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붉은색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인 책, 이시다 이라의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는 띠지의 내용처럼 생의 끝을 예감한 연인들의 생명을 불사르는 격렬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책을 읽지 않아도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는걸 짐작할 수 있다. 도쿄에서 나고 자라 책을 아주 좋아하는 타이치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아름다운 언덕이라는 뜻의 미오카. 첨엔 신기한 동물이라도 보듯이, 그 다음에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성으로, 그리고 마지막 3개월은 모든것들이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걸 목격해야만 했던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오카의 부탁대로 '미네기시 미오카'를 가까이서 지켜본 관찰자로서의 보고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짧은 프롤로그만으로도 슬픔이 벅차오르더라.

 

미오카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언덕이기보다 폭풍의 언덕이 더 잘 어울릴정도로 어디서건 사건 사고로 주목을 받는 그녀.

친구 남자친구에게 손을 대고, 실연당한 여자애에게 키스를 하는,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니지만 더러움도 상처도 그늘도 없이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고 곧게 살아가는 모습의 그녀는 사실 너무도 안타까운 사연을 동반하고 있다. 미오카는 유치원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수술후 오랫동안 입원한 적이 있었다. 사고 당시 머리뼈가 깨져 함몰 되고 놔와 두개골 사이 경막이라는 딱딱한 막이 찢어져 경막을 잇기 위해 독일에서 수입한 '라이오듀라' 라는 건조 경막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라이오듀라의 위험에 대해 알면서도 그녀가 수술받은 병원에서는 비양심적이라서 재고가 떨어질때까지 수술을 계속했던 것. 미오카보다 먼저 수술받은 환자 네명중 세명은 죽었고 나머지 한명은 초기증상을 보이고 있어 그녀 자신도 언제 그 병에 걸릴지 모를 환경이었던 것. 언제든지 그냥 확 죽어버릴까, 다 귀찮고 성가시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그때였으니 그녀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나름 이해가 되더라는 ~

치료 방법은 없고 잠복 기간이 10년도 20년도 되어서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도모르고 한번 발병하면 3개월 정도에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여 죽게 되는 무서운 병.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은 다른말로 인간 광우병이다. 작년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나라가 떠들썩 했을 때 첨 알게 된 병. 책을 읽는내내 그때 본 영상들이 시야에서 떠나갈 줄 몰라 어찌나 무섭던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좋아하는 사람 얼굴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병인지라 타이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는 그녀. 서로 사랑했기에 동거를 하게 되고 결국 미오카가 크리스마스를 며칠 남기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뜨겁게 사랑하며 미오카의 곁을 지켜주는 모습을 읽을때마다 눈물이 주루룩 ~

 

너와 함께 보낸 13개월 동안 네 생의 스피드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마워, 미오카. 네가 생명의 불을 태우며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언제나 지금을 살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p.156]

 

생명이란 불붙은 도화선과 같아서 누구에게도 망설일 여유 같은 건 없다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해 오늘을 허비하지 말라고 따끔한 충고를 전하는 미오카.

그녀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왼쪽 가슴 심장위에 M이라는 이니셜을 새겨넣고 이 가슴이 너의 무덤이라고 . .

이 심장이 뛰는 한, 이 가슴에 잠들어도 좋다며 언제나 함께할거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타이치 같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너무나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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