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더러 살라고 해서 난 정말로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게 죽는 것과 뭐가 다르죠? 내가 사는 게 후씨 가문, 루씨 가문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모두 사라졌는데, 내가 후씨 가문 사람인지 루씨 가문 사람인지 누가 신경이나 써요? 다들 내 목숨을 지켜주려 했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몰라요. 이런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딩쯔타오는 이제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눈물이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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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먼지는 먼지일 뿐이지. 잊어야 하는 일이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든 결국에는 모두 잊을 수밖에.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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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없던 시대에는 오히려 알고 있었어. 건축이란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 속에 녹아 유기적인 한 부분이 되어야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말이야. 반면 지금은 대부분의 마을이 자연에 시위하는 형태로 건물을 짓지. 마치 봐봐, 내가 너보다 훨씬 대단하니까 더 빛나고 멋져야 해, 라고 말하는 것 같다니까. 그런 건축은 결말이 좋을 수 없어. 자연의 힘은 이길 수 없거든.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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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의 주머니와 영혼을 키우는 것은 ‘노동의 녹’이다.

먼지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과 시간의 흐름을 읽게 해주는 자취다. 어떤 것이 그곳에 있다는 것 또는 있었음을 알리는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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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는 의미가 숨겨진 암호다. 재료 속에는 한 편의 시가 담겨 있다.

결국 예술가의 차이는 타고난 시대의 차이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예술의 가치는 보장된다. 그래서 예술은 어느 시대의 것이건 대부분 시대를 잘못 타고난다.

과학적 지식 덕분에, 우리가 예술 작품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으며, ‘재료’라는 시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음미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시간의 흐름, 노년의 흔적, 죽음의 지배. 누렇고 약한, 지워지지 않는 주름을 떠올리게 하는 것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실용적 재료에도 모두 그 안의 우주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모든 재료는 서로 다른 기하학적 배열로 연결된 원자들의 우주가 있다. 화학자들은 그 우주를 설명하고, 장인들은 그 우주를 활용하며, 예술가들은 그 우주를 언어로써 사용한다.

금선은 금가루를 섞은 수지로 도자기의 깨진 부분을 수선하는 기법이다. 깨지거나 수선된 부분을 숨기기 보다는 그 흉터를 금으로 장식해 물건을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금선은 물건이 지닌 역사적 가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선하며 보관할 만큼 아꼈던 누군가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웃음과 유머는 무의식과 직접 만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본능적인 반응을 터뜨리는 폭력 없는 트로이 목마다."

가벼운 시선을 거두고 진심을 담아 바라보기 시작하면 꽃이 피어난다.

립스틱의 역사는 과학, 음악, 정치의 역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의 힘에 대해 말하는 역사다. 나는 립스틱을 원해서 바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립스틱을 바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분야를 공부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이힐을 신는다.
신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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