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 김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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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에 대한 고마움, 시각에 대한 중요성은 매우 크다.

청각, 시각을 동시 잃었던 헬렌컬러는 에세이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에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내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아야 할 시간이 되면 나는 지난 사흘 동안 만이라도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여준 하나님께 감사 하다고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라 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그녀가 시각에 대한 부분만 아쉬워했다 생각하기 쉽지만, 청력을 상실한 그녀가 소리를 내기 위해 손의 촉각만으로 성대의 떨림과 입 모양을 확인하며 하루에 한 단어도 배우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힘들게 노력한 것과 역시 촉각으로 LP 음반의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 시도했던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시각 못지 않게, 청각은 매우 중요하고 청각을 통해 들리는 소리는 언제나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소리에 대해서 몰랐던 지식을 알 수 있었고,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특히 책에서도 여러 번에 걸쳐 언급되는 백색소음은 소음(Noise)라고 하면 무조건 안 좋은 소리라는 오해에 대한 편견을 거둘 수 있었다.

 '백색소음'(white noise)은 우리가 평상시에 듣는 소리가 아니라 여러 소리들이 한데 합쳐져 분명하지 않은 채 들려오는 소리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 배 속에서 소리를 처음 듣는데, 이때의 소리가 백색소음이다. 얼핏 듣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리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자연에서 익숙하게 듣는 바람소리, 물소리와 같아서 우리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과학적으로도, 여러가지 실험결과로도 실제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이를 이용해서 많은 서비스들이 있는데, 카페의 소리, 빗소리등을 제공하는 무료 홈페이지들은 아래와 같다. PC작업을 할때, 효과가 있는지 한번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 미국 오전, 점심시간 카페, 대학교 카페의 소리 제공

http://coffitivity.com/

- 카페소리와 빗소리를 섞어서 조절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

http://rainycafe.com/

- 커피숍, 빗소리, 파도소리, 장작불타는 소리, 새소리를 섞고, 조절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

http://soundrown.com/

- 우리나라 홍대, 강남, 신사동 카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

http://wheresound.com/

 

 이 외에도 우리의 소리를 지켜나가는 수많은 명창의 득음 과정이 무척 치밀하고 과학적이었다는 이야기, 세계 3대 바이올린의 이야기, 살인사건의 해결한 이야기 등 소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있는데, 가장 놀라운 이야기 중 하나는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였다.

 해당 부분을 읽으며,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잘 정리된 영상이 있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았는데 저자인 배명진 교수님이 나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Lx7vtljoyvk

 

 소리를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소리 일것이다. 목소리를 잘 관리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첫인상에 큰 호감과 신뢰를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래의 구절을 통해 목소리 관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잘 관리하자. 내가 하는 말은 내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 내게 좋은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듣기 좋은 소리일 것이다.'


 끝으로 책을 읽고나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럽 에세이 먼북소리에서 그가 언급한 구절이 생각나면서, 역시 작가는 범상치 않은 감각을 지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구절을 옮기며 마무리해본다.

 '나는 외국을 방문하면 종종 소리를 통해 가장 첨예하게 그 이국성을 인식하곤 한다.

시각이며 미각, 취각 또는 피부 감각이 채 감지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소리를 통해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딘가에 앉아서 내 몸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귓속으로 주위의 소리를 빨아들인다.

그러면 그들-어쩌면 나 자신의-이국성이 부드러운 거품처럼 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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