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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마르스(MARS) (총16권/완결)
소료 후유미 지음 / 학산문화사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고딩때였나, 그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겼다가, 시간이 좀 들어서 여유가 생기고 지금에서야 구매하게 되었다. 전에도 몇번을 살까말까 고민했었었다. 물론 들고다니기 버거워서 이북으로 구매해서 잡히는 느낌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북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장점. 또는 아직도 이나이에 만화책을 들고다니며 읽고있냐는 비난에 대한 바보같은 망상을 피할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잘 쫓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옛날에 느꼈던 그 감정과 심장의 움직임, 그때 이 책을 읽던 학교의 온도와 냄새, 그날의 기억들까지 같이 데려올 수 있는, 힘들었건 감정은 이제 희석시켜버리고 그때 좋았던 기억만 들춰보는 시간여행에 대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의 과거와의 대면.
그때 나는 삐딱했다. 함부로 내뱉던 독설가였고, 고독을 씹지만 그 고독은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때문이여서 자진해서 외로운 길을 걸었었던것 같다.
고딩때 친구랑 옛 이야기 하다보면 자기네도 암흑기 였었단다. 물론 친구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심 안도감을 느낀다. 나만 그런게 아니였구나 하고.
하지만 슬프게도 나의 외면적 모습은 어른들에게 그냥 조용하고 착한아이의 평가를 받았다.(착함=별로 손타지 않아도 되는)
이렇게 부모의 생각과 실제 생각은 충분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 주인공이 온전히 나랑 닮은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표현하지 못한 잔인한 한부분, 그리고 끝없이 나약한 부분까지 닮은듯한 느낌이였다. 정말 내 처지가 뭐같다 느껴질댄날 화나게 만든 누군가를 해치면 어떤 느낌일까, 어떤 반응일까에, 혹은 내가 아주 사라지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없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저지른 마음속의 폭력을 레이가 풀어줬던것 같기도 하다. 생긴것도 잘생겼는데 성격도 참... 마지막에 어찌어찌 잘 풀리게 되지만, 지금와서 봤을 땐 그런 과거의 응어리가 쉽게 풀릴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반문도 던져본다.
사실 다시 이책을 보면서 느낀것은, 아 그시절의 내가 이책을 잊지않고 기억했던것이 이런 느낌이였었구나라고 되새길수 있었던것 같다.
누군가는 내게 사춘기 없이 착하게 잘 넘어갔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는척 연기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들로 한 때 몸이 다 상했고, 10년넘게 대학병원에 몇달 간격으로 들러야 하는 등 후유증이 남아 있다. 부모님은 내가 왜 아팠을지 아마 모르실 거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스스로 몸을 돌보기 위해 만가지 노력을 해야만 했고 그 소중함도 같이 뼈저리게 알게되었다는 것. 누군가는 이게 무슨 스트레스인가 황당해 할수도 있지만 내가 타인에 비해 예민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두거나, 아니면 둘다 이거나 이지 않을까. 과정과 결과가 어쨌든 지금도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통증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언제나 좋은 마인드로 나를 무장해야만 한것이다.
지금은 정말 그때가 언제인가 싶을정도로 멀쩡?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정말 많은것들을 바꿔놓았다.
나의 과거를 이리도 오랫동안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했던건 오랜만인듯 하다. 과거의 암흑기?를 함께했던 만화책들, 지금 다시 보면서 일부로 덮어두려했던 것들에 대해 제3자가 되어 돌아보는 일, 솔찍히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번쯤은 긴 여유시간에 시간여행을 해보는것도 내게 주어진 삶에대한 책임 쯤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