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0 세트 - 전20권 (반 고흐 에디션)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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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의 '필사적으로'를 통해서

고흐 에디션을 받아 보게 되었다.

쓰는데도 26년 여의 시간이 걸린 만큼

읽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 하지만 묘하게도 한번 읽게 되면,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먼저 문장들이 그렇다.

어떻게 보면 투박해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 여성스럽고 우아한 문장들.


* 풍경을 묘사하면 그 날의

햇살과 바람, 들녘이 지닌 냄새와

그 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늘 이 책을

필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인물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수려하든 못났든 증명사진을 찍어

내 눈앞에 들이민 것 마냥

눈에 훤히 보이는 그들의 특성이 매우 재밌다.


* 그 인물들의 감정과, 사건과 갈등,

해결과 나라의 사정들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냈다.

토지는 인물들의 사건과 관계만 따라가며 읽으면

K-드라마 한 편은 뚝딱이고,

역사적 사건들만 따라가서 읽으면

이만한 역사서는 또 없다.


* 작가님이 가진 그 방대한 지식과

매우 많은 인물들을 오차없이 그려낸 능력,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사건들까지.

무조건 두 번 이상은 읽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에 대한

존경심과 또 필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 차분히 앉아서 그 문장들을 적고 있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들을 따라 광풍이 몰아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절,

내 나라, 내 땅을 침략한 그들을 어쩌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당해야했던 그 시절을

최참판댁 서희에게 투영하다니.

그저 감탄에 감탄만 더할 뿐이다.


* 마음에 쏙 드는 예쁜 표지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꼭 몇 번이고 읽게 만드는,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그것.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따라 적으며

잠시나마 그 시절로 여행을 다녀온다.

언제 읽어도, 어느 때 읽어도 좋은 책.

정말 좋은 책이란 이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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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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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달아서 읽어본 나카야마 시치리
법의학 시리즈이다.
부검에 미친 영감탱이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 됐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애송이들의 반란이었다.

* 유명한 솔로 아이돌이 콘서트 중에
추락해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가 봐도 사고이지만 현경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커렉터의 글에 의해서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넘어가게 된다.

* 커렉터, 교정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현경에 오는 모든 시체들의 부검을
원하는 것처럼 글을 써댄다.
개중에는 정말 숨겨진 사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검시만 하고 넘어가도 될만한 일들이었다.

* 한편, 전편에서는 애송이였던 우리의 마코토와
고테가와 형사는 이번 편에서 애송이 티를 조금 벗은 것 같다.
마코토는 이제 정식으로 법의학 교실의 일원이 되었고,
고테가와는 여전히 애송이, 멍청이로 불리지만
나름의 신념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보기 좋았다.
꼬장꼬장하게 늙은 영감님도 정정해 보여서 다행이었고.

* 여기에 하나의 재미를 더해서 러브라인 조짐이 보이다니!!
사겨라! 짝! 사겨라! 짝!
내심 응원했는데 왜 밥 먹으러 한 번을 안가니....?
보는 내가 속이 터지고 답답해서 이거 원....
시신 빼돌리러 갈 때는 그렇게 저돌적이고
죽이 잘 맞더니, 왜 여기서는 고구마였던가!
둘이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사는거 보고싶다구요!

* 책은 전체적으로 작게는 사건들을 다루면서 부검을 하고
크게는 커렉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 뒤를 쫓는 것이
큰 핵심이었다.
더불어 법의학이 어떤 현실인지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었다.

* 법의학 환경은 비단 일본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열악하다고 알고 있다.
'고인을 두 번 죽인다' 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의 10년 전 쯤에 제주도 여행 중
갑자기 돌아가신 작은할아버지를
부검하게 된 경우가 있었다.

* 집도 아닌 타지였고, 식사중이었기에
독극물에 대한 살인 위험이 있어서
부검이 진행됐었다.
현장에 같이 계셨던 할머니는 한동안
트라우마로 인해 식사도 제대로 못했고
아빠는 제주도를 이틀 동안 네 번이나 왔다갔다 해야만 했다.

* 시신이 안와서 장례식장을 잡을 수도 없었고,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던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허망하고, 이걸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래도 그때 사인을 명확하게 밝혔던 것이
잘 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 속에서의 부검은 하면 할 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늘 예산에 쪼들려서 귀신도 돈 있는 사람이
성불한다는 말도 돌았다.
오로지 고인을 위해서, 그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사인을 명확히 밝혀주는 일을 하는 법의학자들의 처우가
누가봐도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만이라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 아쉽게도 법의학 시리즈는 2권까지 밖에 없다.
내심 시리즈가 쭉쭉 나와서 법의학 교실에
지원하는 희망자들이 미어터지고,
더 이상 예산에 쫓겨 부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기에 둘이서 꽁냥꽁냥하는 모습도 담겨진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시치리 형님!! 써주세요 얼른!!

