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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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대의 접점을 함께 생각해주는 책

이 시점에 이 제목을 가진 책을 눈 앞에 두니 먹먹함이 먼저 찾아온다.

요즘이라면, 정치가 가진 힘의 위력을 새삼 느끼는 시절이다.

정치가 무엇이더냐는 근본적인 물음은
이제 이 시대를 묻는 거울과 같은 질문이 되어버렸다.

이 책 앞에 서서 초연하게 과거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정치의 추구와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이상의 정치를 보게 된다.

책 속에 밀과 토크빌의 이야기는 그저 한낱 흥미로운 위인의 일대기와 그들의 사상의 엄밀함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가 현재에 와서 내 뱉는 영향의 고리는 그야말로 엄청난 생각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고민과 성찰 없는 정치가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아픔은 세월호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표면화되었다. 대중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나선 정치인의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 권한과 권리는 모호한 단어로 애매한 수준에서 그 기능들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어 대중의 의도대로 이끌어져 오고 있는지 또한 파란만장한 광화문 속, 역사의 한 가운데 서서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구절이었다.

한 개인이 만드는 나라의 위엄을 논하던 시기는 이제 가고, 우리는 대중의 힘으로 변화를 이루어내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중심점에 서 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취업은 힘들고, 생활은 빡빡하며, 집을 사기 위해 10년 장기 대출을 받고, 결혼은 하고 싶지만 미루는 생활은 계속된다.
그렇지만, 나라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한 개인이라는 단위체가 아니라 진정한 하나의 국민이라는 일원으로 기능하는 지금에 이르러 그야말로 대의제를 논하는 대표의 자격과 그 대의를 함께 이루어나갈 나라는 개인의 역할을 성찰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책의 서문에 저자가 언급한 지식인의 참여라는 대목에서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았다. 소위 우리가 말하던 지식인이란 정치가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면 그 안목과 통찰의 힘으로 촌철살인을 하던가, 혹은 정치 속에 투신하여 올 곧지 않은 길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자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세태를 보아하니, 그 누구보다 지식의 왜곡을 선동하는 곳 속에서도 지식인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생각과 행동의 연결고리를 잇는자는 그야말로 행동하는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무거운 책무와 같은 것이다. 고민하고, 거듭하여 발전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던 지식인의 행보가 결국은 자기 만족과 안락의 행보였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 시대에 이 책은 그래서 우리에게 엄중한 성찰의 질문을 던져준다.

정치란 무엇이며, 지식인은 무엇이냐고? 

이 책을 보는 우리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국민에게 자꾸 묻는다.


2.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

비교문학처럼 두 위인을 비교하는 것은 좀 더 그 하나 하나의 인물을 세밀하게 보는데 크게 기여한다.

예전에 밀의 자유론을 가지고 독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토크빌의 이야기를 잠깐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터라 그의 사상과 행로가 궁금했던 터에 이번 책에서 다루어준 자세한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게 다가왔다.

결론 전의 챕터까지는 밀과 토크빌의 사상과 업적을 다루는 부분이라 마치 일종의 전기를 읽는 것처럼 술술 넘어갔다.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일상이 주는 범상치 않은 대목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 꾸려준 밀과 토크빌의 교육과 사랑, 정치와 가족, 사상과 행보 등은 일반인이 겪기 힘든 그야말로 흥미로운 주제들로 꾸려져 있어 밀의 자유론이나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사상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3. 그럼에도 한참이나 무거운....

이 책은 외려 정치인을 꾸짖지 않는다. 
그러나 지식인에게 되묻는다.

왜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는지 엄중하게 이야기한다.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그러기에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격언들은 행동과 실천이 얼마나 무게 있는 것이며, 중요한 것인지 끊임없이 다루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식인이 아니어도 말이다.

지식인이라는 거창한 추임새를 더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행동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을 반추하게 만든다.

지나간 시절은 거울이다. 
거울에 티끌을 찾은 사람과 거울에 옥석만 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성찰이 중요하다.
우리는 티끌을 벗겨내고 옥석을 드러나게 만들어야 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드리운 짙은 질문의 무게는 우리에게 티끌을 벗겨내야 한다는 책무를 실감하게 되면서 부터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이 핑계 저 핑계로 참여하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하는 작은 계기로 삼을까 한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듯
나 또한 내 자리에서 투표와 같은 작은 참여와 실천이 결국 나비효과를 불러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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