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 그래, 인간이 똥개를 피해 달아나지? 바로 거기에서 권력의 형상을 본 셈이네. 관직에 있는 자에게는 개가 순종을 하지.
너 못된 포졸아, 그 끔찍한 손 거두어라! 왜 그 창녀에게 채찍을 가하느냐? 너의 등부터 벗어라. 채찍 맞는 그녀의 색정에 너 또한 불타고 있지 않느냐. 고리대금업자가 사기꾼에게 교수형을 언도하는 꼴이다. 해어진 넝마 사이로 작은 악덕 드러나지만 모피 외투는 모든 것을 감추는 법. 죄에 금박을 입혀 봐라.
그러면 정의의 강한 창끝도 맥없이 부러지고 만다. 그러나 넝마를 입히면 난쟁이의 지푸라기도 뚫어 버리지.
아무도 죄가 없다, 정녕코 아무도. 내가 보장하지. 고소자의 입술을 다물게 할 힘을 지닌 나의 말이니 믿어도 좋아. 유리 눈알을 박게나. 그러고서 더러운 음모꾼처럼 안 보이는 것을 보는 척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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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 시종도 없이 나 혼자뿐이란 말이냐? 사람을 눈물깨나 흘리게 해서 눈을 정원의 물뿌리개로 만들고 가을 먼지를 가라앉히는 데 쓸 작정이군. 산뜻한 신랑처럼 근사하게 죽겠다. 그래, 기쁘게 여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