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 산책자와 400년 느티나무와의 대화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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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휴식기에 맨발걷기를 꾸준히 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때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블로그, 블로그 주인장은 숲해설가 공부 중이셨다. (나도 지난겨울 숲해설 공부 중이었고) 살펴보니 그림책 활동가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신 작가이기도 하였다. 이후로 그림책, 맨발걷기, 숲해설 등의 공통 관심사로 소통하는 블로그 이웃이 되었다. 얼마 전, 이웃님의 따끈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첫 북토크도 신청하여 기다리는 중이다.


마치 바람결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보랏빛 나뭇잎과 키 작은 붉은토끼풀, <산책자와 400년 느티나무와의 대화>라는 부제가 담긴 표지에서부터 마음이 끌렸다. 그림책과 일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품고 산책하며 사색한 결과물인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는 여는 글부터 맺는 글까지 필사하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는 새롭고 산뜻하다. 막연히 걷다가 우연히 자연을 만나 위로를 받는 산책이 아니다. 저자는 이제껏 만난 그림책과 다양한 책 속 인생 문장을 들고 길을 나서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어르신 느티나무와의 대화를 한다. 내게는 이 행위가 몹시 신선했다. <문장들이 몸과 마음에 무늬가 되어버릴 정도로 씹고 삼키자는 다짐-6쪽>으로 삶을 도전적이며 열정적으로 살아내는 저자의 태도에 감동했다.

<1장. 받아들이다>는 스스로를 바라보고 진정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하였고 <2장. 품다>는 순간에 집중하는 삶과 그럼으로써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는 삶을 품게 하였고 <3장. 넘어서다>는 진정한 자유를 통한 넘어섬은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네.

내 가지들을 보게나. 햇볕이 많이 닿는 곳은

더 빨리 잎이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네.

지금 이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 해도

그게 전부 나일세.

나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한다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것까지도 받아들인다네.

그저 묵묵히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장 나다움을 만들어가지.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31쪽


그림책 <나는 고양이라고!>의 정체성 확실한 고양이와 그 어떤 자신도 품는 어르신 느티나무와 저자의 상징적인 묘비명 < 자기다움을 찾은 사람>은 깊은 호흡으로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였다. 한걸음에 성장하고자 서두르는 마음도 있고, 늘 부족한 나를 품어주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고, 도대체 나를 잘 모르겠던 시간들이 있지. 나를 다시금 돌아보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음을 알아채어 가는 중이다. 어르신 느티나무의 음성이 들리는 듯 가까이 다가와 나를 찾아가는 길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문장이 되어 주었다.



"... 오늘 저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가 그린 화사한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그림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뒤에다 이번 봄에 초대하고 싶은 단어들을 써 가지고 왔어요.

바로 '바람, 맨발걷기, 1일 1클래식 그리고 결단'입니다.

올봄 저와 친구가 될 단어들이에요.

저는 이것들을 온몸으로

맞을 거예요."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114쪽


저자와 어르신 느티나무와의 대화 중 유독 생생하게 와닿는 부분이다. 봄 친구가 될 단어를 온몸으로 맞이한다는 저자의 말속에서 해맑은 저자의 표정이 그려져 나 또한 봄처럼 신이 났다. 이 시린 겨울,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추위를 온몸으로 맞이할, 함께 할 나만의 단어들을 떠올려 보았다. <새바라기, 만보 걷기, 1일 1기록, 결단> 추상적인 단어인 결단은 저자를 따라 하게 된 다짐이다. 내년을 준비하는 휴식기인 요즘 앞으로 다가올 결단의 순간들을 예감하고 있다. 저자의 봄맞이 결단처럼, 나의 겨울맞이 결단에도 단호함 뒤 평화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상록오색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붉은토끼풀에게 다가간 것은 단순히 꽃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이 열리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내게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획일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를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뇌리를 때렸으니 말이다.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88쪽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제목에는 저자의 잣대로 단정 짓는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인생의 문장을 들고 길을 나서고, 어르신 느티나무와의 대화를 통한 성장과 성숙에 이르는 저자의 태도는 나의 고정된 틀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행위이다. 그러니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는 내게는 저자의 <붉은토끼풀>과 같은 존재와 다름없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품고 가는 길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자극이 되었다. 그 자극은 분명 나만의 실행을 하게 이끌 것이고 나를 넘어서는 성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우선, 저자를 따라 해보려 한다. 내게는 새로운 자연놀이, 성장 놀이가 되어줄 듯싶다. 필요한 질문을 담아 산책을 나서야겠다. 앗! 어르신 느티나무와 같은 든든한 존재감 있는 자연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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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방윤희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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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제목보다 제목 옆 작은 글씨의 부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새멍>이다!

