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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평점 :
성별, 관심사, 성격 모든 것이 달라서 많이 싸우다가 정들어 친구가 되었고, 매일 티격태격하다가 15년지기가 되던 해에 출근하다가 쓰러져서 심장마비로 죽었을 때, 그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죽음이 이젠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1년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친구와 함께 했던 여행지를 찾아가거나 술을 먹게되면 그 번호로 전화를 해서 친구어머니와 함께 울게 되거나 꿈에 좀 나타나라 기도를 하거나... 그게 지금 나의 일상이다. 죽음을 이해하면서도 친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한 현재, 일어날 생각도 왜 일어나지 못하는 지도 모른 척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넘어지고 무너진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 의미의 조각들을 되맞추느냐다."
책 표지의 이 한 마디가 이 책을 읽고 싶게 하였다. 내가 "어떻게"를 찾을 수 있을까...? 시간이 다 해결된다면서 "괜찮다"란 말 한마디로 잊기엔 나는 이미 "정지"상태인데 태어날 때부터 환경이 가르쳐준 연기로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간다. 그러면서 공황장애가 왔고 스트레스로 인한 고무줄 몸무게를 얻었다.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나는 슬픔도 상처도 계속 묻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슬픔을 담아내는 그릇이 소주잔보다 작다는 걸 느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만큼 내게 충격이었고 슬픔이었다.
가장 가까운 마음을 나눈 사람의 죽음에 대한 상실은 "살아있는 나"를 먼저 생각해줄 때 치유는 시작된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그 몫까지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상실에 대한 구멍을 채워주는 영양제라고 하는데 그 시작이 나는 어렵다. 한번도 나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이번에 보낸 친구가 너무 큰 존재여서인지 여전히 그 친구가 그립고 보고싶고 아리다.
머리 속에서는 이미 이해하고 "이렇게 하면 돼" 상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행동과 마음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 그게 사람이란 존재라 본다. 이번 책도 그랬다. "할 수 있었으면..." 아픔을 느끼지도,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생각을 계속 하게 되면서도 놓지 못 하는 마음이란 것 때문에 더 우울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