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김선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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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도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골랐다.
'마지막 꽃'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표지가 너무 예뻐서,
꽃내음이 흩날리는 요즘 날씨에
읽기 딱 좋은 것 같아서 골랐을 뿐이었다.

* 대학만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할 줄 알았던 마리는
오늘도 취직 시장에서 밖으로 내몰렸다.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반지하 월세방에 남아있는 보증금도
간당간당해서 아르바이트를 늘려야만 한다.

*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형제도 없는 혈혈단신 고마리.
그런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영혼이 피는 꽃, 사혼화를 볼 수 있는 것.
어릴 적 엄마게게 듣기로 그 꽃은
소중한 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절대로
만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 그런 사혼화를 관리하는 곳인 귀화서에
인원을 뽑는다는 얘기를 들은 마리.
고민도 잠시, 처음에는 계약직이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리는 귀화서의 면접을 봤다.
결과는 당당히 합격!
숙소도 제공되니, 이제 고마리의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오나보다.

* 귀화서는 국장인 백선을 중심으로
사무관인 나문재, 서기인 윤시호,
장기 출장중인 자운영과
과장 김고본, 공양주 양순채,
근처 고아원 아이인 양하로 채워져 있었다.
사혼화를 볼 줄만 알았지,
그것을 찾는 이들이 어떤 마음인지,
귀화서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몰랐던 마리는 서투름 투성이었다.

* 그렇게 고마리의 고군분투
귀화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죽고, 미련이 남은 영혼은
꽃을 피워 빛이 난다.
그 빛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하고 딱 한 번,
영혼의 형태로 딱 한 문장씩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 죽은 자의 미련과
산 자의 남겨진 마음을 모두
어루만져줄 수 있어야만 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알아야만 했다.

* 사혼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향해 핀
사혼화는 알아보지 못한다.
신의 벌인지, 축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리는 부모님의 사혼화를 알아봤다.

* 사혼화를 만지면 몸에 나타나는 꽃의 흔적,
그리고 눈 앞으로 밀려드는 꽃의 기억을 통해
부모님을 알아본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모른다.
귀화서에 들어오고, 자신의 비밀을 밝히면서
마리는 자신이 지신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것과
엄마, 아빠가 핀 파란색 꽃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혼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였다면, 이때다 싶어서 부모님을 만나
사랑한다 말하고 로또 번호도 물어볼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마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의 사혼수를 보관만하고 있었다.
마리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이 힘을 어떻게
쓰게 될지 궁금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끝까지 지켜봤다.

* 처음 사혼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진짜 이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만큼 비통한 것이 또 있을까.
비록 여기에 나온 이야기는 씁쓸한 맛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부모의 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 형제 자매의 죽음,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
연인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족 같은 친구도 있는 법이라
친구, 혹은 은인의 이야기도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더불어 반려동물도.
사혼화가 인간에게만 허락 된 것처럼 보여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 귀화서 사람들은 마리뿐만 아니라
모두 각자의 비밀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고마리는 아직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문재도 역시 아직 집에 가지 않았다.
묘한 기류를 풍기는 마리와 시호 사이도 그렇고,
양하의 성장도 더 지켜보고 싶다.
그래서 이건 후속작이 나와야만 한다.

* 이제는 좀 귀화서에 적응하고
선배미 뿜뿜 풍기는 마리의 모습이 보고싶다.
더불어 다음에는 찐한 우정이야기도,
반려동물과 주인의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
눈물, 콧물 쏙 빼느라고 진이 다 빠졌지만
그래도 따뜻했고, 왠지 속도 좀 후련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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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봄 가노 라이타 시리즈 1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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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 중에
봄이 가장 바빠서 피어나는 꽃을
즐길 겨를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3월이 되자마자 바빴다.
추운 걸 싫어해서 겨울에는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칩거 수준으로 지내기 때문에
봄이 오면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 올 해는 이상하게 4월에도 눈이 왔다.
눈에 얼어버린 벚꽃을 보며
올해도 꽃구경은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연달아 있는 집안행사들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목련은 지고, 벚꽃마저 떨어져 버렸다.

* 출판사 도장깨기를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바쁜 일정 탓에 그것도 멈춰버렸다.
4월이 되면 다시 시작해야지! 했는데
4월도 어느새 중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어떤 책으로 도장깨기를 다시 이어갈까, 하던 중
나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블루홀6 피드에 봄 추천 책으로 이 책이 올라왔다.

