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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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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 채 책을 구매하여 읽었다. 이유라고는 독서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 책에 공감하면 미친놈이라는 글을 읽었고 또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실제 방화사건을 모델로 한 것과 작가인 미시마가 극우로 변질하여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단지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어렴풋이 금각사를 태우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금각사를 태우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각사 방화범인 미조구치가 방화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서술한다. 내가 어떻게 불에 태우는 내용을 예상했는지는 모르겠다. 이전에 나도 모르게 접한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미조구치가 이 작품 주인공인데 사실 아직 그 이름이 생소하다.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미조구치가 대부분 “나”로 표현되기 때문인 듯 하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도 들어가 있다고 하니 더더욱 미조구치라는 이름보다는 “나”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미조구치가 추남이기에 많은 콤플렉스를 느끼고 미에 관해 질투했다는 해설도 읽었는데 소설 내내 미조구치가 추남으로 느끼는 콤플렉스가 언급되기는 하나 세밀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미조구치가 진짜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말더듬이라고 생각한다. 말더듬이 관련 내면 서술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고 말을 더듬음으로써 결국 말이 아닌 행위자가 될 수밖에 없던 서사도 있기 때문이다.

미조구치가 금각을 질투했는가에 관해서도 사실 처음에는 실망했고 금각과 삶이 밀접해진 이후에도 과연 그 감정을 질투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복잡했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려울 거 같다. 금각사로 표현되는 “미”, 즉 아름다움이 미조구치의 삶을 핍박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결단코 가질 수 없는데 계속 알짱거리니 괴롭기도 했을 거 같다. 결국 미조구치의 결론은 금각을 불태움으로 그 고리를 끊겠다는 건데 사실 마음속에서 불태워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미조구치도 마지막에 그 생각을 하지만 결국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방화를 저지른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어도 세부 내용은 많이 다르기에 실제 인물의 결말이 곧 미조구치의 이후 행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 인물의 말로를 보니 퍽 우울한 감상이 들었다. 잘 읽히는 소설이지만 난해했다. 난해한 소설을 이렇게 잘 읽히게 쓴 미시마도 대단한 거 같다. 이해 못 한 부분들도 많은 거 같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우이코에게 거부당했을 때 이미 미조구치의 운명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을까?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미조구치의 마지막 말을 위로로 삼아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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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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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피터슨의 신간이며 한창 베스트셀러였을 때 구매했다. 사실 이전 작인 12가지 인생 법칙도 읽어보았기에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산 것은 아니었다. 책 자체가 나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던 피터슨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가 많이 있고 마음 가다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사게 되었고 틈틈이 재밌게 읽은 것 같다.

히트를 친 전작보다도 오히려 더 읽기 좋았던 감상이다. 다 읽고 나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면 “책임”이라는 단어이다. 회피하고 그저 편한 것만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책임을 지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당연한 말이 아닌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당연한 말들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전통적 규범, 가치관이 그만큼 붕괴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이 이제 필요가 없다 하고 앞으로 나아갔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것들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전통적 규범과 가치관들이 인간에게 중요했을 수도 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일종의 사회현상이라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것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쉽게 여기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간다.

자기개발서와 같은 부류를 혐오하는 성향이라 사실 조던 피터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책 같다. 물론 기존의 자기개발서보다야 아주 당연하고 올바른 말들을 하므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책임과 냉소를 버리라는 둥 여러 조언은 퍽 마음속에 박힌 것 같다. 올바른 길, 올바른 길을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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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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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서 후의 감상을 글로 남겨보면 좋을 거 같아서 부족한 솜씨지만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주문한 책으로 주문하고 나서 1권을 읽고 1년의 세월이 지나서 2권을 다시 들어 읽고 또 1년? 정도 지나서 최근에 3권을 다시 들어서 다 읽게 되었다. 최소 3년은 두고 읽은 책이며 그만큼 사실 읽기가 쉽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최근 읽은 3권은 쉽사리 금방 다 읽은 거 같아서 과거에는 이 책을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다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조금 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러시아 소설답게도 등장인물이 다양하게 나오며 그 특유의 복잡한 이름이 나온다. 그래도 러시아 소설을 과거에 몇 번 읽어보았기 때문이지 크게 문제가 되고 그러지는 않았다. 주요 인물들은 제목에 나오듯이 카라마조프 가의 세 형제다. 미챠 이반 알료샤 이렇게 삼 형제다. 보통 소설을 읽다 보면 매혹적인 인물 하나에 끌려 그 인물에 주로 공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세 형제는 모두 각각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서 세 형제 모두에게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심리묘사가 뛰어나기도 했을 것이다. 미챠는 내 광기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사건 후 밤에 돈을 펑펑 쓰면서 도박을 하는 모습과 그 심리를 읽으며 전율을 느끼기도 했고 내가 저 상황이라도 저렇게 느끼지 않겠냐는 생각을 강하게 느꼈다. 이반은 지식과 의심, 그리고 자기혐오 하는 모습에서 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소설 내 이반이 만든 것으로 나온 대심문관 이야기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였고 진리의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과 끊임없는 죄책감과 자기혐오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알료샤는 신앙을 대변했다. 사실 너무 착한 알료샤에게 그렇게 공감할 수 있을까도 했지만 조사마 장로의 시체에서 나는 악취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에서는 정말 감정적으로 이입을 많이 한 거 같다.

