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신 온라인 중고샵에서 책을 사지 않겠노라
맹세했건만,
어찌 알고 알라딘 관계자가 친히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사과하고
다시 한 번 파이팅 하겠다기에
마음이 약해져 온라인 중고샵을 이용해 보았다.

주문할 때마다 모험하는 심정인데
사후 세 번 주문 중 두 번은 만족할 만 하다.
세 번 째 상품은 도착 전이라 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중고 상품이 깨끗하니
이제는 새상품이 얼척이 없다.
중고 화폐전쟁과 같이 구매한 율리시스1의 표지가
구겨져서 온 거다.
얼마전 현대문학의 오에 겐자부로 단편집도
표지 절반이 접혔던 걸 펴서 보낸 적이 있지.
내가 책을 자주 주문해서인가,
그냥 내가 운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알라딘이 멍 때리고 일을 하는 것인가
나한테 이런 번거로운 일이 자주 벌어지는 건!

중고 고독의 매뉴얼과 새상품 율리시스2 를
기다리는 중인 지금,
나는 너무도 불안하다.
어떤 상태의 책이 내게 와서
나의 기분을 들었다놨다 할런지!

요새 신경쓸 일이 차고 넘치는데
또 귀찮게 반품할 일이 생기면
뒷 일은 나도 모른다.
감정노동자 님들아 나는 여기서 감정구매자다.

책 주문 하는 일이 도박하는 것과 진배 없으니
알라딘은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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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울분을 참듯 꾹꾹 눌러 쓴
애틋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다 보면
목숨을 걸고 감춰 두었을 원고지 뭉치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곳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
부디 창파에 찍힌 낙인이 되지 말고
반드시 살아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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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면서도
이토록 적나라하다니...
뭔 바퀴벌레여... 하고 열어봤다가
작가의 진지한 탐구 정신과 예리한 문제의식이
와락 달려들어 그 자리에서 독파했다.

나에게 가장 슬픈 책은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변신의 변주 또한 울컥하구나.
자신의 이야기겠지.
그러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아마도 그는 가난하고 외롭고 어렵고 분노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높고 쓸쓸했을 것이다.
전자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후자는 스스로 선택해 이룬 것일 테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 찾아 보았으나
아쉽게 출판된 것이 없다.
검색해 보니 작업을 아예 안 한 것이 아니라
출간이 안 된 듯 싶다.
문학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을
펴낼 능력이 있는 작가라도
시장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겠지.

본문에서 '혼돈 조차도 영원하지 않다' 는 말은
내겐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과 소외는 영원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역사가 어떻게 변화할 지 몰라도
개인에게 있어 영원은 생애에 불과하니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던 시절은 가고
언젠가부터 사람에게 무슨무슨 충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달라붙기 시작했지.
편견과 자학, 소외와 차별로
모든 인간이 벌레가 될 것을 작가는 십여 년 전에
이미 통찰하였나 보다.

벌레가 될 수밖에 없다면 나도
바퀴벌레가 되고 싶다.
악의라곤 없이 그저 어둠 속에 웅크리고서
아프리카를 꿈꾸는 바퀴벌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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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그리고, 또 그리고 1~5 세트 - 전5권 (완결)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좀 더 살아내야 알게 되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알고 나면 늦는 것들.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 콧물을 닦으며 끝냈다.
그런 스승을 만나 반평생 보살핌을 받은 작가가
부럽기 그지 없다.

"그려라, 그냥 그려!"
작가에게는 가혹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나에게는 금과옥조가 되었다.
훈련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뭘 생각해, 그냥 하는 거지,
라던 김연아의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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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 2017년 제6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금희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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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무언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그것에 가까이 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국화가 그 시절에
무엇에도 굴하지 않았던 것처럼.
또한 우리는 상상력에 의해 상처 받고
상상력 때문에 좌절하지만
그로 인해 용감해지고 성숙하기도 한다.
모욕을 느낀 이기호가 ktx를 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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