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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결국 카오루코의 이야기이고 ,
히가시노의 수많은 주인공들처럼 뭘 해도 결국 마지막엔 안 되는 이야기이다.
상류층 출신의 가즈마사와 어찌어찌 결혼까지는 갔지만, 밀려나기 직전 돌발사건으로 인해 카오루코는 저택과 사회적 지위와 모든 것을 일단은 지킬 수가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인간들은, 미즈호가 죽는 순간 카오루코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강한 집념을 꺾으려고 온갖 짓들을 다 저질러댄다.
심지어 아들이라는 이쿠토조차 엄마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쿠토는 당장 이지메가 두려워서 엄청난 사고를 쳐버렸지만, 자라면 아마도 평생 자기가 한 짓을 후회할 것이다. 미즈호가 조금이라도 더 버텨주었던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결국 카오루코를 흔들고 괴롭히고 무너뜨리려던 자들은 뜻을 이루었고 카오루코는 히가시노의 그 수많은 주인공들처럼 비극의 구렁텅이로 던져졌다. 일단은 살아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카오루코의 뜻과 의지는 그녀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별로 가치 있어 보이지도 않는 아이만 어렴풋이 알게 될 따름이다.
히가시노가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아직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아련함.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비장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