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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른 - 오늘을 사는 어른들
최별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이제는 가족들 틈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작년부터 집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집값은 살인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원룸 자체는 월세로 밖에 유통이 안 되고 보증금도 가족 병원비로 대출 받을 때 한번 통장에 찍혔던 금액이고 전세는 없으며 가끔 나오는 것은 화장실이 2개이상인 넓은 평수인 것이다.
운전도 못 하는 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읍내권안에서 해결하려다보니 부담감만 쌓여가던 중에 30대, 방송국 PD가 시골로 내려가 폐허된 집을 수리하여 꾸미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서울에서 다 정리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왔을 때 나는 패배감을 느꼈었다. 그런 나와 다른게 서울에서 김제로 내려온 작가는 충동을 자신의 행복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부럽게만 보였다.
"쉰다는 게 누구에겐 어떤 말일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나에게 집중해주는 것이었거든요" p45
쉰다는 것이 나에겐 무엇이었을지 고민해본다. 제대로 쉬어 본 적도 없었고 아플 때조차 눈치보기 바빠 소리죽여야 했던 때가 많았던 나는 한번도 내게 집중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최선이 무엇일까만 고민하고 나를 위해 선택하는 길이라면서도 가족을 또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억울해도 태어나면서부터 해왔던 습관은 벗어나지 못 하고 또 반복된다.
나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다. 그러면서 부럽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내 마음 속에 남은 단어이다. 아기자기 꾸며진 집과 인테리어는 내가 혼자 살게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고 내가 사진남겨보고 싶었던 풍경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출퇴근때문에 멀리했던 읍내 밖의 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테라스가 있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을 조건을 가지고 찾다가 매매에 계약을 해버렸다. 가지고 있는 돈도 없고 갚아야 할 대출도 많으면서 은행에 대출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나 혼자 쉬어가며 있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사실 별 계획도 없었어요. 그냥 당장 좀 쉬고 싶었어요. 이 집을 보는 순간 아, 여기에서 쉬면 되겠다 싶었어요" p 48
6개월 넘게 고민하던 일을 아주 쉽게 해결하게 만든 문장이다. 고민한다고 이게 해결될 일은 아닌데도 계속 고민만 하다가 쉽게 포기하고 힘들어하고 아프다. 그게 항상 되풀이 되던 나였다. 특히 내 일에서는 쉽게 선택을 하지 못 한 채 떠나보냈다. 그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도한 일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떨리면서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만 많아지고 있다. 매 순간이 내게 도전이었듯이 내일부터 대출관련하여 계속 질문을 하고 돌아다녀야겠지만 내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처음으로 얻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