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면서도
이토록 적나라하다니...
뭔 바퀴벌레여... 하고 열어봤다가
작가의 진지한 탐구 정신과 예리한 문제의식이
와락 달려들어 그 자리에서 독파했다.

나에게 가장 슬픈 책은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변신의 변주 또한 울컥하구나.
자신의 이야기겠지.
그러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아마도 그는 가난하고 외롭고 어렵고 분노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높고 쓸쓸했을 것이다.
전자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후자는 스스로 선택해 이룬 것일 테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 찾아 보았으나
아쉽게 출판된 것이 없다.
검색해 보니 작업을 아예 안 한 것이 아니라
출간이 안 된 듯 싶다.
문학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을
펴낼 능력이 있는 작가라도
시장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겠지.

본문에서 '혼돈 조차도 영원하지 않다' 는 말은
내겐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과 소외는 영원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역사가 어떻게 변화할 지 몰라도
개인에게 있어 영원은 생애에 불과하니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던 시절은 가고
언젠가부터 사람에게 무슨무슨 충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달라붙기 시작했지.
편견과 자학, 소외와 차별로
모든 인간이 벌레가 될 것을 작가는 십여 년 전에
이미 통찰하였나 보다.

벌레가 될 수밖에 없다면 나도
바퀴벌레가 되고 싶다.
악의라곤 없이 그저 어둠 속에 웅크리고서
아프리카를 꿈꾸는 바퀴벌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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