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인동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땅, 하의도. 이곳은 바다와 접해 있으면서도 어업보다 농업이 주업이었던 독특한 곳으로 그 특이성만큼이나 특별한 역사가 새겨진 곳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하의도가 가진 수난과 오욕의 역사였으니 이 작은 외딴섬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세월이었다.

하의도는 섬이었지만 둑을 쌓고 논을 쳐 상당한 농지가 조성된 곳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인조반정 이후 실권을 잡은 인목대비가 선조의 유지를 내세워 하의도의 농지를 정명공주에게 하사토록 했던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정명공주는 홍 씨 가문과 혼인을 했고, 따라서 하의도의 농지는 대대손손 홍 씨 가문의 것이 된 것이다.

인조의 명대로 농지의 20결만 홍 씨 일가가 받고 있던 중 농부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만들어놓은 140결의 농지에 대해서도 욕심이 난 홍 씨 가문은 선조의 유지를 내세워 이 토지에 대해서도 징수하기 시작한다. 농부들은 대대적으로 저항했으나 당시 유력한 세도가였던 홍 씨 가문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개혁 군주인 정조가 왕위에 오르자 하의도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지만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홍 씨 일가의 농간으로 임금이 내린 어제가 훼손당하는 바람에 문제의 해결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들의 호소할 길 없는 억울함은 대를 이어 깊어만 갔다.

구한말 하의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관찰사 이호준의 지시로 하의도는 마침내 농민의 품으로 오는 듯했지만 홍 씨 일가는 이 땅을 처분해버렸고, 일제강점기에는 결국 일본인의 손에 넘어갔다. 일제가 물러가자 하의도는 다시 미군정의 아래에 놓이게 되었고, 농민들은 다시 불같이 일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농민의 품으로 돌아온 하의도. 이 땅은 흙 묻은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온 농민들이 지켜낸 거룩한 곳이었다. 이 한 맺힌 역사의 기운 때문인지 이곳에서 태어난 김대중에게도 일생도록 숱한 어려움과 위기가 찾아오지만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된다.

<만화 김대중 1>은 그의 고향 하의도의 역사와 어린 시절의 김대중 그리고 청년 사업가에서 젊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정치인으로 이제 막 활동할 무렵 갑자기 터진 한국전쟁은 그에게 엄청난 위기를 몰고 온다. 자본가였던 그는 인민군의 표적이었고, 급기야 체포되어 죽을 운명에까지 처하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발판삼아 수용소 탈출에 성공하고, 크게 한숨 돌린 그는 그동안 방치했던 사업을 돌본다. 그러던 중 이승만의 부정한 정치 행각과 부산에서 발생한 정치파동을 계기로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그는 정계에 투신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그가 우리나라 정치사에 전면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만화 김대중 1>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식민 국가의 아들로서 겪었던 수치심과 민족애는 그에게 오기와 끈기를 갖게 했고, 한국전쟁을 전후로 그가 지켜봤던 우리나라의 암담한 정치 현실은 그를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정치 인생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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