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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X 라이프스타일 - 당신의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는 곳
정지원.정혜선.황지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기존 오프라인의 서비스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시대상을 반영해 비대면 서비스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서비스의 발전과 편리함은 매우 오프라인에게 위협적입니다. 그렇기에 온라인과 대비해 확연한 차이를 줄 수 없다면, 온라인의 장점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경험을 줄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입니다.
책에서도 "상품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지금"이라는 표현으로 오프라인의 위기를 이야기 합니다. 오프라인 공간, 장소가 가져야할 경쟁력은 "오로지 소비자들이 일부러 그 장소를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뿐이다.", 즉 소비자가 찾아오게 하는 매력입니다.

이 책은 도쿄에 위치한 장소, 서비스를 소개하며 소비자가 찾아오게 하는 매력에 대해 그들이 고민하고 내놓은 해답을 설명합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장소, 서비스가 주인데, 라이프 스타일이란 각자 입고, 먹고 머무는 생활체계를 의미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개인의 특성, 생각, 가치관까지 포함하게 크게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본인의 일, 업무가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없다해도, 결국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은 고객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맥을 같이해야 하는 측면에서 볼 때,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없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도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에서는 '감각자본이 가득한 도시 도쿄'라는 표현을 썻습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도 우리보다 먼저 경제발전과 성장을 이루어낸 선진도시라는 표현이 있는데, 단순히 우리보다 먼저 경제 발전을 통해 의식주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는 시간이 우리보다 빨리 왔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된 곳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분야를 다루면서도 자신들의 업을 독특한 관점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그 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에 차별점이 있습니다. 무지와 츠타야 같은 단골 부터, 도쿄 골목골목의 크고 작은 상점들까지 다루고 있어 규모와 관계 없이 차별점, 매력을 만들어가는 부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과 안좋은 관계에 있지만,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들을 여행을 가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장소, 서비스가 많지만 특히 마음에 든 구절을 몇 개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츠타야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가 처음 생겼을 즈음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어떤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고 싶은 것인가?' 츠타야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티사이트를 만들며 '프리미엄 에이지', 즉 안목과 교양을 갖춘 여유 있는 중년층이 지적이면서도 편안한 공간을 찾을 때 이곳에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처럼 말이다.
업태를 전환하기 전에 생각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어떤 사람들을 모이게 할 것이고,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다. 구체적으로 떠올렸던 바로 그 사람들이 당신의 공간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면, 그 공간은 분명 성공한 것이다.
- p174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누가 이 서비스, 제품을 이용할 것인가" 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겠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누구도 만족 시킬 수 없을 수도 있기때문에, 특정한 사용자를 한정해 생각해야 합니다. UX 디자인에서는 페르소나를 이용하는데, 마스다 무네아키가 티사이트를 만들때 어떤 공간을 만들겠다보다 어떤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고 먼저 생각한 후, 그에 맞춰 공간을 디자인 한 점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기준으로 진열된 책장 대신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독자들도 서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녀의 업무를 들여다보면 책을 파는 서점 주인이 아니라 독서모임의 주최자 같다. 우선 매일 책에 대한 가볍고 사소한 잡담을 트위터에 올린다. 그리고 무가지인 '이카분코 신무'을 비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이카나이토'라는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책이 이어지는 '오징어 링'의 확대를 목적으로 활동 보고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카분코의 로고가 새겨진 굿즈를 판매하기도 한다. 책을 판매하는 모습도 변화무쌍하다. 비정기적으로 실제 존재하는 서점에 임시 분점을 내기도 하고, 잡지 안에 분점을 내기도 한다. 이카분코와 함께라면 독서는 가볍고 즐거워진다. 독서는 멋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되며, 서점은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되는 것이다.
- p207
츠타야 같은 대형 서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영감과 감동은 주지만, 개인의 일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이카분코라는 개인 서점은 자본이 없는 개인도 업에 대한 고민과 재정의를 통해, 충분히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리카시쓰의 모기업은 1933년 창업한 의료 유리 도매업체 '세리야리카'다. 이들이 실험도구를 리빙 제품으로 확장하게 된 것은 주 거래처인 대학교 연구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세대를 걸쳐 이어가던 기능공의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실험도구의 활용법을 탐색하다가 '인테리어 아이템'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열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난 유리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생활 곳곳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p231
'위기는 기회다'라는 이제는 식상한 말이 있지만, 실제 이를 적용한 사례를 볼 때는 항상 새롭고 경이롭습니다. 회사의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더 큰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빔스의 CEO 시타라 요의 입을 빌리자면 빔스 컬래버레이션의 중신에는 '스피릿'이 있다. 일본 철학에는 형태를 가진 모든 것에는 스피릿, 즉 정신이 깃들어 있따는 믿음이 있는데, 이는 곧 형태안에 정신이 들어오게 하려면 형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제품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브랜드의 정신이 깃드는 장소라는 뜻이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컬러만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에 걸맞은 형태와 재질을 선택해야 비로소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컬래버레이션이 좋은 컬래버레이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빔스가 제시한 키워드, 디테일과 스피릿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p309
사물에 정신이 들어있다를 넘어서 정신이 들어있으려면, 형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이 결국 일본의 장인정신을 만들어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책의 제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언급해봅니다.
보통 떡제본이라고 불리는 책제본이 아니라 실을 사용해 책이 완전히 펼쳐질 수 있는 제본 선택했습니다.
이런 제본을 택한 첫 책은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책 답게 책을 완전히 펼쳐 볼 수 있는 편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 책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또한 띠지를 벗겨내면 책의 표지가 책에 언급한 무지의 단순함을 표현하듯 깔끔합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과 부합할 수 있도록 표지와 제본까지 신경쓴 책은 오랜만이었네요.