새는 우리에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한다!

하루 잠시 새 볼 틈,

괜찮다고 나를 긍정하는 시간"

띠지의 문구며 책 뒷면의 소개까지 온통 마음을 흔드는 문구들이었다.


"방구석 탐조기? "

무엇보다 제목이 주는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방구석에서 탐조가 가능할까?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겉표지 그림을 살폈다. 심플한 일러스트가 귀여웠다. 책날개 저자 소개를 보니 방윤희 저자는 만화예술을 공부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지난 1년 동안 창틀에 새 먹이를 주며 새들의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과 글로 기록했다고 한다. 새 전문가가 아닌 화가의 탐조기라~ 더 솔깃하다. 지은 책으로 초보 탐조인을 위한 《내가 새를 만나는 법》도 있다.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는 전문가의 탐조기가 아닌 비전문가의 탐조기라 더 친근하다.

프롤로그 뒤 초보 탐조인을 위한 친절한 안내로 포인트를 살린 저자의 심플 그림과 함께 창틀 먹이터에 찾아오는 새, 새의 몸 구조, 방구석 탐조 방법 등이 있다. 어쩌다가 글 사이에 등장하는 삽화는 탐조 내용을 더 재미나게 보게 한다. (어제 중랑천 탐조에서는 자리다툼, 먹이 다툼을 보지 못하였는데, 저자의 창틀 먹이터에는 찾는 새들이 점점 많다 보니 자리와 먹이로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나 보다) <짹짹>코너도 간간이 소제목 글 뒤에 등장한다. 주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짤막한 정보통으로 알차다. 이 코너를 통해 새 관련된 무수한 책을 소개 받았다. 탐조 영상도 함께 보면 더 생생한 탐조기에 빠지게 된다.


"​새 보기는 넓고 얕게, 혹은 좁고 얕게

또는 좁고 깊게, 아니면 넓고 깊게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보면 된다. 좋은 장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빈손에 맨눈이라도 얼마든지 탐조할 수 있다. 우리 집 마당, 근처 공원 등 가까운 장소에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왜? 사실 관심을 두고 보면 새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니 새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탐조하면 된다.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115쪽


저자는 값비싼 장비 없이 어디서든 특히 삶터의 가까운 곳에서 새바라기를 권하고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맞춤 탐조를 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창틀 먹이터는 샘이 난다. 아파트라 흉내 낼 수조차 없다.(아래층에 똥테러사태가 벌어진다고 하니ㅠ) 창틀 스토킹을 위해 이사 갈 수도 없고. 아쉽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에게 맞는 탐조로 뒷산에 꾸준히 관리할 모이통을 달아볼까 싶다.


수많은 어치들의 특징을 살펴 차이를 알아내 각각 이름을 지어주는, 그래서 그들을 구분하는 경지에 오른 저자~ 눈과 머리가 아프도록 밝혀낸 것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저자의 인공둥지 관찰 이야기는 올해 인공둥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둥지를 열고 마주친 반짝이는 아기 곤줄박이 눈빛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안전한 이소를 기원하는 마음은 저자와 꼭 같았다. 어미 참새로부터 호구가 된 저자 이야기에 큭큭 웃음이 났고 다리가 아프거나 부리가 아픈 아이들, 유리창 사고로 간 아이들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고 눈물지었다. 이뿐만이 아닌, 밀착 취재로 단순 탐조만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새들의 일상이 가득하다.


저자의 서문에서 새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새를 보면 하늘을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나는 <왜 새 바라보는 걸 좋아할까?>


" 음...

