었던 1권 '괜찮아', 그 고통을 지워내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던 20대의 삶을 그린 '나쁜 소식'에 이어 30대의  패트릭은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일말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보기로 결심한다.

"난 또 논쟁적인 공상에 빠져 있었어. 나는 왜 지능은 전적으로 나 자시과 다툴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가끔은 그 지능으로 무엇이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21p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아버지가 속했던 상류층의 세상은 그가 함께 녹아들기엔 어렵기만하다. 치틀리에 파티에서 무례한 '마거릿 공주'를 만난 후 그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사는 상류층의 파티에서 그는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기억때문에 괴로움을 느끼지만 그와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얻는다.

여전히 이 시리즈는 어렵기만하다. 세상의 끝을 달리는 한 사내의 하루를 동행하며 그의 삶을 함께 느끼는 것은 괴롭고, 힘겹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간다. 더이상 그는 자신을 해하지도 않고, 고통 속에서만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김하인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인생의 나락같은 상처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에게 닥친 시련. 실패를 배우지 못한 어린 아이가 예기치 못한 실패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했을 때의 고통은 물론 힘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실패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그 시련을 헤쳐나가는 방법도 몰랐을 것이다.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방법으로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해선 안될 짓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라고 믿으면서 그 고통을 외면하는 것도 해선 안될 짓이었다.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향했던 필리핀. 그 곳에서 만난 자유. 엄마, 아내, 법조인으로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향했던 곳에서의 일탈은 그 자체로도 설렜으리라.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젊음 역시 그녀를 어린 시절의 첫사랑으로 이끌었을테고. 거기에 바닷속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를 오롯이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빠르게 마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온 일상, 잊혀지지 않지만 잊어야만 하는 일탈. 그리고 그 일탈이 만든 비극.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 언제나 내 곁에서 위로해주던 사람, 오롯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인해 내 모든 것이 무너졌다. 내 모든것을 잃은 것만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내가 무엇인가를 얻을 때마다 그것이 누군가의 상실로 만들어진 자리였다면.
빼앗긴 자는 다시 빼앗았고, 뺏는지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무엇인가를 원한다는 것, 그리고 그로인해 한없이 잔혹해지는 것. 그래서 더 서글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
김영돈 지음 / 다연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쓰는 것이 이젠 더이상 어렵거나 특별하진 않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글쓰기란 어딘가 모르게 어렵고 부담되는 일이다.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책. 우리가 평소 SNS에 기록한 글은 단순히 그곳에 적혀있을땐 하나의 글이지만 이 글들이 모여 하나로 다듬어지면 충분히 작가가 될 수 있다. 사실 살면서 이런 이야기가 글감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많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할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품고산다. 제목도 특이하고 삽화도 귀여워서 기대 많이했는데..내가 원하는 키워드만 잘 잡아서 습득한다면 나쁘진 않은 책. 일상을 특별하게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다른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과는 좀 다른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보통은 글을 쓰는 과정을 알려주는데 이책은 처음부터 마케팅과 홍보방법을 강조한다. 물론 내 글을 판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기저엔 내 글이 소장하고싶을만큼 매력적이어야지.. 판매에 주력하기보단 홍보에 주력하라는 말은 공감. 진정 매력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쓴 글이 숙성된 술이라면 그 위의 제목이란 라벨링을 거치고 홍보라는 포장을 해야한다. 아무리 내용물이 맛있고 향기롭다해도 라벨과 포장에 신뢰감이나 매력이 없다면 선택받지 못할테니까.

걸레를 빨면 걸작이 된다. 나는 자의식 없는 매미의 짧은 생에서 걸작을 본다. 축축한 지하에서 수년을 견뎌내며 얻어낸 껍질을 거침 없이 벗어내고 숲으로 날아가 울어보자. 작가, 자의식을 벗어나 걸작이 되자.
- 71p
매력적인 글쓰는 법을 좀 더 매력적이게 쓰는 법. 여전히 제대로 된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와인도 완성이 되었다고 끝이아니라 숙성될 것이냐 부패될 것이냐에 따라 구분이 되듯이 글도 그렇다. 숙성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는 말한다. 우선 쓰라고. 일상 속에서 겪은 나의 이야기, 내가 적고싶은 이야기,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내가 상상한 이야기. 그 어떤 글이라도 좋다. 다 적은 글은 다듬어나간다. 필요없는 이야기를 쳐내고 잘라낸다. 그렇게 고쳐나가면 담백한 글이 완성된다.

샘플 원고는 당신 책을 완성하기 위한 방향키다. 두세 장 가량의 한 꼭지를 제대로 완성하면 이제 당신은 초고 완성을 위헤 질주하게 된다.
샘플 두 장 반, 당신을 첫 책의 주인공으로 이끄는 시작점이다.
-254p
조앤롤링, 김훈, 스티븐킹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이 작가들의 사례로 글쓰는 구성법부터 마지막 판매까지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의 정리물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는 모두 나만의 컨텐츠로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젠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