* 그래!! 너로 정했어! 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렌티큘러 카드를 보니, 이렇게라도
봄을 보는구나 싶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잠든지 2시간 만에 깬 새벽녘에 책을 펼쳤다.
총 5개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책은
매력적인 형사 가노 라이타와 함께였다.

* 우연히 외할아버지의 창고를 발견하고
그곳에 어린아이를 유괴, 감금한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단편이지만 몰입도 높은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를 치는 리더 할머니,
장미를 훔치는 도둑, 노예처럼 자신을 부린다고
생각해 살의를 품는 친구 이야기,
전 여자친구이자 아이돌 성우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되는 작가까지.
모두 범인의 시선에서 서술된 책이었다.

*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형사시절 가노의
과거가 겹쳐 하나의 이야기에
두 개의 줄거리가 있는 듯 했다.
후속작을 먼저 읽었던 터라 그의 과거가
궁금했는데, 그걸 이렇게 확인할 줄이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노를 조금 더 자주,
오래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 5개의 이야기는 모두 범인의 시선에어
서술되기 때문에 그들이 범행을 일으키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누군가의 옆에 오래 있고 싶어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욕망들을 품고있었다.

* 그 욕망에 휩싸여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저지르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며
범죄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봄처럼,
그들이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손목에는 차갑고 번쩍이는 수갑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거짓의 봄인건가, 싶기도 했다.

* 객관적으로 5편 모두 재미있었다.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아쉬워 하는 것이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꽃인지,
다시 잡을 수 없는 시간인지,
끝나버린 책의 페이지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이제 바쁜게 좀 덜하니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
한가로운 고민 뿐이다.

* 출판사 도장깨기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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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밀 레시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6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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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필요해!
이상하게 요즘 집중을 잘 못한다.
책을 읽다가도 딴짓하기 일쑤고,
맘에 드는 책을 읽기 위해
책장을 뒤적뒤적,
이 책 들었다가 다시 저 책 들었다가
하는 일들의 반복이 되고 있다.

* 그래서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을 골랐다.
이럴 때는 청소년 소설, 힐링 소설이 딱이지~
그렇게 꺼낸 책은 나를 말하는 까마귀가 있는 곳,
'악마의 레시피'라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 붉은 색 꽃이 핀 제라늄 화분이 있는 이 곳은
아주 어려보이는 사장 하나와 말하는 까마귀가 있었다.
식당임에도 메뉴판은 없고,
손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외진 곳에 홍보도 없고, 그래서 까마귀는
손님을 찾아 날아올랐다.

* 만년 5등 수영 선수인 세현은 그렇게
말하는 까마귀의 강매를 가장한 초대를 받아
악마의 레시피에 발을 들여놓았다.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응......? 떡볶이에 들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 있다.
떡볶이에 탕후루가 들어가 있다니.......

* 근데 또 탕후루가 들어간 떡볶이는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그리고 사장인 데몬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으니
환상을 선물하겠다고 얘기한다.
얘 좀 바보인가? 싶을 때,
세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인 듯,
혹인 현실인 듯한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환상 속의 세현은 대회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읽게 된 세현.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다시
악마의 레시피에서 눈물을 흘리며
떡볶이를 먹는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 사실, 악마의 레시피 사장인 데몬은
악마의 후계자이다.
요즘 사정이 좋지 않은 마계에서
마력이 약한 데몬은 가출을 가장한 독립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손님들이 남기고 간
부정적인 감정들을 수집하는 데몬.

* 그리고 식당에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 세현은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와
데몬이 굶어죽지 않게 해준다.
데몬은 그들에게 음식을 내어주는데
가지가 들어간 피자, 딱복이 들어간 소고기 뭇국 등
그 모양이 좀 요상스럽다.
하지만, 맛은 기가 막힌다 그 말이지~

* 까마귀에게 반짝이는 것을 줘야만
나갈 수 있는 악마의 레시피.
그곳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친구와 가족의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메세지를 준다.

*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요즘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겹쳐 보였다.
휴, 그래~ 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말아야지.
나를 믿고 헤쳐 나가고,
미안한 건 미안하다, 고마운 건 고맙다
이야기 해야지.
그렇게 또 나의 시간들을 채워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 각각의 사정에서 어릴 적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나는
단 한 뼘도 크지 않았구나,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늘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더불어
마음이 힘든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이제 다시,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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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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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매미가 돌아온다는 제목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여기에 먼저 읽었던 분들의
극찬이 있어서 신청을 했다.

