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겠습니까? 울림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잘 들리는 법입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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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주고받음이 일종의 세상의 리듬이라는 것 - P15

산 정상의 마지막 고비에서 사람들은 가장 비관적이 되곤 하니까. - P17

더러운, 그러나 가능성으로 가득찬 진흙더미. - P26

수민은 이제 자신에게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아름답게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 단어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옆자리에 앉은 풋풋한 커플이나 그보다 어린 사람들의 것일 때만 좋아 보였다. 특히 결혼 후 그 말이 수찬의 입에서 튀어나올 땐 늘 싸움으로 번졌다. 어떤 때는 ‘현실‘이나 ‘인내‘ ‘책임‘ 같은 단어로 수찬의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신에게 가능성이란 이제 유효하지 않은 단어일까? - P26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 P34

세상은 개인의 실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굴러간다는 자명한 사실. 그런 자각이 아침마다 수민을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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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7

마주하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시시해졌다. 바람이 한번 불고 지난 뒤의 모래사장처럼 마음의 표면이 평평하게 균형이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고작 그 시시함으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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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추위에 떨고 있던 나는 방랑하던 거지들이 놓고 간 불을 발견했는데, 그로부터 열기를 느끼고는 기쁨에 사로잡혔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 다 타지 않은 불씨에 맨손을 댔다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곧 손을 떼었다.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요인이 저렇게 반대되는 결과를 낳다니!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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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빅토르, 거짓이 그리도 진실처럼 보인다면, 그렇게까지 진실로 보일 수 있다면, 과연 누가 행복을 장담할 수 있을까? - P123

똑같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내 떠나는 길은 여전히 자유로우니.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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