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뭉치 도깨비야 작은책마을 16
서화숙 글, 이형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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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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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완역 출간에 힘써주신 출판사와 번역가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어렸을 때 동화로 읽었거나 혹은 만화로 본 작품들 중에 꼭 완역본으로 보고 싶은 책이 몇 권 있었지만 삶이 바쁘다보니 미루고 미루던 중이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걸리버 여행기>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러한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걸리버의 아버지가 노팅엄셔에 자그마한 땅을 갖고 있었고 아들이 다섯인데 그 중 셋째 아들이 걸리버다.  집이 그렇게 넉넉지 못하니 걸리버는 유명 의사의 도제로 들어가 4년을 일한 뒤 추후에 의사가 된다.  걸리버는 양말가게 딸과 결혼 했으며 사교력이 별로 없어 병원운영이 잘 안되어 선상의사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소셜은 흔히 허구라고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 또는 사춘기 그리고 20대 초중반쯤까지 얼마나 이 허구의 세계에서 행복했었던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 허구의 세계는 점점 매력을 잃어갔다.  현실은 눈앞에 있었고 벅차고 힘든 여정이다.  현실은 그야말로 현실이다.  나의 삶이 허구에 빠질 틈을 나는 좀처럼 갖기 힘들었다.  점차 뉴스를 보고 자기계발서를 보고 정보전달 책을 보고 가끔 사치를 부려봤자 두시간 남짓의 영화나 공연을 보는 게 다였다.  TV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것도 시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한지 꽤 되었다.  뉴스만큼 재미있는게 있을까 싶은 정도다.


그래서 이책을 읽으며 알 수 없는 감정이 나의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에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설가는 허구를 만들어내는,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뻥쟁이인 셈인데, 조나단 스위프트는 보통 뻥쟁이가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인국의 나라나 걸리버가 겪은 일들이 모두 실제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한문장 한문장이 위트 있었고 마치 '진실'을 말하는 듯 거침없이 재미있게 묘사되었기에 어느 부분도 놓칠 수 없이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도대체 몇 살에 썼길래 이런 통찰력을 갖고 있는 걸까.


걸리버는 선상 의사로 일하다가 배가 난파되고 소인국에 들어가서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고위 공직자가 되기까지 하지만 배신과 음모에 휘말리기도 한다.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먹을 거리를 갖다 주거나 걸리버의 몸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다치기도 하고 걸리버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이동하기도 하며 궁정에 불이 났을 때는 무엄?하게도 오줌으로 불을 끄기도 한다.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안경을 쓰고 적들의 화살로부터 눈을 보호해 가며 적을 제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명 피해나 파괴를 반대하는 의견을 황제에게 내는 박애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명을 거역한 행동들과 정치인들의 시기심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삶의 이치와 철학은 담았지만 조나단 스위프트가 묘사하는 소인국 세계 그리고 거인으로서의 걸리버는 온통 눈이 휘둥그레해 지는 재미를 담았다.  나의 머릿속에서 아주 재미있는 만화와 영화가 스르륵 전개 되었다.  걸리버가 황제의 허락 하에 소인국 도시를 구경하는 모습만 해도 그 세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혹시 거리에 남아있을 산책자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걷는 걸리버의 모습과 열어놓은 창으로 들여다보는 궁전의 내부까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느 영화보다도 재미있는 영화를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걸리버는 소인국을 떠나 다음 세계로 또 다음 세계로 모험을 이어가게 된다.  완역본은 조나단 스위프트가 묘사하는 모든 것을 최대한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작가가 17세기의 사람인데 2019년을 살고 있는 나를, 그것도 이제 각박한 삶에 치여 허구의 세계에 시들어진 나의 마음을 이렇게 가슴뛰게 움직일 수 있다니.  명작은 시대를 초월하는구나.  나는 영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시대를 넘는 명작을 꽤 많이 원서로 읽었지만 조나단 스위프트의 작품은 처음 읽어본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과는 상관없는 나의 삶의 고민이나 앞으로의 계획과 걱정이 굉장히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넓고 밝을 수가 있다는 걸 조나단 스위프트를 통해 깊이 배웠다.  그것도 너무나 익살맞고 유쾌한 재미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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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은 놀 것 - 정원 가꾸는 서화숙의 킨포크살이
서화숙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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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내용과 작가가 조금이라도 일치해야 그 글은 가치가 있는 것. 특히 소설도 아닌 이런류의 일기장같이 에세이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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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표지 : 정원의 여인)
클레어 A. P. 윌스든 지음, 이시은 옮김 / 재승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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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현재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 소질이 없어서 엄청나게 발전한다거나 작품을 그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돌이켜보면 그림을 향한 나의 관심과 열정은 꽤 오래되었다. 그동안 그림에 대해 해설해주는 책을 많이도 사 모았다. 아주 가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그림에 관한 책임에도 많은 그림이 실려 있는 책이 드물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림들에 대해서 해설하는 작가 자신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뜻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이 책을 손에 쥐고서 나는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나오는 때로 소박하고 때로 눈부신 색채의 그림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몰랐던 작품들부터 당시 책에 실리던 각종 삽화들에 이르기까지 그림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작가가 그림을 정말 사랑하는 구나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 작품들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은 이야기꾼인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 중 많이 나왔던 사람이 모네와 그의 아내 카미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유명한 지베르니 정원을 비롯해서 모네의 친척이 소유했던 생타드레스 정원까지 많은 정원들이 모네 그림의 배경이었다. 카미유는 가족을 잃은 슬픈 모습으로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나는 원예를 시작한지도 4년여 되었기 때문에 그림 속에 나오는 정원의 생김새나 그 주인공들인 꽃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인상주의 그림답게 꽃을 세밀하게 그리지 않았는데도 내가 정원에서 받았던 그 꽃들의 느낌을 그림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른 봄 눈에 확 띄는 색상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한련화나 겹겹의 꽃잎으로 가장 화려하다는 스탠다드 장미, 지금 한창 시골에서 꽃대를 올리고 있는 접시만한 크기의 시골 꽃인 접시꽃, 제라늄, 제라늄의 사촌 페라고늄, 수국, 디기탈리스, 수레국화 등등 반가운 꽃들이 그 시절 정원에서도 사랑 받고 있었구나 싶었다. 특히나 르느와르 그림의 화려한 색감은 르느와르가 왜 르느와르인지 알게 해주었다. 아니, 사실 이 책을 보고 나는 르느와르에 빠져버렸다. 그가 과감하게 선택한 색상은 그의 그림을 장악하고 나에게 너무나 강렬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나 세계사에 취약한 편인데도 이 책에서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알게 된 부분들도 있다. 1800년대 후기,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은 대개조사업을 벌여 기존의 정원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도시 재계획을 한 것이다. 이에 화가들과 문호들의 반대가 거세었지만 파리의 녹지화는 그럭저럭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화가들의 저항 심정은 고스란히 그림에 남아있다. 이 당시 정원까지 표시된 파리의 지도그림이 이 책에 실려 있어서 파리를 가본 사람이라면 지금 모습과 비교해 보며 더 재미를 느낄 것도 같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일하는 정원에 대해서 그리고 밀레나 피사로의 풍요로운 화풍에 대해서 나오다가 당시 미국의 정원그림까지 나오며 책이 마무리 된다.

