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출간된 책이어서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다. 수 많은 사람들을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들고,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무지 속에 갇힌 자들. 나는 그들을 미워하기보다 그들의 무사유에 분노할 뿐이다.
1931년에 쓰여진 책이라 약간은 각오어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여성혐오적인 표현이 없어서 참 놀랐다. 저자는 오히려 주인공인 남성 셋의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모던걸‘이라는 수식어를 차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거침없고 당당하며 주체적인 당대의 여성에 주목하게 만든다.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마치 살아있는 듯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고 흡인력 또한 대단해서 700쪽이 넘는 벽돌책이지만 금세 읽을 수 있었다.서로 미워하고 때론 한심하다 여기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삼대(할아버지-아버지-손자)의 장면이 나올 때면 정말이지 새어나오는 실소를 숨길 수 없었다. 보고 배워 자란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