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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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부동의 1위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견고하게 만든 감옥 안에 갇힌 노인들이 있음을 말해준다. 모두가 나이 들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미 나이 들어 버린 사람을 향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이 팽배하다. 가족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손주들과의 괴리감으로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고(51쪽), 동시에 몸이 둔해져 엄청난 집중과 자각 없이는 조용히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202쪽)해진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나이듦은 살아 있다는 감각과 동시에 이미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66쪽)이자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형벌(67쪽)이 된다.

나는 어릴 때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면 그야말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꽤 나이를 먹은 지금 ‘어른이‘로 살고 있다.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도, 증조할머니가 된 할머니도 겉모습은 나이 든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꿈꾸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왜 여태 몰랐을까.

한편 자식이 있는 아주머니가 할머니네 집에 와 있는 동안 아이를 누가 돌보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109쪽) 것이나 세 모녀-할머니, 할머니의 딸, 할머니의 손녀-의 성이 다 다르다(172쪽)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쉬이 간과하는 사실들을 새삼 짚어주는다. 읽으며 아차, 하고 말았다.

6명의 작가가 쓴 이 책에서 여타의 소설이 가진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6편의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여성서사는 부족한데, 그 중에 유독 나이 든 여성의 이야기는 턱없이 모자라다. 더 많은 여성 노인 서사를 함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젠가 할머니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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