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태도 - ‘사상의 패배’ 시대에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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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문제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따지고보면 '쾌유를 빈다'와 같은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정말 상대방이 병이 낫기를 바란다면 

그에 맞는 약을 주던지, 병원비를 건네던지, 소문난 명의를 소개해줘야 한다.

아무리 빌고 빌어도 상대방의 병을 낫게 할 수는 없다.

(물론 정신적으로 상대방이 위안을 받고 긍정적인 마음이 몸을 지배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인체의 오묘함이란...)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실효가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며 살아가는가.


염력이란 건 없다.

목이 마르면 우물로 걸어가 바가지를 들어야 한다.

물이 저절로 내게로 흘러와 목을 적셔줄 리가 없다.

간절한 염원은 간절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이루어주지 못한다.


옳은 생각이 들고 옳은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옳음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천이 없다면 말은 공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말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넘친다.

말의 경계를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고

견고한 성채 안에서 바깥을 향해 훈수만 둔다.

전문 사주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생각해볼만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게 어디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말에 특화된 사람은 말로 선언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사람은 실천자의 역할을 하면 된다는 거다.


하지만 입을 놀리는 이상의 

제 발로 세상을 부지런히 조회하는 움직임은 

말보다 우위에 있는 성스런 행위다.


평생 입을 놀리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과 

평생 몸을 움직여야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의 생각추는 어느쪽으로 기울어질까? 


말과 실천은 동일 선상에 있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천자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한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무언가를 함에 있지 무언가를 말함에 있지 않다.


일본의 중견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가

한국의 철학전공자와 나눈 면담을 옮긴 <철학의 태도>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매달아야 할 화두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적잖은 고민끝에

이보다 편할 수 없는 대학을 벗어나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딱히 준비되지 않은(이 조건이 중요하다) 무제한 자유토론을 하며

우연히 쓸모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들이

시대를 전진시키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를 시험한다.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

책상 앞에서 골몰하는 것보다 마음을 비우고 산책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위 철학자로서 대학의 안온한 울타리 안에서 

입만 뻥긋하는 립싱커를 마다하고

실효를 거두기 위한 현실 공간 속의 방법을 고민하기로 한 

아즈마 히로키의 자취는 진정 위대한 것이다.

다만 이런 것을 알아주고 호응해주는 사람이 매우 적을 뿐


책 속에는 지금까지 언급한 '실천 문제'말고도

아즈마 히로키가 설파한 생각거리가 잔존한다.

다행히 두 명의 대화를 글로 옮긴 것이어서

철학의 낯섦을 기피하는 이들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따분하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책도 괜찮다.


*본 글은 출판사의 서평쓰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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