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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4년 6월
평점 :

* 한빛에듀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궁금했던 책이었다.
빨간 방울로 머리를 붂은 작은 여자 아이.
뒤어서 보면 몸보다 가방이 더 커보이는
그런 아이가 있는 골목.
* '귀명사'라는 글자에서 귀신 귀(鬼)를 생각했고,
대충 귀신의 목숨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내가 짐작했던 것과
같지만 조금 다른, 그런 뜻이었다.
* 겁은 많은 만큼 호기심도 많아
납량특집을 좋아하는 가즈.
올 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식구들과 머물기에는 좀 심하게 큰
집에서 삼촌도 같이 살고 있다.
여름의 최고 조합인 수박과 납량특집을
신나게 즐긴 가즈.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은 것만 빼면
참 좋은 조합인데 말이지~
* 1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밖으로 나가
조금 걸어야 있는 화장실에 가기가
너무 귀찮았던 가즈는
가랑비에 오줌 소리가 묻힐걸로 예상하고
그냥 창문 밖에서 볼일을 본다.
그 순간!!! 창문 밖으로 하얀 무엇인가가 보인다.
* 빨간색 방울 머리와 하얀 기모노,
하얀색 오비의 작은 여자 아이였다.
"귀신아다!!!"를 외치며
한바탕 소동과 부모님의 꾸지람이 있은 다음 날,
학교에서 놀라운 것을 목격하게 된다.
* 분명 어제 가즈의 집에서 나온
하얀 기모노의 소녀가 '아카리'라는 이름으로
책상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
그런데 가즈를 제외한 모든 이가 아카리를 안다.
집단 몰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반응이
너무 사실적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즈 자신에게
이상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
* 그때 수업에서 옛날 지도를 보게 됐다.
가즈의 집이 있는 그 골목의 이름은
'귀명사 골목'이다.
절도 없는데 어째서 귀명사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갑자기 나타난 저 아이와 관계가 있는걸까?
* 학교가 끝난 후, 조심스레 아카리의
뒤를 밟는 가즈.
그런데 가즈의 집과 멀지 않다.
아카리를 아는 친구들의 말이 진짜였던 것이다.
실체는 없이 목소리만 들리는 아카리의 엄마.
그런데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그 엄마도 또렷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휑한 집에 가구도 없이 투명 엄마와
지내는 아카리의 모습은 너무 이질적이었다.
* 여름 방학 숙제인 자유연구에서
이번에는 토마토가 아닌 옛 지명 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가즈.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난 가즈.
근데 이 할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즈에게서
뭔가를 캐내려고 한다.
* 고집 쎈 망할 할망구와 그녀의 고양이 기리코의
도움으로 융성사 주지스님을 만나게 된 가즈.
그에게서 '귀명사'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된다.
돌아올 귀(歸)에 목숨 명(命),
죽은 이가 돌아와 산 사람들의 사이에
섞여서 태연하게 산다는 것이다.
* 그럼 아카리가 그렇게 돌아온 아이인가?
아카리가 귀신이라는 것을 발설하게 되면,
아카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온갖 잡생각 끝에 가즈는 결단을 내린다.
* 고집불통 할매의 도움으로
아카리가 원하는 것을 완성한 가즈.
매일매일 할머니를 찾아가 조르고, 떼쓰고,
싸우며 얻어낸 귀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소설, '달은 왼쪽에 있다.'
* 이 소설의 결말을 보면서
미나카미 할머니의, 그리고 가즈의
진짜 속내를 살짝 엿볼 수가 있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나는 누구를 살려 달라고 빌어볼까~했지만
그건 불공평한 일이라는 미나카미 할머니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게 제일이지.
*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귀신을 보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초반에는 자신을 내내 한심해 하던 가즈가
여름방학 사이에 훌쩍 커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른이 가슴 속에 간직한 꿈,
친구를 지키는 강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책이었다.
* 여름 방학을 앞둔 초등학교 4, 5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참 재밌는 책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미스터리 판타지 동화가 될 듯 하다.
아카리와 가즈의 미래를 나름대로
상상해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