작가 클레어 윌스든은 그림과 정원 모두에 오랜 시간 깊은 관심을 가져온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모네가 얼마나 자신의 정원을 넓히고 싶어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장애물과 부딪히며 괴로워했는지까지 자세한 속사정을 독자에게 들려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화려한 색감을 보고 싶을 때, 화가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을 구석 구석 보고 싶을 때, 그리고 작가 클레어 윌스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지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펼치면 자연 속에서 거닐고 쉬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나처럼 정원을 가지고 있거나 원예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훌륭한 가드너들이 이루어낸 다양한 공간 조형이나 색채감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사중인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보이는 몽마르트의 정원이 르누아르에겐 따뜻한 노란 색의 풍경이었나 보다

 

 

온통 주황색 색채감의 몽마르트르 정원과 소녀들

 

 

 

 

당시 책에 실린 삽화인데 수수한 접시꽃과 양배추밭이 멋진 시골 정원의 모습을 띤다

 

 

 

모네가 그린 글라디올라스 정원. 글라디올라스의 기립성이 멋지게 표현된 정원이다

 

 

 

후크시아 정원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뛰어난 원예가라고 생각한다

 

 

 

뤽상부르 정원의 야성적인 자연스러움은 내가 가장 지향하는 정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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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 21세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하여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지음, 박영준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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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한번 보니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대로 써놨구나 싶다.  참 정직한 제목이다. 

 

이 책은 경제서다.  그런데 참으로 인간적인 경제서다.  각종 용어와 숫자가 가득한 경제서가 이렇게 흥미롭게 마음에 와닿은 적이 있던가.  그것은 저자 앤디스턴이 사실만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앤디스턴은 오랜세월 미국에서 노동조합장으로 활동하며 노동계에 몸담다가 은퇴하며 앞으로의 기술화 시대에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될지 또 어떻게 되야하는지 탐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가 만나서 함께 논의한 각 분야의 전문가와 CEO의 개성있는 모습과 그들의 의견이 담겨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노동조합들을 통해 결속하여 정당한 지위와 보상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지금 노동자들은 기술화 시대에 이르러 플랫폼에 모여 일을 할당받아 거의 익명으로 활동하는 존재가 되었다.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기를 꺼려하고 그들의 인생을 책임지기를 버거워한다.   그래서 인력이 필요하면 도급에 재도급을 거쳐 한번 쓰고 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기업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일을 하고 소정의 품삯같은 대가를 받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사무실대신 스타벅스에 모여 일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를 점차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하다못해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할수록 교통사고가 줄거고, 교통사고가 줄면 그와 관련된 보험인이라든지 많은 노동자가 사라지게 된다. 물론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건 대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도 생길 것이다.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을 걱정하지 않는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노동계에 몸담아온 저자는 노동자를 걱정한다.  품삯같은 적은 돈을 받아 집에가서 식료품비와 의료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가족을 부양한단 말인가.  또 몸이 아파 일을 못하면 어떻게 될것이며 그런 일자리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저자를 보고 좋은 시대가 올 것인데 비관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자신의 예상이 기우가 아님을 확인한다. 

 

저자는 전략적 변곡점을 지나 사라져가는 '어메리칸 드림'을 되살려 '제2의 어메라칸 드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저자 자신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이 제도가 노동자들을 구제하고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거라 주장한다.  왜 그런지는 책 후반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을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저자가 독자들과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경제 용어도 현상도 생동감 있게 설명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린시절 열심히 일했던 어른들의 모습과 지금 열심히 일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뻐근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아마존 CEO 베조스에게 편지를 쓴 어느 숨은 노동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대개 '음식과 옷을 구입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부디 앤디 스턴이 희망하는대로 우리가 마음을 모아 노동의 미래를 밝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미래의 대안으로 공공산업진흥 정책에는 어떤 짚어야할 문제점들이 있는가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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