* 출판사 도장깨기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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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자고 묘하니?
주노 지음 / 모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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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고양이가 고양이의 시점으로 쓴 책이라는데,
14년 차 집사인 내가 안읽을 수 없지!
뭔가 이 책을 읽으면 14년 째
이해하려고 노력 중인 우리 냥냥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 책을 펼치자 자신을 '묭'이라고
소개하는 귀여운 고양이가 나타났다.
글을 쓸 줄은 알지만, 집사와 어색해 지는 건
싫으니 비밀이란다.
음, 집사만 모르고 이젠 다들 아는 비밀이 되었겠군.

* 고양이 묭이의 밤은 은밀하고, 치밀했다.
집사가 잠든 밤을 틈 타
몰래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거하게 벌인다.
가끔 우리 냥냥이도 츄르 한사발 거하게
걸치고 온 듯한 표정으로 자던데.....
요녀석, 엄마 몰래 나갔다 온거였구나!!

* 묭이가 집사에게 바라는 점도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묭이 우리 냥이랑 친구니...?
냥냥이가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아
마음에 콕콕 가시가 박힌다.
미안해.. 이젠
'우리 집 냥냥이는 돼지 냥냥이!
눈만 뜨면 밥 달라고 냥냥냥
밥 먹으면 재우라고 냥냥냥'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개사)
노래 안부를께T^T

* 그렇게 뜨끔한 현실들과
집사를 생각하는 묭이의 마음,
묭이가 지새우는 은밀하고 깜찍하고
치밀하면서도 귀여운 밤들을 지켜봤다.

* 묭이는 흔히 집사들이 얘기하는
'산책 냥이'로 보였다.
집 밖으로 나가면 죽는 줄 아는
우리 애한테서는 공감이 안가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저, 밖의 아이들은 이렇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노력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내가 다 데려오고 케어할 순 없으니
최대한 무신경하게 대하려고 하는 중이다.

* 아는 사람은 이제 다 알겠지만
나는 있다! 고양이!!
내 냥냥이는 작년에 큰 수술을 했다.
3주의 입원 기간을 거치고,
퇴원 후에는 더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벌써 14살, 두 손 바닥에 폭 담기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13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지....

* 그래서인지 묭이가 처음 집사에게로 오던 느낌,
묭이가 처음 집사와 함께한 밤,
이런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집고양이로서, 집사가 잠든 밤에 잠든 집사를 보면서,
때론 떨어지는 눈과 비를 보면서,
꿈을 꾸고 울고 웃는 집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들을.

*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그래도
남의 집 고양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공감했던 부분은 완전 대공감이었으니까!
냥냥이 껴안고 보는 묭이가 쓴 책이란!
이 맛은 나밖에 모를 거다 하하:)
이제 묭이의 당부처럼 절대로!
냥이한테 돼지라고 안놀려야겠다.

* 껌딱지 녀석 때문에 요즘에는
화장실도 문 열어놓고 가고,
샤워도 문 열어놓고 하고 있는데
이게 엄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니!!
그러기엔 밖에서 너무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 너이지만,
이젠 화 안낼께.... 네가 지켜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든든하구나 하하하:)

* 냥냥이는 앞으로 죽을때까지
내 옆에서 함께할 거다.
바람이 있다면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건너길 바라는 마음이다.
묭이야~ 묭이도 집사랑 계속계속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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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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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장깨기를 하는 중이다.
출간일과 상관 없이 그저 끌리는대로
책을 골라잡아 읽었었다.
그러다 문득, 이 출판사가 처음 낸
책이 읽고싶어졌다.

* 2017년에 초판 발행된 책.
도장깨기를 하면서 내가 가진 습관 중
제일 먼저 무시했던 것이
책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여기꺼 다 읽을건데 뭐~' 라는
생각이 있어서 순서도, 내용도, 작가도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내가 사전에 알 수 있는 건 출판사와 제목뿐.

* 그랬는데!! 첫 출간작이 시치리 형님이라니.
거기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하면
이건 무조건 의술이다!!
신나서 책을 펼치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첫 문장.
"당신, 시신은 좋아합니까?"

* 인사도 나누기 전에 받은 질문치고 꽤 강렬하다.
주인공도, 읽는 독자도 말이다.
여기는 우라와 대학 법의학 교실.
임상 연수장이자 내과의인 쓰쿠바 교수의 지시에 따라
연수의로 법의학 교실에 찾은 마코토.

* 그녀는 첫 질문과 함께 외국인 조교수 캐시에 의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읊게 된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그리스 신 앞에서
맹세한 선언으로 의대라는 간판이 걸린 곳이면
어디든 게시 되어 있는 그것.
의과에 몸을 담으면서 누구든 하게 되는 그 선서를 말이다.

* 이 히포크라테스의 진정한 의미를 캐시는
알려주지만 마코토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초로의 노인이라고 할 만큼 작은 체구에
백발이지만 눈빛만큼은 매서운 법의학 교실의
터줏대감 미쓰자키 교수이다.

