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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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큰 슬픔 앞에서 사사로운 불행은 폼을 잡지 못하는 법이다. 슬픔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픔은 우리를 발가벗기고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리고, 노래한다. 그래야 슬픔의 힘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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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든 루스도 상실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녀의 단편집 나이트러닝 역시 그와 비슷한 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8개의 이야기는 모두 상실을 겪은 이들의 숨고르기 같은 이야기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이별, 몸과 마음에 남은 상흔과 같은 상처를 입고 극복해가고자 끊임없이 호흡한다. 그녀의 문장 속에서. 결국 이들은 크고 작은 상실을 느끼고 상처입지만, 우울에 잠식되지 않고자 끊임없이 슈슈하며 숨을 쉬고 숨이 찰 때까지 달려나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새 세상을 담아내기도 하고, 전기를 잡아먹는 과거와의 연결고리도 끊어내길 자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은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상처를 다시 바라본다. 함께 애도와 극복을 시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급기야 애증의 관계 속에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지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서로 위안받고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의 일부를 잘라내면서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던 잔느의 왼팔들과 상실과 편견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었던 기억이 담긴 의안이 참 다르고도 같다고 느꼈다. 나의 일부를 잘라내는 고통과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의 극명한 차이가.

이야기들은 친절하지 않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호흡처럼 가쁘게 서술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모여 순간이 되기도 하고. 은유적이면서 동시에 무척 직관적인 문장들은 몇번이고 이야기를 되돌려읽어야 그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의 불행과 슬픔은 본인의 탓이 아님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이트러닝 #이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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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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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PD가 아니더라도 우선순위를 알고 타협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순간은 드물다는 말조차 후하니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거장은 마스터피스를 남기지만,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PD가 만나게 될 것은 방송사고이다. 삶이 거장의 예술이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완성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방송시간에 더 가깝다.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는 방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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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하는 유명한 예능은 어느새 PD조차 하나의 출연자로 자리매김했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와 같이 유명한 예능 PD들의 삶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그래서 늘 궁금했다. 우리가 즐겁게 보는 프로그램의 생태는 어떤지,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항상 급여와 일의 강도가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특히나 요즘처럼 빠르게 트렌드의 변화가 흐르는 시대에서 예능PD로 살아남기란 녹록치가 않다. 지금은 '톡이나 할까?'를 연출하고 있다는 그녀의 선택은 과연 앞으로 어떤 평가로 남게될까?

재미있던 부분은 녹화를 하던 방송의 오디오가 오류가 생겨 다양한 대처능력을 보였던 방송사고 이야기나 어려서부터 늘 가고싶었던 음악방송의 뒷이야기를 그 공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것. 생방송과 녹화방송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는 것도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였다. 방송이 완전히 될 때까지 마음을 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인지 낯설어야하는데 낯설지만도 않았고.

PD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 안에는 우리의 사는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다. 직업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세상이나 직장인의 삶은 고단하다. 모두의 삶이 마스터피스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는 나의 삶이라는 방송을 시시각각 생방송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이 방송시간이 얼마나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끝날 때까지 우린 펑크가 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하고.

#직면하는마음 #권성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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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질문들 -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궁극의 물음 15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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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초기 우주에서 덩어리의 부피에 대해 덩어리의 세기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만들어지는 스펙트럼이 크기 불변성이어야 하는지는 전혀 명확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렇다. 

신의 지문의 크기와 스펙트럼을 일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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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광활함에 대한 물음이 이 책 한 권에 담겼다. 우주의 탄생은 여전히 밝혀진 것보다 찾아내야 하는 진실의 범위가 더 넓다. 그 진실 속에서 토니 로스먼은 "궁극적으로, 모든 과학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으로 우주의 탄생과 빅뱅이론에 대해 접근한다.


솔직하게 이 책은 아무리 쉽게 풀어냈다고 해도 광활한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어렵고 깊다. 우주의 팽창이론과 빅뱅이 일어났을 때의 힘의 크기 등을 공식과 함께 풀어내는데, 하나하나 보아도 어렵긴 했다.