우선 그들의 재빠른 몸짓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잠시 모든 근심을 잊는다.

그들의 생기 넘치는 몸짓의 파장은

신선한 생명력으로

내게 전해져 기운차게 한다.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그러니

좋아할밖에. "

저자는 새를 보며 늘 같은 일상 속에서 기적을 보았다고 한다. 창틀 먹이터를 꾸리며 삶의 기쁨과 슬픔이 둘이 아니라는 일깨움도 있었다 한다. 요즘 뒷산 새를 자주 만나며 점점 일상 속 잔잔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때때로 그 작은 몸짓으로 무거운 마음 털어내라고 위로를 주고 있다.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게 하는 새와의 만남을 다른 어느 때보다 올겨울엔 좀 더 찐~하게 해보련다. 그 동기엔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가 있다.

<책 속의 책>

소로가 만난 월든의 동물들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새들의 방식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새의 감각

새의 언어

도시를 바꾸는 새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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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매미 탐험북 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탐험북
국립생태원 엮음 / 국립생태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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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나비 탐험북에 이어 국립생태원에서 출간된 매미 탐험북을 만났다.

국립생태원은 생태에 대한 연구와 교육,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기관이다.(몇 해전 가을에 가족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동물원 규모와 환경을 보고 놀랐고, 어느에서도 볼 수없는 잎꾼개미들의 활약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뻤고, 다시 꼭 다녀오고 싶은 곳이다.) 소중한 생태정보와 이야기를 책으로도 엮어 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연을 가까이 만나고 자연을 바로 아는 것이 시작점 아닐까. <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탐험북 시리즈>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직접 자연을 관찰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아가며 자연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출발선이 되어준다.

차례를 보면 매미 탐구하기, 매미의 한살이, 우렁찬 매미의 울음소리, 우리나라의 매미, 스스로 연구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의 매미 12종 모두를 소개하고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재밌는 이름과 생김새의 특징이며 개성있는 울음소리까지 알 수 있다. 최고의 가수, 애매미 울음소리는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씨우~쥬쥬쥬쥬~쓰와쓰와~쓰츠크츠크츠크~오~쓰츠크츠크~오쓰~히히히쓰히히히히히히~씽ᆢ츠 씨우~츠르르르르~>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 매미도 대단하고 울음소리를 우리 글로 표현해낸 누군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챕터 마다 페이지 오른쪽 아래쪽 <활동!>에는 매미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주변을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모님이나 교사가 자연스럽게 확장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큰 챕터 뒤에는 <생각 더하기!>코너가 있다. 매미에 대한 색다른 정보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가 가장 오래 살까?> 생각 더하기는 만화형식으로 말풍선 읽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역할극으로 한 두 마디씩 해봐도 정말 재미날 거 같다.

우리 조상들은, 매미가 배움, 깨끗함, 청렴함, 검소함, 믿음과 의리의 다섯 가지 덕을 가졌다고 여겼단다. 나무즙만 먹으니 깨끗함은 인정, 그 외 배움, 청렴함, 검소함, 믿음, 의리 등은 무엇 때문에 붙여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 이 또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조상들은 왜 이토록 매미를 높이 평가했는지? 다섯 가지 덕은 매미의 어떤 특징을 비유하여 만든 것인지?

나비탐험북과 같이 맨 뒷장은 <스스로 연구하기>. 매미 채집과 관찰을 위한 팁과 관찰일기 쓰기 예시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마지막 구성까지 알차다. 궁금한 것 묻고 답하기와 매미탐구 퀴즈, 부록으로 우리나라 12종 매미카드, 카드 뒤엔 매미의 특징이 담겨있다.

매미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 수 있어 재밌고, 채집 관찰로 이어지는 탐색을 즐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자연의 생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책이다. 곤충에 관심 많은 유아에서 초등 전학년 친구들에게 추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나아가 탐구할 수 있도록 도울 부모님, 산림교육전문가 선생님들께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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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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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의 <안녕, 나의 한옥집> 극찬 세례글을 읽고 궁금하던 차에,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를 읽고 더욱 궁금하여 안달이 났다. 마침 <꿈도 블로그>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여 냅다 신청하였고 덥썩 당첨되어 선물같은 그리움의 책이 내 품에 안겼다.

