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니
펄 벅 지음, 이지오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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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게 행복한 건가요, 불행한 건가요?"

"근본적으로?"

"예, 근본적으로요"

"삶이란 불행한 거란다"

"행복을 기대할 순 없는 건가요?"

"당연히 없지."

"어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삶이 불행하다는 걸 이해하기 전에는 행복해질 수 없는 법이거든" [P.128]

 

펄 S. 벅의 피오니는 유대인 남자를 사랑해 비구니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중국 소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확히 얘기하자면 피오니의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녀가 사랑한 남자 '데이빗'의 삶과 사랑을 이끌었던 네 명의 여인네들(어머니 에즈라부인, 리아, 피오니, 쿠에일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그의 삶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이끌어줄만큼 영향력 있었던 여인네들. 자유롭고 싶지만 결코 현재의 자신을 만든 여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말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중국 북부 허난 성에 위치한 카이펑 시에 사는 부유한 유대 상인 에즈라 벤 이사라엘의 집이다. 이 집 하녀 피오니는 어릴적 백달러에 옷 한벌 값으로 팔려왔는데 주인집 아들 데이빗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자 연인으로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사랑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다. 에즈라 부인은 데이빗을 랍비의 딸 리아와 혼인시킬 계획을 세우고 그들을 통해 낯선 중국 땅에서 제대로 신앙을 가진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음을 상기시키곤 뜻을 모으길 원한다. 리아를 데이빗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 집으로 불러들이지만 데이빗은 중국인 대상 쿵첸의 딸 쿠에일란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만다. 자신이 아님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하녀신분인 자신을 잘 아는지라 피오나는 리아보다는 쿠에일란과 결혼시키는 것이 자신이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두 사람의 연결시켜주려 노력하는데 . . . 한편 레아와 결혼하여 민족의 지도자가 되어야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 데이빗은 리아와 유대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동생 에런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꾸짖는 얘길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리아는 피오니와 관련된 일이기에 그가 화를 낸다고 생각하며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만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크게 변화한다.

 

처음엔 랍비와 유월절 축하연, 유대인과 그들의 유일신 '여호와'에 대한 이야기등 종교색 짙은 이야기에 당황했지만 이야기 중반부터는 술술술~

중국 속 유대인의 존재와 그들의 일상이나 관습을 에즈라 가문의 이야기에 빗대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언급하는데 가문과 유대인들의 역사, 종교적 관습등 그들이 기억해야할 것들을 잊고, 관심에서 멀어지고 기억이 흐려져 자신의 과거를 적극적으로 알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유산과 전통을 고집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빗대 얘기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뜨끔 하기도 ~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요? 란 에즈라의 질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다른 존재에 자신의 행복을 의존하고 있는 자도 마찬가지라는 얘길 한다.

가난이 외부의 장애물이라면 사랑은 내부의 장애물 이라며 가난을 극복하고 사랑을 절제하면 누구나 행복을 얻는게 가능하다 얘기한다. 어떤이는 사람을 지나치게 사랑해서 그 사랑의 노예가 되었고, 어떤 이는 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의 노예가 되었다. 인간은 누구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쿵 첸의 대답이 가슴속에 박힌다.

펄 S. 벅의 이야기는 중국이기에 가능하고, 그녀 자신이 여자이기에 가능한 소재로 예민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잘 이끌어나가는 것 같다.

기회된다면 그녀의 다른책들도 읽어봐야 할 듯. 나름 젤 유명한 '연인 서태후'부터 시작해볼까나!!!

 

"우리의 삶을 이끌어줄 수 있는 지침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호혜주의다.
남이 네게 하면 좋아하지 않을 일은 너 역시 남에게 하지 말지니라"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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