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강인규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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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뒷면에도 일러두고 있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정말 암울한 이야기들이다.

저자 보다 더욱 더 암울한 게 느껴지는 건 이 이야기들이 우리가 삶의 터전 으로 삼고 있는 이 사회, 이 나라에 대한 적나라한 실상이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에서 살다가 현재 펜실베이나주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와 달리, 나는 지금도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망가진 권력, 망가진 공동체, 망가진 교육, 망가진 문화, 망기진 민주주의, 망가진 의식 의 6개 장을 통해 이 사회의 현상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모든 사람의 저자의 생각에 동의 할 수 는 없을테고, 특히 현재 집권 여당의 정책과 생각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보면 종북좌파의 책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 4년(2008년~2011년) 내내 자살은 청소년 사망원인 가운데 단연 1위 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에 자살한 청소년들은 교통사고, 암,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청소년들을 합한 것 보다 많았다. 어린이들조차 10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느끼며 산다. 

 오죽하면 UN아동권리위원회 마저 한국 아동, 청소년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겠는가.


 

 

 그럼 이 나라는 청소년에게만 살기 힘든 나라인가?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하루에 11명씩 자살하고, 우리나라를 전체로 봤을때는 하루에 43.6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교통사로고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14명 정도인데...

 

 

 

 

 부모가 자식을 안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자식이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병든 노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죽음을 택하는 현실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가 한국 교육의 병폐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한 방 사회(one-shot society)' 라고 불렀다고 한다. 꼭 교육계만 아니더라도, 사회가 전반적으로 한 방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한 방을 노리는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차근 차근 쌓아 올라갈 희망이 사라져만 가기에 한 방이 당연시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한국 사회에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다. 도덕 대신 '체면'이 존재하는데, 이는 오직 다른 사람의 눈앞에서만 작동할 뿐이고, 종교가 도덕적 길잡이의 역활을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의 종교는 복을 빌고 연줄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이 도덕과 가치라는 철학적 문제를 다루는 건 불가능하다. 도덕도, 남에 대한 배려도 배우지 못한 우리 사회에 남은 건 '힘'이라는 정글의 법칙 뿐이다.

 '남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본능적 이타심마저 지워버린 채, 그 속에서 '경쟁체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된 탐욕을 채워 넣은 덕분일 것 이다.


  과연 이 사회는 상위 1%에만 잘 살 수 있는 나라인가? 

있는 자를 위한, 있는 자에 의한, 있는 자의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

현재의 기득권, 부자들은 이 체제를 공고히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 되기만 해도 한국 사회는 300년 이내에 자연 소멸하게 돼 있다.

 

 이렇게 암울한 사회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바로 우리가 속한 사회니까, 우리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거짓말이다. 사실은 이런 체념이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 사회는 개인의 집합체이기에 한두 명이 바뀌면 그 사회는 그  몫만큼 바뀌게 된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우리' 속에서만 '나'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지금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라면 저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듣고, 그 말을 전부 믿거나 따르진 않더라도 지적한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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