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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 소비로 보는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빅데이터는 이제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 BC카드 사용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세원 파악을 위해 국민들에게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카드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BC카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통틀어서 2018년에만 51억건의 결제를 처리한 2위 카드회사가 되었다.
2003년 카드구매 비율이 55%이던 것이 2018년에는 96%에 이른다.
지갑에 현금이 비상용으로 얼마 있지만, 꺼내 쓴 적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이니, 이제는 '현금 없는 사회'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카드 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확보되어 국민 소비 생활이 그대로 데이터로 보관되고 활용되고 있다.
감정적이며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으로서의 부족함 덕분에 우리는 본능에 의존하여 소비하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흔적을 남겨왔다. 반복적인 소비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 패턴은 '데이터'를 남긴다. 사람들이 남긴 방대한 소비 데이터는 '인간'이라는 종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들의 숨은 의도와 때때로 무의식적인 의사 결정까지 인간의 본질적인 성격 특징과 행동 패턴을 소비 데이터가 잔인할 만큼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나도 모르는 생각과 가치관까지 쌓여진 카드 결제 정보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가, 데이터 수집회사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카드를 이용하다보면 맞춤 쿠폰이나 마케팅 이벤트 안내를 받게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만 대상으로 하는 Target 마케팅인데, 이 Target이 생각보다 촘촘하고 작은 단위로 관리되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고객을 세분화하고 각 퍼즐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을 개인별 프로파일링이라 하는데, 마케팅 목적에 따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사한 행동 패턴을 가진 그룹을 명확히 식별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유사한 행동 패턴을 가진 소비자 그룹을 분리하고 집단화하는 과정을 '세그먼트'라고 한다.
Prism : 성별, 나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정보, 고객 라이프사이클 정보, 재무 정보등을 25개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CPM : 고객의 실제 소비활동을 3년간 수집하고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개성, 관심사, 라이프 스타일 등 생활 양식에 대한 정보로 77개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TPO : 고객의 카드 이용 발생 시간, 요일, 시즌, 지역, 상권, 거리 정보, 업종, 혜택 정보등 고객의 단기 상황 속성을 유형화 하여 34개의 고객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이런 세그먼트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의 수 조합(Prism 25!개 X CPM 77!개 X TPO 34!개)이 가능하다.
그동안 소비로 쌓은 데이터들이 단순히 쌓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건과 분류로 끊임없이 이용되고 있었다.
흥미로운 예들이 데이터와 함께 많이 소개되는데, 인상 깊었던 출근길 테이크아웃 커피에 대한 풍경 하나를 소개해 본다.
바쁜 출근길에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직장인의 모습은 이제 너무나도 흔한 풍경이지만, 그럼에도 모닝커피 소비는 꾸준히 계속 증가하고 있다. 2년 동안 커피 전문점의 소비는 17% 증가했다.
하지만 BC카드의 카드 지출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2030의 비중은 2017년 71%에서 2019년 65%으로 줄고, 4050의 비중은 2017년 29%에서 2019년 35%으로 늘었다.
출근시간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나이 정보를 이용해 이렇게 의미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냈다. 만약 출근길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는 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4050의 소비 비중이 늘어가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에 맞추는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결제 시간을 통해 연령별 커피 전문점 이용시간을 살펴보면, 4050 직장인들은 8시 30분에, 2030 직장인들은 8시 40분에 커피 전문점을 방문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를 통해 2030 직장인들이 4050 직장인들보다 10분 정도 늦게 커피 전문점에 들려서 조금 더 여유있게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까지도 그려 볼 수 있다.
이렇게 빅데이터가 모이면 무서울 정도로 자세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책에서 조지 오웰의 책 <1984>에서 감시를 위한 '빅 브라더' 시스템을 언급할 정도로 무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제는 무섭다고 외면하고 피할 수 없는 세상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치열해진 경쟁으로 인해 특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로 '특화생존'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제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업에 적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책을 쓰신 분들의 선한의도가 저자의 말에서 느껴지는데, 저자의 말 처럼 데이터를 통해 더 좋은 기회와 생각을 갖을 수 있는 생각과 눈을 갖는 한 해로 시작해야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새로운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땅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빛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일상들이 매일 쏟아지는 오늘, 독자분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면 커다란 보람을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