10여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어느 날,가슴이 먹먹하여 견딜 수 없는 향수병에 걸렸다고 한다. 지난 추억을 글로 풀어내면서 큰 힘을 얻고 다시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의 뒷간 이야기로 시작한 블로그의 <한옥일기>는 블로그 이웃들의 호응에 힘입어 계속 이어졌고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많은 이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여 울고 웃게 만드는 찡한 그리움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충남 공주 아름다운 한옥집에서 살았던 10살 이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4장으로 나뉘어 1장 한옥집과 나,는 한옥집에서 살며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2장 한옥집과 사람들.은 함께 살아온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 3장 한옥집과 공주이야기.로 한옥집 주변 거리의 특별한 장소와 인물들과 얽힌 이야기, 4장 한옥과 집,에서는 상실은 그리움이 되고 소멸은 추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와 같은 차례 안내는 책을 열자 마자 보이지 않는다. 첫 장을 펼치면 저자의 그리움의 집, 한옥집의 가을 풍경을 일러스트로 볼 수 있다. 귀엽고 정겨운 일러스트. 썩 마음에 든다. (아쉬움이라면 책 앞부분에만 그림이 있다는 거, 띄엄 띄엄이라도 소박하고 따스한 일러스트를 넣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가을풍경을 넘기면 저자의 블로그 이름 <밤호수>를, 달이 떠오른 고요한 밤호수를 만날 수 있고, 다음으로 싱싱한 푸성귀와 열매가득한 한옥집 남새밭이, 저자의 또 다른 따뜻한 추억의 장소, 정갈한 할머니의 방, 정겨운 장독대와 동네 서점 등을 이야기와 따뜻한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제목과 함께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에 추천사와 프롤로그, 그 다음에 목차. 그렇게 아주 서서히 저자의 한옥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가며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한 번에 쭈욱 읽어내기 아까워 아껴 아껴 조금 씩 읽어내려갔다. 저자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아껴 읽으며 귀엽고 호기심 많은 꼬맹이가 눈에 선하여 웃음이 나왔고 이제는 함께 하지 못하는 따뜻한 손길들이 그리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렇게 저자의 이야기를 빠져 읽다 내 어린 시절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필통 가져와라~

편찮으셔서 집 안에서만 거동하셨던 할아버지는 학교 다녀오면 동생과 내게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필통 속 연필을 꺼내어 정성껏 가지런히 깎아주셨다. 중년이 되어가던 어느 날 문득, 연필 깎아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제서야 알았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버지, 엄마, 남동생 둘과 할아버지, 작은 고모와 함께 살았던 집. 그 집에서의 일상들이 행복이었구나. 부끄러워 숨고 싶던 창피한 일들 조차 모두 추억이로구나. 참 따뜻한 날들이었구나.

저자만큼 풍성한 이야기 대잔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야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눈 감으면 단락 단락 떠오르는 내 어린시절 장면들이 있다. 선명하진 않지만 웃음 가득했던 방안의 온기가 과거로 부터 전해지고, 그 따스함이 큰 위로가 되어준다. <안녕, 나의 한옥집>은 우리의 삶 속에 잊고 지내던 어렴풋한 추억을, 애틋한 그리움을 꺼내어 보게 한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며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아. 나는 밤호수님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추억 별로 없는데...하며 아쉬워했건만, <안녕, 나의 한옥집>을 만나 차분히 앉아 눈 감으니 줄줄이 사탕처럼 끝도 없이 옛 일이, 그리움이 밀려온다.
잊혀졌던 옛 일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다시 매만지며 간직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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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나비 탐험북 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탐험북
국립생태원 엮음 / 국립생태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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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요즘 만나는 나비들이 더 반갑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초등아이들과 목차 하나하나 천천히 읽고 나비찾아 직접 관찰하며 나비탐험놀이를 해보고 싶다. 곤충에 관심많은 유아에서 곤충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초등전학년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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