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무래도 반성이라면 무릎 꿇고 대가리 박고, 뭐 이런 이미지니까.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죄 짓는 사람들, 그러니까 없는 사람들 족쳐서 배불리고, 부당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남은 사람들을 추월해 간, 진짜 죄인들이 해야하는 일이다. 반대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사회의 기류 속에 그저 연약한 한 존재가 해야하는 `반성`이란, 두려움이나 불안 혹은 강박에 대한 실토이며 거대한 벽에 대한 분노이다.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그런 것들이다.
수십 번을 돌려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진득한 앨범이다. 제이콜이 3집에 이르러서야 완성한 간단 명료한 메시지, 또 유려하게 선보이는 스킬. 조화의 완벽. 앨범 끝자락에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어찌보면 너무 흔하고 시덥잖게 느껴지는 구절들 마저도 잔잔함과 동시에 묵직하다. 그렇게 납득시켜주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