* 마코토는 캐시에게 받은 질문과 동일한
질문을 미쓰자키에게 받게 된다.
"자네, 시신은 좋아하나?"
정답지를 알려준 캐시 덕분에 질문은 잘 넘어가지만
왠지, 이 영감 시신에 미친 영감 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 현경인 고테가와는 병력이 있는 시신이 발견되면
즉시 연락을 해달라는 미쓰자키의 말을
신탁처럼 받들고 행하게 된다.
늘 칭찬보다는 욕을 더 많이 먹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
미쓰자키라면, 절대 쓸데없는 부검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 사고사로 결정난 사건을 우기고,
생떼를 쓰고, 시신을 중간에 빼돌려서라도
부검을 하게 되는 부검에 미친 영감 같다.
하지만 부검을 하는 그의 손을 보면
또 신이 내린 손, 하나의 예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쯤 되면 마코토도 독자도 슬슬 미쓰자키 영감에게
물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 그런데 마코토를 법의학 교실로 보낸 쓰쿠바는
은밀하게 그녀에게 미쓰자키가 하는 부검에 관해 묻고
그의 동향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쓰쿠바는 왜 마코토에게 그를 감시하라고 한 걸까?
신의 손을 지닌 영감이 병력이 있는 시신들을
부검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쓰자키는 늘 얘기한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시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그가 가진 신념은 서약일까, 위약일까?

* 사건이 거듭될 수록 들어나는 공통점들,
그 몇 가지 사실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였을 때,
하악!!!! 요상한 쾌감과 함께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역시, 시치리 형님!! 역시 블루홀6!!

* 보통 책이 나온지 5년만 지나도 그 책을 읽으면
옛날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쉽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10년 뒤에 읽어도,
20년 뒤에 읽어도 지금과 같은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었다.
대체, 이런 작품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순수한 질문이 떠오르기도 했다.

* 내가 하다하다 부검하는 영감탱이를 좋아할 줄이야~
빨리 다음 권으로 넘어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인다.
오랜만에 아드레날린이 뿜뿜하는 책이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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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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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완'이라고 하면 모두 백조를
뜻하는 단어임은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백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떨까?
나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늘 '백조의 호수'가 떠올랐다.
세계 3대 발레로 손꼽히는 작품.

* 음악도 꽤 유명하다.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그 음악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중가요 속에도 멜로디가 쓰일 정도이니,
이젠 안들어본 사람을 찾기 더 힘들지 않을까싶다.

* 이런 이미지를 품고 있는 '스완'이라는 단어.
그럼 이 단어가 책 제목으로 쓰이면 어떨까?
재일교포 3세에 쓰는 족족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다니는 작가님은 나에게
어떤 백조의 호수를 보여줄지 기대됐다.

* 만약 이 작품을 극으로 만든다면
장면1은 4월의 날씨 좋은 주말,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으로 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마다 밝은 표정에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
꽉 막힌 차 속에 무장을 한 세남자로 묘사되지 않을까?

* 구스, 반, 산트라는 미국의 영화감독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는 세 남자.
생김새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세 남자가
스완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장면2는 스완 내부를 보여줄 것이다.
한가롭진 않지만 평화로운 내부.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약속 장소에서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
슬슬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로 말이다.

* 그리고 장면3, 사건이 시작된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남자들의 무차별 총기 난사.
흑조 광장과 백조 광장으로 나눠진
정 반대편에서 각자 총을 들고 사람들을 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도 총을 구하기란 쉽지 않아서
딱 두 발씩만 쏠 수 있는 사제 권총을 만들었다.
그 총으로 눈에 보이는 이들은 모두 쏜다.
도망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시체가 된 사람도 있다.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고, 도망가려다가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난 차량들도 있다.

* 그리고 스카이라운지.
여기서 범인은 한 여고생을 인질로 잡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다음으로 죽을 사람을
네 손으로 고르라는 아주 잔인한 주문을.
범인과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살아남은 이즈미는
곧 모든 이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 그로부터 반 년 후, 이즈미는 한 초대장을 받게 된다.
생존자들이 모여서 '일요일의 할머니'로 불리던
기쿠노 씨가 죽은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도움이 되면 보너스가 주어지는
아주아주 기묘한 모임.
그 날, 스완에서는 이즈미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오데트와 오딜은
흑과 백, 선과 악으로 구분될 만큼
대비가 뚜렷하다.
남자 주인공인 지그프리트 왕자와
먼저 사랑에 빠지는 오데트 공주는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 달빛이 비추는 밤에는 본모습으로 있게 된다.

* 흑조이자 악마의 딸인 오딜은 뒤늦게
왕자를 유혹하고, 왕자는 또 홀랑 넘어가게 된다.
상심한 오데트는 선으로, 악마의 딸이자
다른 이의 사랑을 빼앗은 오딜은 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둘은 보통 1인 2역으로 연기하게 된다.
세상은 정말 명확하게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 내가 이즈미였다면, 내가 고즈에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나는 그 아비규환 속의 햇살, 냄새, 온도, 습도 등
아무것도 모르니까.

* 출판사 도장깨기 중인데
블루홀6에서 출간된 책은 총 80권이다.
(현재 80번째 책 예약판매중!!)
그 중 스완은 내가 읽은 10번째 책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책을 덮고 나서 느꼈던 그 모든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빠순이를 자처할 작가님이 또 하나 늘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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