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도대체 진실이라는 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 거죠?

 

-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p.172>

 

장은진님의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읽고서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품에 관심이 가 도서관에서 몇권을 빌려 읽은적이 있다.

그때 만난 책중 한권이 악어떼가 나왔다였다는 ~굉장히 기발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굉장히 젊은 작가라 이름을 기억해둬야지 했는데 마침 신간이 나왔다길래 살펴보게 됐다.

이 책 표지부터가 굉장히 독특한 데 내용은 더 보통이 아니다. 한국소설을 등한시 하고 일본소설에 심취해있는동안 한국소설이 참 많이 변했다는게 실감난다.

웃음과 눈물, 생각의 코드가 맞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젊어지고 기발해졌다. 그래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이 책 오즈의 닥터는 정신과 의사 닥터 팽과 사립여고 세계사 선생으로 재직중인 김종수의 상담 내용으로 많은 부분이 채워지고 있다.

닥터 팽과 처음 만난 건 전철 안이었다면서 옥수수를 팔던 그의 모습을 얘기하다 자기는 세상에서 옥수수가 제일 싫다며 갑자기 춤바람난 엄마와 그런 엄마를 잡으러 다니는 아빠의 이야기로 건너가고 그러다 모범생 수연의 컨닝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의무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하는 김종수의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법원에서 지정해준 그 정신과 상담의가 닥터팽이다.

번들거리는 립스틱, 붉은 보라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검은색 홈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닥터 팽. 장례식장에서 갓 돌아온 것 같은 검은 양복 차림이기도 했다가 커다란 리본을 앞으로 묶은 세일러복을 입은 세일러문으로 변신했다가 나무지팡이를 짚고 바닥까지 늘어진 결이 고운 백발로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일 법한 늙은 마법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닥터 팽 만큼이나 김종수가 쏟아내는 이야기도 이랬다저랬다 자꾸만 뒤바뀌는 것이 만만치않다.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져 죽은 누나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는 호적상으로 완벽한 외동아들이라고 하고, 죽도록 고생만 하다 폐가 썩어 돌아가신 엄마는 폐색증으로 그를 낳자마자 바로 돌아가셨다 하고, 월미도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죽은 아빠도 사실은 모두 거짓말.

읽는 나조차 정말? 정말?을 연발하며 어떤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갖고 점점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됐다.

결국엔 어떤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밝힐 필요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나 할까.

내가 믿고 싶어하는 것이 어떤것인지만 알면 되니까 ;;; 하는 무서운 생각까지 ~

다들 자기의 기억은 정확할거라 장담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고 재구성 되기 때문에 기억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무리.

하지만 그 기억속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은 왜곡되고 재구성된다해도 영원히 잊고 싶지 않다.

 

이 책을 읽고서 뜬금없이 유레루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터널 선샤인, 나비효과, 메멘토 등등 기억과 관련된 과거의 진실, 꿈, 후회 등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들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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