* 띠지에 있는 문구가
나의 궁금증을 이끌었다.
왓더닛이란 무엇인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추천사로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곤충을 싫어하는 내가
이 책을 펼쳐 들기에 충분했다.

* 왜 why done it가 아니라 What done it일까?
와이더닛은 추리 소설에서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기법 중의 하나이다.
다른 기법으로는 하우더닛, 후더닛이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노리즈키 린타로의 말에 공감했다.
이게 바로 왓더닛이구나!!

* '누가 범인인가?' 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특히 나는 책을 읽으면서 종종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라는
말을 자주 뱉었다.
이것이 바로 왓더닛 기법이라니!
뭔가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 총 5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인공은 곤충학자인
에리사와 센이다.
명탐정 코난, 김전일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다.
특이한 점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에리사와 센이 아니라는 점이다.

* 주인공이나, 주인공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없어서는 안될 그런 인물.
특히 곤충에만 반응하는 그의 대화 기술이나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친구가 없다고
쑥스럽게 고백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그런데도 묘하게 그에게 끌린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파는 열혈청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 그런 그가 만난 미스터리는
지진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주친 유령,
교통사고와 상해사건의 피해자와 관계,
관광지에서 사망한 외국인,
과학 잡지 작가의 실정과 유전자 조작 생물,
일반인은 잘 알지도 못하는 버림 받은 질병에
대한 것이었다.

* 미스터리라고 하면 무조건 피와 살이 튀는
장르를 선호했던 내게 이 책은
그런 자극적인 맛이 없어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분명 사람이 다치고, 죽는 일인데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가 하면,
코 끝이 찡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에리사와 센의 어린 시절을 살짝 엿보는 것도 좋았고,
단 하루의 친구를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모습과 마음이 좋았다.
따뜻한 미스터리란 이런 것이구나,
진정으로 마음을 울리는 미스터리였다.

* 내가 싫어하고 낯설어하는 곤충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삶에 도움을 주고 해를 끼치지 않은
익충같은 책이었다.
새로운 미스터리의 기법과
미스터리의 새 장르를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아주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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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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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4권의 완독이 끝났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의

1부가 끝난 것이다.

평사리의 한가롭고 풍요로운,

웃음 넘치던 장면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던 1부는 어느새 서희의

훌쩍 자란 모습과,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습으로 끝났다.


*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큰 고비는 없었으나,

이번에 조준구와 김훈장이 마주 보고 앉아서

나누는 대화에 살짝 발목이 잡힐 뻔 했다.

대신들이 찍은 도장에 우리의 땅이 넘어가고,

무지한 백성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김훈장과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조준구의

모습이 대비되어,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봤다.

훈장 할배의 눈물에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어느 새 내 눈가도 촉촉해졌다.


* 훈장 할배와 조준구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책장을 넘기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휘몰아쳐갔다.

길상을 사모하는 봉순의 마음과

불안함이 히스테리로 나타난 서희,

남성성을 지닌 길상의 모습도 보였다.


* 파렴치한 이도 있었고, 불쌍한 이도 있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처음 읽었을 때와는 느낌 자체가 아예 달랐다.

을사보호조약 체결과 함께 나라가 망했음을 실감했고,

우리가 뺏긴 것이 무엇인지 다시 헤아려 보았다.


* 갈수록 심해지는 조준구의 패악과 위세,

그리고 평사리 주민들의 담합과

눈치 빠르게 미리 몸을 숨기던 사람까지.

지금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더 서러워졌다.


* 더불어 오랜만에 듣고 싶은 소식도 들었다.

별당아씨와 환의 소식도 들었고,

그들만큼이나 아픈 사랑 중인 용과 월선,

그리고 철면피 임이네와의 삼각관계까지.

어느 줄기를 따라 읽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 이제 평사리는 잠시 안녕, 하고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게 된다.

거기서 아이들은 더 자라날테고,

어른들은 늙어가겠지.

점점 더 많은 인물들이 나타나고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정말 우리네 인생과 다를 게 없는 소설이다.


* 읽다보면 늘 화딱지가 나서

욕이 조금 늘었지만,

그들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꼭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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