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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평점 :

* '스완'이라고 하면 모두 백조를
뜻하는 단어임은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백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떨까?
나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늘 '백조의 호수'가 떠올랐다.
세계 3대 발레로 손꼽히는 작품.
* 음악도 꽤 유명하다.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그 음악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중가요 속에도 멜로디가 쓰일 정도이니,
이젠 안들어본 사람을 찾기 더 힘들지 않을까싶다.
* 이런 이미지를 품고 있는 '스완'이라는 단어.
그럼 이 단어가 책 제목으로 쓰이면 어떨까?
재일교포 3세에 쓰는 족족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다니는 작가님은 나에게
어떤 백조의 호수를 보여줄지 기대됐다.
* 만약 이 작품을 극으로 만든다면
장면1은 4월의 날씨 좋은 주말,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으로 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마다 밝은 표정에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
꽉 막힌 차 속에 무장을 한 세남자로 묘사되지 않을까?
* 구스, 반, 산트라는 미국의 영화감독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는 세 남자.
생김새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세 남자가
스완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장면2는 스완 내부를 보여줄 것이다.
한가롭진 않지만 평화로운 내부.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약속 장소에서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
슬슬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로 말이다.
* 그리고 장면3, 사건이 시작된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남자들의 무차별 총기 난사.
흑조 광장과 백조 광장으로 나눠진
정 반대편에서 각자 총을 들고 사람들을 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도 총을 구하기란 쉽지 않아서
딱 두 발씩만 쏠 수 있는 사제 권총을 만들었다.
그 총으로 눈에 보이는 이들은 모두 쏜다.
도망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시체가 된 사람도 있다.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고, 도망가려다가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난 차량들도 있다.
* 그리고 스카이라운지.
여기서 범인은 한 여고생을 인질로 잡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다음으로 죽을 사람을
네 손으로 고르라는 아주 잔인한 주문을.
범인과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살아남은 이즈미는
곧 모든 이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 그로부터 반 년 후, 이즈미는 한 초대장을 받게 된다.
생존자들이 모여서 '일요일의 할머니'로 불리던
기쿠노 씨가 죽은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도움이 되면 보너스가 주어지는
아주아주 기묘한 모임.
그 날, 스완에서는 이즈미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오데트와 오딜은
흑과 백, 선과 악으로 구분될 만큼
대비가 뚜렷하다.
남자 주인공인 지그프리트 왕자와
먼저 사랑에 빠지는 오데트 공주는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 달빛이 비추는 밤에는 본모습으로 있게 된다.
* 흑조이자 악마의 딸인 오딜은 뒤늦게
왕자를 유혹하고, 왕자는 또 홀랑 넘어가게 된다.
상심한 오데트는 선으로, 악마의 딸이자
다른 이의 사랑을 빼앗은 오딜은 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둘은 보통 1인 2역으로 연기하게 된다.
세상은 정말 명확하게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 내가 이즈미였다면, 내가 고즈에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나는 그 아비규환 속의 햇살, 냄새, 온도, 습도 등
아무것도 모르니까.
* 출판사 도장깨기 중인데
블루홀6에서 출간된 책은 총 80권이다.
(현재 80번째 책 예약판매중!!)
그 중 스완은 내가 읽은 10번째 책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책을 덮고 나서 느꼈던 그 모든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빠순이를 자처할 작가님이 또 하나 늘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1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