아무래도 도스토옙스키 최후의 작품이고 2부도 기획했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이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은 난다. 미챠랑 이반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니체 때문이었다. 니체가 그렇게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좋아했더라 해서 나도 한번 하는 심리로 도스토옙스키 작품도 읽어보고 그의 전기, 그의 사상을 정리한 책도 여럿 읽어보았다. 그 정점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이 소설이다. 결국 구원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사람은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는가 그런 문제가 논리로 이성으로 해결이 가능한가? 도스토옙스키는 불가능하다고 봤다는 거 같다. 대심문관 이야기에서 온갖 항변을 내놓는 늙은 대심문관에게 그리스도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저 그 메마른 입술에 입을 맞춘다. 도스토옙스키는 이것을 해결책으로 봤던 거 같다. 결국 사랑, 메마른 입술에 입맞춤으로 위로해주는 것 그게 도스토옙스키식 구원이었을지 않을까? 이 책을 덮고 가장 기억에 남는 알료샤의 말로 마무리를 하려 한다. 우린 그 무엇보다 삶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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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와 벌 1~2 - 전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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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중에서 그 유명함과 대중성으로는 단연 탑을 차지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구매를 하게 되었다. 한 절반쯤 읽었을 때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가독성과 재미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왜 이 소설이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심리묘사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묘사, 자기합리화의 과정, 감정의 절정 등 이 사람이 뛰어난 소설가뿐만 아니라 또한 뛰어난 심리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스콜니코프, 살인자에 대한 묘사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인물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살인의 배경이 되는 사상, 즉 나폴레옹이라면 대의를 위해 작은 악행쯤은 서슴없이 할 것이다. 로쟈의 이 사상은 읽기 전부터 죄와 벌에 대해 들어봤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다. 소설 상에서는 이 내용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전체적인 소설 스토리 상 중반부나 되어서야 등장한다. 로쟈가 쓴 논문의 내용이었는데 예심판사 포르피리로부터 언급이 되며 포르피리가 로쟈에 대해 의심을 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죄와 벌을 제대로 읽기 전에는 어렴풋이 로쟈가 저런 사상을 가졌으니 일종의 광신이 아닐까 어마어마한 확신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겠다고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실상은 영 딴판이었다. 로쟈는 자신도 자신이 살인을 저질러도 괜찮은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살인을 저지르자마자 알게 되었다. 살인 후에도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렸으며 심각한 병을 앓게 된다. 로쟈 자신도 생각하기를 본인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은 비범한 인물이 아니란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로쟈가 결국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살인에 대한 회개라도 하였는가? 에필로그까지도로쟈는 고뇌에 차 있었으며 본인이 잘못한 것이라고는 결국 비범한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지 못하고 자수를 해버린 것,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로쟈가 마지막에 구원받는 것은 본인의 깨달음이나 성찰 혹은 반성, 회개와 같은 것이 아니라 오직 소냐로 인해서다. 로쟈가 소냐를 전적으로 사랑하고 소냐가 로쟈를 전적으로 사랑함으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로쟈는 지긋지긋한 비참과 그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좀 급작스러운 면모가 있어 죄와 벌의 옥에 티라고 많은 평론가가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마 도스토옙스키가 마무리를 좀 급하게 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소냐는 창녀이고 로쟈는 살인자다. 둘 다 사회에서 정한 선을 한참 넘어버린 비참한 자들이다. 소냐와 로쟈는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인물들이다. 둘 다 선을 넘어버린 것은 맞지만 소냐는 자신을 최악의 죄인이라 생각하고 어쩔 줄 모르고 로쟈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며 온갖 궤변을 잘도 늘어놓는다. 그런 로쟈가 결국 소냐의 사랑으로 구원받게 된다는 것, 그러니 비참한 죄인들아 서로 사랑하자는 것 그런 내용을 급하게 마무리하려던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전형적인 반성, 죄책감, 회심, 새롭게 되는 등의 요소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던 거 같고 더 사실감 있게 읽었던 거 같다. 이 소설에는 소냐가 완전한 인물 즉 그리스도로 표상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쟈가 소냐에게 살인을 고백하는데 그 이유도 바로 솔직히 대지 않고 서로 다른 이유를 세 가지를 대었다. 궤변일 수도 있지만, 조금씩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지막 이유가 인상 깊었다. 나 자신을 위해 죽였다.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의 정답일 수 있을까? 사랑이면 다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순간이 삶에 있어 종종 오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격정이 진리이냐는 의문은 떨칠 수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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