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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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완전히 종속된 지금에 이르러 한국철학의 존재를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작 학교에서 배웠던 퇴계와 율곡의 이기론 논쟁 정도가 범인들이 기억하는 한국철학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창작과비평사의 발간인으로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축에 드는 대표 지식인 백낙청씨가 좌장이 되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을 데려와 근현대의 한국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이다.

2023년 백낙청TV에서 진행했던 대담을 글로 풀어 엮었다.


시작은 동학(천도교)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종교활동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원불교, 그리고 긍정과 부정을 막론하고 큰영향력을 가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차례 나눈다.

백낙청씨는 단순히 우리 것이니까 아끼고 관심을 주자는 신토불이식의 민족주의의 발호에서가 아니라 비록 한국에서조차 소수화된 흔적에 머무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따지고보면 절대 지나쳐선 안되는 한국 종교의 진보성에 스스로 놀라며 열의를 갖고 대담에 임한다.


그런 생각이 책에도 반영되어 있는데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K-를 인용하여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대담집이라면 정연하게 적은 글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말이 들어가서 술술 이해하기 쉬울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워낙 지성으로 한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말이라서 여전히 생경한 부분이 많다. 

그만큼 한국철학이 완전히 소외되어 왔다는 방증일 것이고 경지를 이룬 지성 사이에 불쑥 들어가 동등한 수준의 앎을 느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탐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의 무지 상태에서 한국철학과 종교를 공부하고픈 초보자는

최근 저작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쓰는 유시민의 친절함을 기대해서는 금방 지칠 수 있다. 오랜시간 곁에 두고 곱씹고 한술한술 뜨면서 배우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좋은 데 아직 발굴하지 못한 우리 것이 많다.

서양문화에 대한 추종이 이미 뼛속까지 도달한 상태이긴 하지만

K-사상도 날개를 펼치고 사람들로부터 진가를 심판받을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수의 노래와 음반이 감히 빌보드 차트를 넘나들 수 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꿈에서라도 예측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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