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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란 불안감. 이제 몇일만 있으면 또 한 살을 먹고 중반이 된다는 쓸쓸함들은 내 겉모습에 묻어서 "나"에 대해 잊게 만들거나 나답던 모든 것들을 쉽게 버리게 된다. 나는 나에게 그래도 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로 말이다. 내가 아픈 건 알아주지도 않으면서 혼자서 괜찮다고 외운다. 그래서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책 제목처럼 놀고 싶지만... 이제는 노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챙피함과 안타까움 모든 감정이 담아서 읽게 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데 나조차도 나 자신이 진절머리 나게 싫어져서 내 편은 아무도 없을 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랐던 일들이 처참히 나를 배신할 때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그 둘은 반대라서 서로에게 너무나도 끌리나 봐(p94)
괜찮다 한 마디 해 줄 수 있는 사람조차 한 명 있지도 않는 인생, 예쁘다며 머리 한번 쓰담쓰담해주며 용기를 줄 수 있는 이가 없는 나른 존재에게 나는 얼마만큼 소중한 존재였는지 인식하게 된다. 가장 서러운 일이 내 편이 정말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라서, 불행과 절망은 계속 나를 이끌어 당겨며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서다. 그래서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았나보다. "아무도"는 요즘 나의 불면증의 원인이기에...
책을 탑쌓고 읽고 싶은데 쌓여진 서류부터 끝내야 한다는 초조감이, 칼퇴근을 하고 나의 취미활동을 하고 싶은데 뒷쳐질까봐 여기서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5분조차 쉬지 않고 달리게 한다. 10살때부터 가장으로 사회생활을 한 인생에게 갚아도 끝나지 않는 빚들 속에 있는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사치이다. 그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강조해줬고 월급 입금 0.5초만에 사라지는 통장잔고가 알려준다. 무의미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후회없이 나답게 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나는 얼마만큼의 답을 만들어 놓을까란 생각과 행복하려 하는데 나에게 행복이 맞는건지 의심스러움은 천천히 "용기"를 가져보라는 다독거림이 있다. 나를 위해서 욕심을 내어도 괜찮다는 위로가 좋다. 가장 좋아하지만 '잔액부족'이 무서워, 나에겐 사치라 느껴져서 다른 사람이 사주지 않으면 먹지 못 하는 "딸기라떼" 한 잔처럼... 내 또래들은 다 하는 걱정의 일부분임을 그러니 뒤로 숨지만 말라고 속삭인다.
어른이면서도 어른이지 않는 상처만 가득한 어린 아이의 모습이 이제는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어 안아주면서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아직 나는 할 수 있다는 그 다독거림이 요즘 가장 받고 싶었던 위로가 되면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욕심이라 무시하던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하게 느껴질 선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보니 책이 끝났다. 이번 추석에는 나를 위한 선물을 챙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