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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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내 이름으로 된 통장도, 휴대폰도 만들 수 없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서 병원에 갈 수도 없다. 하루 이틀 산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나라에서는 내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일상을 포기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실재한다. 자신의 삶을 저당잡힌 채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책에 등장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다양한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부모를 원망하며 자신의 상황에 순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아이는 주변의 도움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기도 한다. 이주아동 당사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주인권 활동가와 변호사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구체적인 실상과 더불어 관련된 문제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

1994년 집계 시작 이후 난민 신청은 총 7만 2403건인데, 그중 난민이 인정된 사례는 1119건으로 1.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국제적 기준에서도 한참을 밑돈다. 이 수치를 만든 건 인권 감수성이 부재한 공직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버젓이 존재하는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유령이 되어도 괜찮을까? 자신의 일생을 두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는 어느 아이의 말이 얹힌 것처럼 좀체 소화되지 않는다.

p.34 세상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어서 범주화되기도 어렵고 서서히 지워지는 존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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