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출근해 하루에 의지할 곳이 오빠 뿐인 소녀. 좋아하는 반찬을 먹으면 행복하고, 오빠와 함께 자연을 벗삼아 놀다가 배가 고프면 집으로 향한다.하루종일 나를 지켜주는 힘 센 오빠가 곁에 있고, 벗삼아 놀아주는 꽃과 나무, 구름이 있다. 실컷 놀다가 다시 돌아갈 집이 있다. 그것만으로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다.온통 흑백으로 가득한 동네에 유일하게 색을 입은 건 나의 개나리색 원피스와 오빠의 모자 뿐이다. 꽃도 나무도 구름도 색이 없다. 그마저도 오빠는 아빠의 등에 엎히면서 그 모자마저 벗어버린다.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이별도 하지 못한 채 엄마아빠에게 업혀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씁쓸했다. 그렇게 오빠는 어른이 되는 것일까.하루종일 해맑은 아이에 집중해 어른이 되고싶은 다른 아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고층아파트가 가득한 도심에 이 가족이 몸을 뉘일 공간은 점점 문턱이 높기만 하고, 어려운 환경은 아이를 조숙하게 한다.익숙하게 동생의 밥을 먹이고 씻겨서 옷을 갈아입고 집 밖을 나선다. 동생의 투정조차 익숙한 이 아이는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동생을 돌본다. 어려운 환경을 벗어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른이 되는것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아빠 등에 업혀가는 또 다른 아이일 뿐.이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되면 좋겠다. 두 아이 모두 마음껏 어린 아이로 살다가 평범한 어른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