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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솜숨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책속한줄]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니라 가끔은 당당하게 남 탓도 하면 좋겠다. 그동안 자기 검열하느라 수고한 나에게 조금은 관대한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지. 그렇게라도, 상처받는 일이 덜해졌으면 한다.
-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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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맑고 깊은 맛을 내는 비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힘주기가 아닌 힘 빼기의 영역에 있는 듯 보였다.
역시, 잘하는 것을 오래 하는데 화려한 기술이나 편법 같은 건 필요 없다. 오로지 '힘을 줘야 하는 데선 힘을 주고, 힘을 빼야 하는 데선 힘을 뺀다'일 뿐. 간결하지만 깊은 맛은 힘을 줬다가 빼는 순간, 즉 치고 빠지는 타이밍에 나온다.
-113~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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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밀당 같은 기교는 덜어내고 단순함을 늘린다. 단순할수록 정신 건강에 좋다. 단순화하는 데에는 버럭 리스트처럼 나만의 원칙을 세워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척.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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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것.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제대로 다룰 줄 몰라 욕심만 잔뜩 내다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건 별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정교한 제품으로 오래 남고 싶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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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음이 있다. 직장 생활에도 늘 입사와 퇴사 같은 '다음'들이 있고, 관계에도 만남과 헤어짐 같은 '다음'들이 있다. 수많은 다음들이 언제나 우리 주변에 도사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많은 다음들에 쫄지 말고 나다움으로 맞받아치는 것이다. 버티는 것이 약일 수도, 독일 수도 있다는 것. 버틸 수 없으면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버틸 수 있으면 악착같이 버티는 것.'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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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마음에 콕콕 박히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머릿말부터 마지막장까지 공감되는 구절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이 사회에 통용되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분명 다른 공간 다른 사람인데 같은 나라에서 비슷한 나이와 성별을 가진 직장인이라는 틀은 참 많은 것을 공감하고 나누게 만든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들어선지 20여 년이 지났고,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세상에 살고있지만 우리의 젠더감성은 어디까지 발전됐나. 여전히 손님 접대는 여자 막내직원이 해야하고, K-장녀라는 우스갯소리가 아직도 거론될만큼 아들과 딸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이 은연중에 만연한 사회. 그 안에서 나는 속으로 앓기보다 이제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겠다. 아니 나부터 목소리를 내야지.
남들이 세운 잣대에 나를 대고 위축되기보다는 당당하게 나의 능력과 나의 역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 그래, 적어도 내가 가진 능력은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를.
사실, 제목부터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서 화를 잘 못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화를 잘 못내는 것은 사실 화내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안다. 화를 내는 순간, 나는 중간이 없이 끝을 향해 불타오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꾹꾹 눌러담고 착한 척 살아간다. 나도 99번을 잘못하고 1번을 잘해도 저 사람은 그래도 인간다움이 있는 착한 사람이야 소리를 듣고싶어하는, 99번 잘해도 1번 잘못해서 주눅드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여전히 우리는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는 호박고구마 에피소드에 공감하고 웃음짓는다. '문희'가 호박고구마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해 고구마호박이라고 말하자 그 앞에서 지적하는 '해미'의 모습은 사실 지금도 많이 보이는 장면이고, 많은 이시대의 문희들은 그런 해미에게 모두 '호박고구마!'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우리는 모두 안다. 사실 호박고구마건 고구마호박이건 호구마건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었던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잘 해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 더 우선이라는 것을.
더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중심을 만드는 것. 내 삶에 해가되는 관계는 조금 더 삭제하고, 나에게 필요한 능력은 더하고, 마음에 맺힌 감정은 비우는 사람. 그래 무슨 선택이건 그 다음이 존재할 뿐 끝이 아니다. 나의 다름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관계의 정리가 필요한 시간, 고민은 삭제하고, 용기는 더하고, 선택에 응원해줄 당신에게 안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