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 번의 봄 : 당신의 스물아홉부터 서른다섯은 어땠는지
최새봄 지음, 서상익 그림 / 다반 / 2020년 11월
평점 :
이제 다섯손가락도 접히지 않을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다. 서른다섯을 떠나보내면서 나의 봄은 지금까지 어땠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고민해보게 한다. 항상 똑같은 일상이었다. 가장 빛나면서도 행복했던 대학시절을 빼고는 동생으로 인해 다시 시골로 내려오게 되었을 때부터 슬럼프는 시작되었고 일상은 대학을 가기 전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는 허덕임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예술로 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다면 예술을 하면서라도 살아야지 뭐." p16
예술은 곧 돈이다.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고급 취미이다. 그 말이 엄청 실감이 될 때가 있었다. 특히나 실력도 능력도 열심히 하고자하는 열정도 없는데 가장 좋아하는 일이 예술밖에 없을 때의 절망감은 나를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그래도 할 줄 아는 것이 그 것뿐이고 유일한 행복이라는 핑계로 묶어놓는다. 벗어날 수 없는 일상 속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벗어나야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말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의 일상, 그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하루들이 내가 바랬던 일상이기도 했고, 지금도 꿈꾸는 일상이라서 부러움과 무엇인지 모르는 쓸쓸함이 계속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다. 질투일 것이다. 나는 이런 삶을 살지 못 하는데 이 사람은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모습은 나의 숨겨진 상처를 건들었다.
"결국 삶은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내게 친구하게 다가왔다. 나는 너를 시험하지 않는다고, 네가 살아 내는 모든 순간을 선물처럼 건네고 싶었다고" p30
삶은 내게 한번도 친구였던 적도, 내 질문에 답을 해줬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더 쉽게 삶을 원망했고 욕했고 포기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 수긍하면서 나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는 항상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는 척하는 내 모습이 역겨워지면서 더 이상의 사람과의 접촉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늘이 내 준 시험은 내게 항상 어려웠고 지금도 버틸까 말까를 수천만번 고민하게 하는 일임에도 그런 내게 이 문구가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을 읽은 게 나의 욕심에서 시작되었나 싶어지는 느낌을 준다. 정말 내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물어보게 되고, 무엇이 쿡쿡 쑤시는 건지에 대해 헤집어 보게 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나의 삶에게도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어쩌면, 10대와 20대초반에 느꼈던 나의 꿈을 이렇게라도 다시 기억해보라는 손짓처럼 느껴져서... 불편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