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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경영자이자,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
전 세계 운영하고 있는 12개의 레스토랑 중 한 개가 우리나라 서울 롯데호텔에 위치하고 있고, 작년 우리나라에서도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에서 서양식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그렇기에 특히 더 잘 알려진 유명 셰프인 그를 단순히 요리뿐 아니라 순탄하지 않았던 인생과 자신의 사상을 다음 세대에 남겨주기 위해 인생을 되짚어 보게 하는 기록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단순히 글뿐 아니라 책을 한결 풍성하게 해주는 관련 기사나 인터뷰들의 Scrap과 메뉴들과 사진들이 많이 있다.

놀랍게도 얇지 않은 두께인데도 모든 페이지가 컬러이고, 많은 자료 사진들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욱 높혀주었다. 351페이지의 좋은 종이 질의 컬러 책이 2만2천원이라니 책을 가격으로 잘 따지지 않지만, 매우 만족스럽다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대담집 형태의 책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인터뷰어가 문학, 예술 전문 출판사의 대표로 유명 셰프들의 책을 출간한 내공으로 짜임새 있게 진행되어, 대담집이라는 형식이 거부감이 들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다른 색과 모양의 불릿기호와 들여쓰기로 너무나 깔끔하게 구분되어 읽기가 편했다.
책 내용 중 다른 셰프들의 요리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요리에서 인간미를 느꼈다는 부분이 너무 신기하고 독특해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진행되는 책의 형식도 소개할 겸, 해당 부분을 소개해본다.

책 앞 부분에 한국 독자들을 위해 옮긴이와의 4페이지 분량의 대화가 있는 점도 특별하다. 대담 내용 중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한국 요리 먹어 본 적이 있냐고 묻는 것에는 심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유명 셰프인 그에게 "김치를 드셔보셨는지요?"라고 묻는 부분은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치를 자주 먹어봤고, 김치가 한 국가의 상징적인 음식이기에 서울뿐 아니라 프랑스의 제 레스토랑에서도 메뉴에 넣기 위해서 계속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김치에 대해 이야기한 그의 말인데, 매일 먹는 김치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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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매우 강렬하면서도 쓴맛의 뉘앙스를 주는 김치를 좋아하죠. 씹을 때 아삭한 소리가 나는 점도 아주 재미있고요. 김치는 약한 신맛이 나고, 입천장에 흥을 돋우며, 누구나 즐길 만한 유쾌한 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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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학교도 중퇴하고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일을 시작했고, 가족과는 원만하게 지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후 레스토랑을 여는데 특별한 건물, 가니에르만의 요리법, 최선을 다해 완벽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미슐랭 3스타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재정적 균열이 심각하게 벌어져 가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자신만의 요리 세계에 완전히 갇혀 있었고, 파산을 하게 된다.
파산 이후 미슐랭 스타, 명성, 가이드북 그리고 비평이나 등급 분류 따위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파리의 한 특급 호텔에서 엄청난 제안도 받지만 자기 레스토랑에서 팀과 어울려 일하고, 제대로 급여를 주면서, 생각해낸 요리를 만드는 게 훨씬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여기게 된다. 이후 요리는 셰프 한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 그리고 창조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팀 전체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고 곧 미슐랭 3스타의 레스토랑이 되고, 세계에 레스토랑을 늘려 가게 되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야기 중 와인에 대해 중요하게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와인은 메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특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와인에 대한 생각과 와인 라벨도 공개하고 있어 와인을 선택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레스토랑 자체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언급되는데, 많은 것이 중요하겠지만, 아주 세심하고 까다롭게 고르는 것 중 하나 식기이다. 실비 코케를 자신의 요리 철학에 답을 주는 접시를 만들어 준 사람, 진정한 예술가라고 부르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질 요소인 '물'인데 '물방울'이라는 접시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서, 그 접시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다음 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책에 언급된 그의 요리 세계 중 정말 독특하다고 느낀 것은 시식을 안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강하게 "안 먹죠. 절대 안 먹습니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새로운 요리를 연구할 때는 처음 한 수저 정도는 맛보지만, 그다음부터는 직관에 의지해 조절하고 입을 대지 않는다는 부분이 독특했다.
자신은 강의를 할 생각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이 된 가공식품, 냉동식품과 같은 식품 산업이나 유통 사업에 셰프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저 요리로 족하다고 하는 모습에서 40년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구절에서 자신의 운명이 정해준 역할은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사업가가 아닌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로만 평가받고 싶어 하는 셰프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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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을 실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운명이 정해준 역할을 실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 얀 파토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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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꼭 요리 분야가 아니더라도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아래의 사진처럼 피에르 가니에르가 직접 요리한 메뉴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레시피와 요리 세계가 담겨있는 레스토랑에서 기념할만한 좋은 날에 한 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