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2
김도연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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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라졌다.

시간 강사인 그는 아내를 사랑한 것도 아니면서 아내가 떠난 집을 홀로 지키고, 아내를 찾아다니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밀애 상대인 Y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나름 자신만의 일상을 이어나간다. (무책임하고 무심을 넘어 한심한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한 남자;; 정말 적응 안되는 캐릭터랄까 ㅠ)

이듬해 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온 (지지난 해 겨울 초입에 예고 없이 집을 떠나  꼬박 일 년을 소식 없이 지내다가 다다음 해 이월의 끝자락에 역시 예고 없이 돌아왔으니 햇수로는 삼 년 동안의 가출을 하고 돌아온) 아내는 며칠 동안 입을 굳게 다문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에게 봄날 대관령 길을 걷고 싶다며 남편의 밀애 상대인 Y와 함께 셋이서 소풍을 가자고 제안하는데 . . .

 

아내가 제안하고 애인이 함께한 소풍,

사랑도 욕정도 풍화되고, 질투도 미움도 희석된 세 사람의 인간만이 남은 대관령 길에 관한 이야기란 책 소개를 읽고서 어떻게 저럴수 있지 ? 싶어 궁금했던 책.

책 소개글을 몇번 읽어봐도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긴 힘들었다. 그럴땐 무조건 읽어보고 판단하자 싶어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 이런 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펼쳐보게 된건 순전히 '작가정신'에서 나온 책이기에 출판사가 주는 믿음 그거 하나 믿고 읽기 시작했다는 ~

헌데 다 읽고난 지금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ㅠ-ㅠ

책 선별에 실패했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생각에 따라, 해석에 따라 수백가지 이야기가 나올 순 있겠지만 좋다 싫다 기본적인 감정을 느낄새도 없이 페이지가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 어렵다 ;;;

다만 강원도와 대관령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아흔 아홉 굽이의 고갯길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그래서 초반 아내가 사라졌음에도 밀애 상대인 Y와 태평하게 강릉 단오제를 구경하는등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보다 뒷부분, 아내와 애인과 함께한 소풍길에서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한 얘기들 속에서 그간 쌓인 원망과 증오, 상심들을 털어놓는 부분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진짜 이 소풍이 가능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진작 알아챘다는 듯이 책 속에도 버젓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이 우릴 이해할까요?" 걸음을 멈춘 Y는 절벽 중턱의 참꽃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와 아내의 시선도 그곳으로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다웠지만 위태로웠다. 꽃도 시선도. 참꽃은 한 육십 번째 굽이의 절벽에 피어 있었다.

"뭐, 이해를 하든지 말든지!" 아내는 미끄럼을 타듯 절벽에서 내려왔다.

"신경 쓰진 않았는데 궁금하긴 했어요." Y도 내려왔다.

"언니한테야 당연히 미안했지만 사실 그땐 어쩔 수가 없었어요.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파도 같았거든요." Y는 언덕길을 다시 타박타박 걸었다.

"알아요." 아내는 담담했다.

"이 고갯길 왠지 묘하네요."

"뭐가요?"

"뭐랄까 . . . 한 굽이를 돌 때마다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속 얘기를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요." <p.170~171>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 않나 ~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이해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듯 !!

솔직히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싶을 때도 부지기수. 그러니 내가 아닌 타인의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으랴 ~

아흔아홉 굽이를 넘듯 그렇게 천천히 알아가야 할 것이 사람마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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