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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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관적인 언어 중 하나인 맨박스. 사회적으로 학습된 맨박스는 성에 대한 편견과 성역할을 강화시킨다. 많은 남자들은 직접 여성을 폭행하거나 성착취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선한 남자‘라고 믿으며, 성차별주의자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의 실체는 그들만의 무언의 합의를 통해 다른 남자들의 행위를 묵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선한 남자‘들은 일상적으로 여성을 품평하고 성적 대상화한다. 그들은 연 15조에 육박하는 성산업에 기여하며,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소비한다. 성범죄 문화의 소비 유무와 관계없이 앞에 나서서 선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의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선한 남자‘ 타이틀을 유지한다.

남성들에게 여성 억압이 만연한 현실을 인지하게 한 뒤 ˝딸이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냐.˝는 작가의 질문은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이러한 억압 행위자와 당사자간의 불일치는 여성을 보호대상으로 또 한 번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작가는 성차별은 일부 나쁜 놈들의 문제가 아니라 ‘선한 남자‘사이에서 학습되고 계승되어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이라고 재차 지적한다. ‘남자는 울면 안돼‘, ‘남자는 튼튼해야 해‘ 따위의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맨박스를 벗어나는 것이 성차별주의자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자 스스로를 되찾는 길이다. 남성들이 여자를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그 용기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맨박스를 부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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