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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일단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김시옷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평점 :
항상 백수가 되는 꿈을 꾼다. 그러면서 항상 똑같이 다시는 이 일이 아닌 다른 첫 시작을,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백수가 되면 처음에는 신났다가 한달, 두달이 지나면 어김없이 똑같은 욕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나를 발견하고 반복되는 그런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느낌, 내가 꿈꾸던 모든 것들은 허상이었고 현실은 빚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느낌. 그 느낌들이 모여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었고 슬펐다.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과로 등 정신적인 문제가 육체적인 문제로 번져가는데도 무시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삶. 그게 현실이라서 말이다.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 백수가 되면서 세운 무수한 많은 계획들. 꾸준히 한다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내 잉여력은 예상보다 높고, 부지런하믄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 그러나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들보다 느려도 내 속도대로 포기 않고 가면 그뿐이다. "우선, 착실히 로또부터 사자"(p122~126)
매주 한장의 로또를 구입하면서 꾸는 꿈. "회사 때려치고 돈 많은 백수를 살아보자" 5등도 당첨이 안 되는데도 매주 구입하며 언젠가는 돈 걱정없이 살아보는 꿈을 꾼다. 인내심도 없고 부지럼도 없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여유도 없으면서 작은 책방을 하고 내 손으로 만든 공예용품도 판매하고 글도 쓰면서 가끔씩 해외여행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꿈을 꾼다. 현실은 옆 마을에 갈 시간조차 없고 잠 잘 시간도 쪼개가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카페의 커피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믹스커피를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말이다.
"남들이 보기에 위태로울지 몰라도 요즘 나는 평화롭고 행복하다. 그거면 됐다."(p82-83)
이 구절을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다. 죽은 친구가 내게 자주 해줬던 말이라서... "네가 행복하잖아. 그거면 됐어." 내가 선택의 길에 서 있을 때면 사람들, 특히 가족들 말에 좌절할 때마다 해줬던 그 친구의 말은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후회없이 시작하고 가다가 정 아니겠다 싶으면 그때 돌아서거나 멈춰도 나의 행복이 먼저라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내게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남의 시선, 가족의 시선, 친구의 시선 많은 시선들 속에서 나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은 항상 나의 행복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벗어나지 못 한다는 게 "어른"이 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소주가 맛있게 느껴질 나이, 청년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나이, 30대의 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