오히려 읽다보니 우주란 오히려 그런 존재인 것으로 다가와 편해졌다. 어렵고 광활하고 크지만, 그렇기에 우리를 모두 품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우주는 평생토록 미지의 존재로 남을 것이지 않을까. 


15개의 질문들은 어쩌면 우주의 탄생뿐만 아니라 우리의 탄생, 우리의 죽음과도 연결된 이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오늘, 월식이 일어난다는데 나는 이 물음에 대답을 찾기보단 월식을 보며 물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빅뱅의질문들 #토니로스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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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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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콜포비아나 톡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로 지목된다. 그것은 단지 면대면 대화를 꺼리거나 사회화가 덜 된 미숙한 탓이라기보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초연결 노동과 갑질,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청년의 현실과도 이어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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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일 하나에도, 점심을 먹을 때도, 심지어 취미를 즐기거나 휴식할 때 조차 끊임없이 생산성과 쓸모를 생각하는 습관 탓에 진짜 삶을 산다는 감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신에게도 안식일은 있었는데 말이다.

갓생이 곧 가짜 커피를 마시는 삶이라면 진짜 커피를 마시는 삶은 언제 살 수 있는 걸까? 결국 진짜 커피란 넥타르처럼 그림 속 커피나 마찬가지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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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고, 꼭 쥐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수없이 스쳐지나간다. 이 대목은 누구에게 이 대목은 다른 이에게. 하지만 슬픈 것은 이 이야기에 집중하고 받아들여 고쳐야 할 사람들은 절대 이 책을 보여줘도 안통할 것임을 너무나 많은 기회들로 깨달아버렸다.


현 시대의 중독을 도우리 작가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시대를 담으면서 동시에 초시대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지만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담은 것처럼, 이 책 속에 현시대의 목소리와 단어들이 담겨있기에 지금의 나도 머리속을 지나가는 그들도 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리라.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초시대라는 단어가 나온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나갔고, 코로나로 재택근무 시대라는 새로운 기회도 열렸다.(물론 그 기회를 누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SNS의 활성화로 변화된 삶의 양상들도 다분하다. 재미있는 대목은, 나도 SNS를 통해 이 책의 매력을 전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 부분에 대해 가끔은 피로감을 느끼고, 존재의 유무조차 고민하지만 또 어떤 기회를 위해 유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오늘의 집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집 인테리어 소품을 둘러보며 나에게도 필요한 물건은 없을까 고민하고, 문득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안쓰는 학용품을 보면 당근마켓을 떠올린다. 좋은 경험을 하면 SNS에 한컷 올리기도 하고, 그 포스팅을 쓰면서 배민에서 주문한 떡볶이에 점심을 떼우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이 달콤한 중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재로 버텨내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우리는중독을사랑해 #환상적욕망과가난한현실사이달콤한선택지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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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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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내 삶이 무너진 것 같은 순간에, 생각과 감정의 동요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작은 하나의 행동'을 통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상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책하는 생각이나 괴로운 생각에 빠질 때, 그 작은 행동이 우리를 괴로움에서 벗어나 다시 이 순간에 깨어 있게 합니다.
-111p.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험과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충격은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임상심리사인 작가는 스스로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예전보다 쉽게 접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트라우마라는 단어에 이 책은 더 집중한다.

트라우마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닌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고 흔적이다. 이 흔적은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비집고 나타나 우리 삶을 잠식해버리곤 한다. 그 상처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갖고 생존해나갈 수 있는지 이 책은 길잡이처럼 방향을 제시한다. 회복의 과정의 더디고 때론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변화는 더디오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트라우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씩 우리가 다시 일상 속에 우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은 실천도 진행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누군가에겐 중요하고 힘든 일일수도 있지.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리기보단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파도를 넘어가는 삶에 길라잡이.

#우리는모두생존자입니다 #허심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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