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인간 1 - 밀약 운명의 인간 1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신원문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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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게 찾아온 운명의 순간

치열한 첩보전이 연일 일어나는 언론의 세계에서 정보의 선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그 정보의 중요도와 기밀성이 '특급'이라면 정보를 캐낸 취재원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살만하다. <운명의 인간>은 정치부 기자들의 그런 치열한 정보 전쟁을 다룬 소설이다. 웬만한 능력과 연줄이 아니고서는 다가갈 수조차 없는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가장 뜨거운 기삿거리를 만드는 그들. 국민의 알 권리와 기자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자신의 온 시간을 할애하는 그들은 '현장의 사람들'이었다.

어김없이 그 날도 유미나리 료타는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그는 정치부 기자의 필수자질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위층과의 면식과 연줄이 많았고, 까다롭다는 평을 받는 거물과도 스스럼없이 대하는 몇 안 되는 엘리트 기자였다. 사람들은 그를 거만하게 보기도 하지만 거만함마저 당연하듯 보이게 할 만큼 그는 능력이 있었고, 매사에 자신감 있는 행동으로 신문사 윗선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리고 운명의 그 날, 우연찮게도 그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중요한 문서를 보게 되고, 충만한 자신감으로 그동안 쌓은 깊은 신뢰감이 오늘에 이르렀다 자부하며 최고의 특종을 잡았다는 마음으로 문제의 문서를 취재한다.

그가 취재한 자료는 실로 중요하고도 기밀한 사항이었다. 내부자 외에는 결코 접근 할 수 없는 중요도와 기밀성 모두가 최고 등급인 사한이었다. 하지만 유미나리 료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폭풍을 만나고 만다. 그가 취재한 문건의 내용이 이상하게 흘러들어가 정치적인 스캔들에 휘말려버린 것이다. 그는 정보의 공개를 통해 현 정부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비판코자 했던 것이지만 예기치 않게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사용돼버린 것이다. 더욱이 그 정보는 사사로운 루트로 은밀하게 입수한 것이었기에 그는 졸지에 범법자의 처지에까지 몰려버린다. 답답하게 꼬여만 가는 사태, 과연 그는 이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들과 꾸준히 인간관계를 쌓고, 중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아는 유미나리 료타는 베테랑이었고, 업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기자였다. 하지만 그는 입수한 정보의 처리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을 궁지에 빠뜨린다. 특히 료타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거물들과 최고급 술집을 드나들던 그가 하루아침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돼버렸으니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과연 료타는 그만한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다분히 정치적인 공세의 희생양 일까?

일단 최초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유미나리 료타는 우연히 눈에 띈 정보를 마치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인 양 확대해석했다. 그래서 그는 상식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 기밀문서 복사본을 얻게 된다. 개인적인 친밀함을 내세워 공적인 영역의 일까지도 자신의 의도대로 행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얻은 정보를 심사숙고 하지 않고, 주위의 누군가와 의논도 없이 너무 쉽게 다른 이의 손으로 흘려보낸다. 정부의 비밀스런 공작을 만천하에 알려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취재원의 안위조차 지키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런 희생까지 따라야 하는 것일까? 좀 더 치밀한 계획과 행동으로 알 권리와 정보원의 보호 모두를 이뤄야 하지 않았을까? 지엄한 국가 권력 앞에 선 료타가 과연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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